출처:중앙일보 김정은과 첫 직접 대화... "비핵화 뜻 있다" 언급 꼭 끌어내야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을 필두로 한 특별사절단을 평양에 파견한다. 2007년 김만복 당시 국정원장이 특사로 방북한 지 11년 만이다. 특사단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만난다면 정부로선 2011년 권좌에 오른 이래 7년간 외부와 접촉을 끊고 '은둔의 지도자'로 지내온 그와 처음 얼굴을 맞대고 대화할 기회를 갖는 셈이다. 그 자체만으로도 이번 특사 파견은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다. 또 현 정부의 외교안보 총책으로 백악관과 직통 채널을 유지해온 정 실장과, 대북 대화 경험이 많은 서 원장이 특사단을 이끄는 점도 주목된다. 두 사람은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데다 현 정부의 대미·대북 핵심 창구다. 평양엔 문 대통령의 의중을, 워싱턴엔 특사 파견 결과를 각각 가장 잘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는 이들로 적절한 인선이라 평가할 만하다.
특사 파견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조심스럽다. 평창올림픽 기간 '휴전'했던 북한과 미국이 다시금 대결 모드로 진입한 상호앙에서 특사들이 방북하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국과 대화는 해도 비핵화 논의를 할 생각은 없다"고 여러 번 못박았다. 미국은 "비핵화 빠진 대화는 안 한다"며 북한이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4월 초 실시한다고 맞받았다. 그 말대로 훈련이 실시되면 북한은 석 달가량 중단해온 핵·미사일 도발을 재개할 우려가 높다. 정부가 서둘러 대북 특사를 파견한 이유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개시되기 전에 대화의 불씨를 살려내 한반도 위기 재현을 막겠다는 절박감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만큼 특사단이 할 일은 분명하다. 비핵화에 대한 김정은의 정확한 흉중을 파악하고, 미국도 받아들일 만한 전향적인 입장을 끌어내야 한다. 비핵화 논의에 나설 의향과 상당기간 핵·미사일 도발을 중단하겠다는 언급 정도는 얻어내야 한다.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3명 석방' 같은 조치도 대화 분위기를 촉진할 수 있다. 남북 정상회담은 그런 수준의 성과가 도출돼 미국이 북한과 대화할 용의를 표명한 뒤에 논의하는 게 순서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 시절 평양에서 김일성을 만난 이후락 중앙일보부장을 필두로 대북자만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북한의 속성상 우리 대통령이 보낸 특사가 김일성·김정일을 만나 의견을 교환하면 남북 간 난제가 해결되고 정상회담 논의도 급물살을 타곤 했다. 그런 만큼 야당에서 특사 파견 자체를 비난하며 왈가왈부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일단 힘을 실어주되, 그 결과를 냉정하게 평가하는 것이 성숙한 야당의 자세다.
문 대통령의 특사 파견으로 공은 김정은에게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김정은의 평양 초청에 대해 "여건이 조성된다면"이란 조건을 달았고 올림픽 기간 방남한 북측 대표단에게 비핵화의 필요성을 촉구했다. 그 내용을 보고받은김정은은 자신을 찾아온 남측 특사단에게 답을 내놓아야 한다. 거기엔 적어도 "평양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할 의사가 있다" 정도의 언급은 들어가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아끼는 여동생을 내로보내 남북 정상회담 카드까지 던진 김정은의 '대남 공세'는 문 대통령의 표현대로 '우물가에서 숭늉 찾는 격'의 헛수고로 끝날 것이다.
출처:한겨레사설 정의용·서훈 특사, 한반도 정세전환 첫단추 끼우길
정의용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참여한 대북특별사절단(특사단)이 5일과 6일 북한을 방문한다. 천해성 통일부 차관, 김상균 국정원 2차장 외에 문재인 대통령 최측근인 윤건영 국정상화실장도 동행한다. 특사단의 의미는 북한이 김여정 특사를 보낸 데 대한 단순한 답방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두껍게 얼어붙은 '한반도 빙벽'을 녹여내고 평화로 가는 징검다리를 놓는 중차대한 임무가 자신들의 어깨 위에 드리워져 있음을 특사단 모두 깊이 새겨야 한다.
안보실장과 국정원장이 동시에 특사단으로 나설 줄은 전문가들도 미처 예견하지 못했다. 장관급 2명 이상이 동시에 대북특사로 나선 전례도 없다. 그만큼 이번 특사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고 기대가 크다는 걸 보여준다. 남북대화 경험이 풍부한 서훈 국정원장에 더해 미국 안보라인과 호흡을 맞춰온 정의용 안보실장이 수석으로 나섬에 따라 남북 협상을 진행하면서 미국과 긴밀히 조율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사절단의 핵심 임무가 '남북대화를 통한 북-미 대화 중재'라는 점에 비춰 보면 매우 적절한 인선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청와대는 특사단이 논의할 의제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 여건 조성'과 '남북교류 활성화 등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적시했다. 비핵화 문제를 굳이 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을 설득해 '북-미 대화'의 실마리라도 끌어내는 게 사절단의 핵심 임무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특사단은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선 북-미 대호라는 '여건'이 필요한데, 미국은 비핵화 논의가 빠진 대화에 응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고 끈질기게 설득해내야 한다. 만약 사절단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어렵게 살린 평화의 불씨가 다시 사그라질 수도 있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술 밥에 배부를 수는 없다. 한반도 비핵화란 '숭늉'을 마시려면 조급해하지 말고 실행 가능한 일부터 차근차근 진행하는 수밖에 없다. 일단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는 게 첫걸음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시험발사 유예를 선언하고, 한·미가 군사훈련에서 융퉁성을 보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북한도 지금이야말로 대북사절단을 최대한 활용하련느 실용적이고 지혜로운 태도가 필요하다.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정표를 당장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최소한 '비핵화 의지'라도 밝힌다면 이를 동력으로 삼아 대화를 이어갈 수는 있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등 김정은 위원장 '선대의 유훈'이니 이를 강조하는 형태의 언급도 대화의 문턱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이다.
'비핵화 아니면 대화 중단'이라는 식으로 윽박지르는 야당과 보수언론의 수구·냉전적 태도는 합리적이지도 않고 현실성도 떨어진다. 자유한국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게 뻔하다는 이유로 대북특사 파견을 비판했는데, 전형적인 '묻지마 밪대'다. 특사단 명단이 나온 뒤에도 '서훈 국정원장 특사 불가론'을 되풀이 제기한 것도 정략적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사절단이 한반도 정세르 위기에서 평화로 전환하는 첫 단추를 끼우고 돌아 오기를 온 국민이 소망하고 있다.
첫댓글 이렇게 공간을 떼주니 선생님이 보기가 훨씬 좋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