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은 말을 ‘제대로’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연중 제23주일 강론>
(2024. 9. 8.)(마르 7,31-37)
“사람들이 귀먹고 말 더듬는 이를 예수님께 데리고 와서,
그에게 손을 얹어 주십사고 청하였다.
예수님께서는 그를 군중에게서 따로 데리고 나가셔서,
당신 손가락을 그의 두 귀에 넣으셨다가 침을 발라
그의 혀에 손을 대셨다. 그러고 나서 하늘을 우러러
한숨을 내쉬신 다음, 그에게 ‘에파타!’ 곧 ‘열려라!’
하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곧바로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서 말을 제대로 하게 되었다. 예수님께서는
이 일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그들에게 분부하셨다.
그러나 그렇게 분부하실수록 그들은 더욱더 널리 알렸다.
사람들은 더할 나위 없이 놀라서 말하였다.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귀먹은 이들은 듣게 하시고
말 못하는 이들은 말하게 하시는구나.’(마르 7,32-37)”
1) 귀를 먹었다는 것은, 하느님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을 상징하고, 말을 더듬는다는 것은,
하느님 말씀을 제대로 전하지 못하는 것을 상징합니다.
<듣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전하지도 못하는 것입니다.>
하느님 말씀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것은,
제대로 전해 주는 사람이 없는 것이 가장 큰 원인입니다.
듣고 싶어도, 또 들으려고 해도, 여러 가지로
막혀 있어서 들을 수 없는 상황인 경우도 많습니다.
그것이 곧 ‘목자 없는 양들 같은 처지’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마르 6,34).”
군중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되어버린 것은,
일차적으로 종교 지도자들 탓입니다.
목자로서 일해야 하는 자들이 목자가 되어 주기는커녕
사람들을 착취하고 억압하는 일만 했기 때문입니다.
또 말씀을 제대로 전해 주지는 않고 성경과 율법의
해석과 적용을 독점하고서 사람들을 억누르는 도구로
악용했기 때문입니다.
그 상황은, 하늘나라의 문을 잠가 버리고, 자기들도
들어가지 않고, 들어가려는 이들마저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 상황입니다(마태 23,13).
2) 예수님은 우리의 귀와 입을 열어 주시는 분입니다.
“내가 저 사람들에게 비유로 말하는 이유는
저들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하고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마태 13,13).”
예수님께서 비유를 자주 사용하신 것은, 사람들이 좀 더
쉽게 알아들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예수님께서는 ‘말로만’ 사람들을 가르치신 것이 아니라,
‘일들’을(기적들을) 통해서도 가르치셨습니다.
<사실상 당신의 ‘온 삶’으로 사람들을 가르치셨습니다.>
예수님은 ‘말씀’이신 분이고,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입니다.
또 ‘말씀’을 전해 주시는 분이면서, ‘말씀’대로 살아가는 길을
알려 주시는 분이고, 그 실천의 모범을 보이신 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살면서 예수님의 뒤를
따르면,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됩니다.
3) “에파타!”(“열려라!”) 라는 말씀은,
장애를 치유하신 말씀인데,
‘막힌 귀’와 ‘묶인 혀’에게 하신 명령입니다.
이제 ‘말씀’을 제대로 듣고, 제대로 전하는 일은
그 사람 자신이 스스로 해야 할 일입니다.
못 듣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안 듣는 것’은 죄입니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말을 못하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말을 안 하는 것’은 죄입니다.
<들으면 안 되는 말들에 귀를 기울이는 것과
하면 안 되는 말들을 하는 것은 더 큰 죄가 됩니다.>
신앙인은 ‘제대로’ 듣고, ‘제대로’ 말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이 말은, “신앙인은, ‘말씀’을 받아서 세상에 전하는 임무를
받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자기가 믿지 않는 분을 어떻게 받들어 부를 수
있겠습니까? 자기가 들은 적이 없는 분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습니까? 선포하는 사람이 없으면
어떻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파견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선포할 수 있겠습니까?(로마 10,14-15ㄱ)”
“믿음은 들음에서 오고 들음은 그리스도의 말씀으로
이루어집니다(로마 10,17).”
“말씀을 선포하십시오.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히
계속하십시오. 끈기를 다하여 사람들을 가르치면서,
타이르고 꾸짖고 격려하십시오(2티모 4,2).”
4) 요즘 교회의 모습을 보면, 물론 일부 개인의
문제이긴 하지만, 하느님 말씀이 아닌
자기 생각을 하느님 말씀처럼 퍼뜨리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자들은 권력자들과 기득권층 편에 서고, 나쁜 권력과
나쁜 기득권층을 향해서 회개하라는 말은 하지 않고,
그들이 듣기 좋아하는 말만 하고, 예언자 흉내를 내면서,
교회의 진짜 예언자들을 박해합니다.
믿음 없는 세속 사람이라면, 귀가 막혀 있고 혀가 묶여
있어서 그런다고 말할 수 있지만, 신앙인이라고
자처하는 자들이 그러는 것은, 주님께 큰 죄를 짓는 일이고,
교회 공동체 모두에게 큰 고통을 주는 일입니다.
5) 37절의 “저분이 하신 일은 모두 훌륭하다.” 라는 말을
원문대로 번역하면, “저분이 모든 것을 좋게 하셨다.”인데,
이 말은 창세기 1장에 있는 “하느님께서 보시니 좋았다.”
라는 말과 같은 표현입니다.
그래서 이 말은, “예수님은 고장 난 세상을 고쳐서
원상복구하시는 새로운 창조자” 라는 증언입니다.
- 송영진 신부님 -
첫댓글 예수님은 ‘말씀’이신 분이고,
‘말씀’을 통해서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는 분입니다.
“신앙인은, ‘말씀’을 받아서 세상에 전하는
임무를 받은 사람”이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