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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개 회사서 미등기임원 재직 드러나
사익편취 규제 대상 기업 절반 이상 차지
하이트진로, 15개 회사 중 7개 사에 포진
사외이사 반대 0.2%…‘거수기’ 노릇 여전
“소수 주주 권리 보호 이행 수준도 미흡”
대기업 총수들이 책임을 회피하며 권한만 누리고 있는 실태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로 드러났다. 총수 또는 총수 일가의 상당수가 여러 계열사에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고액 연봉과 최고 수준의 대우를 받으면서 부실 경영과 안전사고 등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청사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발표한 ‘2023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에 따르면 대기업 집단의 계열사 중 총수(동일인) 일가가 이사회 구성원이 아닌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한 회사가 136곳에 달했다. 등기 임원이 부담하는 경영상 책임은 회피하면서 각종 권한과 혜택만 누리는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 대상은 올해 공시대상기업집단 82개 중 신규 지정 집단 8개와 특별법에 근거해 설립된 농협을 제외한 73개 집단 소속 2735개 계열회사(상장사 309개, 비상장사 2426개)다. 총수 일가 경영 참여 현황 분석은 총수 있는 64개 집단 소속 2602개 계열회사를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회사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회사 비율은 5.2%로 136개 사였다. 지난해와 비율이 같았으며 비상장사보다 상장사가 6.2배 많았다. 미등기임원 중 총수 일가 비중이 가장 큰 회사는 하이트진로로 그 비율이 46.7%에 달했다. 15개 회사 중 7개 사에 총수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 것으로 파악된 것이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대기업 집단 미등기임원 재직 현황
총수 일가 미등기임원이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에 상대적으로 많은 것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규제를 피하려는 꼼수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총수 일가가 재직 중인 미등기임원 직위 총 181개 중 절반 훌쩍 넘는 104개(57.5%)가 사익편취 규제 대상 회사인 것으로 집계됐다.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는 총수 일가는 1인당 평균 1.6개의 회사에 재직 중이다. 총수 본인은 2.4개, 총수 2, 3세는 1.8개로 다른 일가에 비해 많은 계열사에서 미등기임원으로 재직하며 경영상 책임 없이 권한을 누리고 있었다. 총수 일가의 미등기임원 겸직 수는 중흥건설과 유진, 효성 순이었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가 등기 임원으로서 책임을 부담하지 않고 미등기임원으로서 권한만 누리는 회사가 여전히 많다"며 "제도적 장치의 실질적 작동 측면에서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 총수일가의 미등기임원 현황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총수일가 미등기임원 재직 비율 상위 5위 기업
공정위는 "분석 대상 중 총수 일가가 1명 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은 2018년 21.8%를 시작으로 2019년 17.8%, 2020년 16.4%, 2021년 15.2%, 2022년 14.5%로 감소하다가 올해 5년 만에 16.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체 등기이사 중 총수 일가가 6.2%를 차지했다.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된 회사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셀트리온으로 9개 계열사 중 8개 사에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됐다. 반면 삼천리와 이랜드, 미래에셋, 태광, DL 등은 총수 일가가 이사로 등재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총수 일가 이사 등재 회사의 비율 상승은 책임경영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소유와 경영 분리, 경영 전문성의 측면에서는 부정적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의 겸직 현황을 보면 총수 본인은 이사직을 평균 2.8개, 총수 2세 또는 3세는 2.5개 겸직 중이었다.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재직하는 비율이 87.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사회 내 사외이사의 비중은 51.5%로 지난해의 51.7%보다 소폭 감소했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 총수일가 이사 등재 현황.
이사회 상정 안건 중 원안 가결률은 99.3%에 달했다. 원안대로 통과되지 않은 안건은 전체의 0.7%인 55건에 불과했다. 이중 사외이사가 반대한 건은 0.2%인 16건에 그쳤다. 사외이사가 이사회에서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다. 주주총회에서 소수(소액) 주주 의결권 행사 강화를 위한 제도인 집중·서면·전자투표제 중 하나라도 도입한 회사는 86.4%였다. 집중·서면투표제는 도입률과 실시율이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으며 전자투표제는 83.5%의 상장회사가 도입했다.
상장사 소액 주주 이익 보호를 위해 상법에 도입된 제도인 소수주주권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나타났다. 지난해 5월 1일부터 올해 4월 30일까지 최근 1년간 분석 대상 상장사에서 행사된 소수주주권은 총 36건에 불과했다. 주주제안권 16건과 주주명부 열람청구권 10건, 주주 대표소송 제기권 3건, 회계장부 열람청구권 2건, 이사회 의사록 열람 2건, 검사인 선임 청구권 2건 등이다. 공정위는 “전반적으로 소수주주권이 확실하게 행사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최근 주주제안권, 주주명부 열람청구권 등의 행사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앞으로도 대기업 집단 지배구조 관련 현황을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공개해 시장의 자율적 감시를 활성화하고 대기업 집단의 자발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출처 : 총수일가 꽃놀이패, '경영면책 고액연봉' 미등기임원 < 경제 < 기사본문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mindl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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