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 광해, 왕이 된 남자 아현 이재관
일부 관객들 사이에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와 허리우드 영화 ‘데이브’가 너무 유사하다고 비평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두 작품 모두 임시로 등장한 대타자가 장쾌한 홈런을 날리니 그런 비평이 나올 만도 하다. 그러나 분명히 다른 점이 있다. 내 눈에는 다른 점이 보였다.
권력의 최상층부에 극비로 내세워지는 대타자라면 자기 숨도 쉬기 어려울 텐데 무엇인가 보여준다. 영화 ‘데이브’에서는 미국의 44대 대통령을 꼭 닮은 대타자(데이브 코빅)가 스마트한 기지와 예리한 정책분석력과 로맨스(영부인 시고니 위버와의)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반면에 광해군 대타자(이병현/하선)는 ‘감동 리더십’으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요즘은 감동에 목말라 하는 사회가 아닌가.
대타자 광해가 어떻게 주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는지 돌이켜보자. 시식시종 사월(심은경)의 경우,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오게 되었는가” 자상하게 묻고 경청하고 약속해주었는데, 그 감동으로 사월이는 독약이 든 왕의 음식을 대신 먹는다. 중전(한효주)의 경우,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진 중전이 안쓰러워 담 너머로 윙크를 보내고 같이 손잡고 달리기도 한다. 중전은 그 감동으로 저고리를 풀어 왼쪽 가슴에 점이 있다는 것을 넌지시 가르쳐준다. 호위대장(김인권)의 경우, 경솔한 자기를 용서하면서 “자기 목숨을 함부로 버리지 말라”고 간곡히 타이르는 왕의 말에 감동되어 나중에 장렬하게 싸우다 죽는다. 대신들 앞에서 행한 애국애족의 명연설, 반란군에 둘러싸여 외치는 한 마디로 도승지(류승룔/허균)를 감동시키기도 한다. 대타자 광해는 장난처럼 가볍게 하면서도 그 이면에 깊은 인간애를 담고 주변을 본다. 그래서 짙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진짜 같은 절묘한 허구, 이 때문에 감탄하는 관객들이 많지만 이 영화가 단지 “그럴 듯한 팩션”이라는 이유만으로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다큐멘터리보다 허구가 더 사실처럼 가슴에 와 닿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허구는 진실을 쫓아가는 그림자도 재미만을 위한 장식물도 아니다. 작가가 허구를 만들면서 힘들여 가꾸고 숨겨놓은 메시지를 찾아 읽어야 한다. 정치나 종교의 지도자들이 국민에게 감동을 주어야 할 텐데 우리는 겨우 예술에서 감동결핍증을 풀고 있다. 대타자든 뭐든 아무나 해도 이만큼은 한다. 지도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참고] 영화 사이트에 소개된 ‘줄거리’ http://movie.naver.com/movie/bi/mi/basic.nhn?code=83893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또 한 명의 광해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왕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한다. 이에 허균은 기방의 취객들 사이에 걸쭉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을 발견한다. 왕과 똑같은 외모는 물론 타고난 재주와 말솜씨로 왕의 흉내도 완벽하게 내는 하선.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간 하선은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하룻밤 가슴 조이며 왕의 대역을 하게 된다. 왕이 되어선 안 되는 남자, 조선의 왕이 되다! 그러던 어느 날 광해군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고, 허균은 광해군이 치료를 받는 동안 하선에게 광해군을 대신하여 왕의 대역을 할 것을 명한다. 저잣거리의 한낱 만담꾼에서 하루아침에 조선의 왕이 되어버린 천민 하선. 허균의 지시 하에 말투부터 걸음걸이, 국정을 다스리는 법까지, 함부로 입을 놀려서도 들켜서도 안 되는 위험천만한 왕노릇을 시작한다. 하지만 예민하고 난폭했던 광해와는 달리 따뜻함과 인간미가 느껴지는 달라진 왕의 모습에 궁정이 조금씩 술렁이고, 점점 왕의 대역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하선의 모습에 허균도 당황하기 시작하는데.. |
출처: Poetry*Prose*Professional 원문보기 글쓴이: 두메솔 아현
첫댓글 장남을 기다리며,
"왕이 된 남자" 잘 보고 가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