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그리고 나~~~~~~~~~~~~
소리새의 노래가 계속 흐르고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쓴
승용차는 비포장 산길을 털커덕, 비틀비틀 아슬아슬하게
잘도 기어 오른다.마주 오는이 아니 맞은편에서는 아무것도
절데로 오면 않되었다.우리들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이름모를 산새와 매미들만이 악을 쓰며
교통 정리를 해주는것 같았다.
꼬불꼬불한 산길에 목적지를 향한 우리의 마음은 급했다.
산속의 호숫가에 자리한 예술촌이라는 하나의 이름만을 가지고
우린 사전 답사도 없이 무작정 달려왔기 때문이다.
해는 뉘엿뉘엿 지는데 예술촌은 보이지가 않았다.
촌장님과의 짧막한 전화 한통만 믿고 달려오는
말없는 우린 처음엔 조금 불안 했었다.
드디어 우거진 나무사이로 기와지붕이 조금씩 들어나기
시작할 무렵 우린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차 할곳을
여기저기 찾으면서 주위를 살펴 보았다.
한데 이게 무슨 실망이란 말인가?
예술촌이라 하길레 예술적인 겉모습을 은근히 기대 했었는데
보이는 것은 그저 고가 몇채와 마당에 강아지 두마리만
꼬리를 흔들며 우릴 반겨 주었다.
우린 아무 말없이 촌장님을 뵈오러 마당으로 향했다.
먼저 온 여행객들이 옹기종기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곳 식객으로 보이는 할머니께서 내실에 계시는
촌장님을 만나게 해주셨다. 촌장님께 인사를 한후 한바퀴
고가를 둘러보았다. 인터넷예약이 아니면 받아주지
않는데 특별히 허락 해주신다는 촌장님 말씀에 우리들의
기분은 한풀 꺽이어 감사히 생각은 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운한 마음이 들기도 했었다.
기대 한 만큼 시야에 들어 오는것도 없고
그리고 금새 밤이 되어버린 이유에서였다.
태풍이 지나가려고 하는 탓인지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시골의 밤하늘을 볼수도 없겠거니
생각하면서 먼저 숙소에 짐을 풀고 호숫가로 향했다.
하늘에는 먹구름만 여기저기 흘러가고 별빛은 눈에
뜨이지도 않았다.바람도 없이 후덥덥한 잔뒤위에 준비해온
먹거리들로 상을 차렸다.밤이 깊어만 갔다.
야심한 밤인데도 이름모를 산새들은 잠이 없는지 간혹
특이한 소리로 우리들의 귓전에서 맴돌았다.
나는 그래도 산사의 고택에서 하루를 묵는다는 들뜬
기분으로 조용히 하늘을 보며 큰 숨을 들이켰다.
상큼한 풀냄새가 심장 깊숙한 곳 까지 마비를 시켰다.
이제 주위의 여행객들도 조용하고 빗방울도 그쳤다.
몇시나 되었을까? 어둡던 주위가 차츰 밝아오는걸 느끼면서
하늘을 보았다.
잔뜩 흐렸던 하늘에는 먹구름이 흩으지면서
달빛이 조금씩 나타나는게 아닌가?
이건 정말 환상적이었다.너무나도 밝고 깨끗해서 눈이 부셨다.
먹구름이 하얀 구름으로도 변하면서 검은색과 흰색의
혼합으로 나오는 색갈들의 구름들...드문드문 각양각색
모양의 구름들이 달빛과 함께 어우러져 있는 풍경을
여러분들 상상을 한번 해보시라.
그것도 사랑하는 이와 함께라면................
너무나 아름다웠다. 고개를 쳐들고 별도 찾아보았다.
쪼꼬마한 별들이 여기저기서 반짝이고 있는게 아닌가?
우린 갑자기 흥분이 되었다. 나이를, 체면을 잊은체 마구
신이 났다.여기도 있네!저기도,.. 햐~많다.많아 하면서
그제서야 "우리가 여기 정말로 잘 왔구나!" 하고
이구동성으로 입을 맞추었다. 정말 예술이 따로 없었다.
그곳 그 시간이 진정한 예술이었다.
너무나도 눈부시게 밝은 달빛은 나무가지 사이로 걸쳐있고
보름달을 서로 보듬으려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먹구름과 하얀구름들이 앞을 다투며 흐르는 풍경은 정말
한폭의 수묵화를 보는듯 했다. 날이 새는줄도 모르고
그 순간을 즐기다가 우린 고가의 병풍이 둘러있는
한지로 장식된 방의 미닫이 문을 열고
아침안개가 어루러져 있을 호수를
상상하면서 잠깐 취침에 들었다.
아침일찍 눈을 뜨자마자 우린 한폭 그림속의
주인공이 되어서 호숫가를 한바퀴 돌았다.
고택을 멀리서 가까이서 다시 한번 더 감상하기
위해서였다.호숫가로 향하는 오솔길에는
온갖 들꽃들이 피어 있었고 친환경을 상징하는 지렁이들이
여기저기서 꿈틀대고 있었다. 정말 사람이 살곳 같았다.
옛날 어릴적 고향의 뒷동산 같았다.아무리 세상이 발전하고
문명을 접하고 살아가야 할 우리들이지만 이렇게 사는것도
나쁘진 않을것 같았다.
T.V도 휴대폰도 아무소용이 없고 필요를 느끼지 않는 곳,
바로 이런곳이 진정한 휴식처인것 같았다.
내나이 오십이 넘도록 이런 풍경의 경험은 처음으로 접해
보는것 같았다. 존재해 있는 예술품이 아닌 시간과 공간이
어우러져 있는 산속의 고택, 이곳에서 눈이 시리도록
밝은 달빛과 함께한 모든 경험들은 적어도
우리들에게 만큼은 바로 예술이었다.
의성김씨 종가댁 "지례예술촌" 의 촌장님께서도
바로 이런 경험을 하게 하기위하여 "예술촌"이라는 이름을
지었으리라는 짧은 우리의 소견이었다.
며칠간 묵어면서 촌장님의 좋은 옛이야기도 듣고
주변 경관을 조금 더 만끽하고 올수 없는 사정이라
아쉬움을 뒤로하고 우린 복잡한 도심속으로
또 다시 와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