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을 보니, 우리 음식을 여러나라에 급식으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대부분 아는 음식이지만, 간혹 나도 처음 보는 요리도 있다.
내가 아는 한국 음식은 밥과 고추장과 김치와 냉면 정도.
별로 음식에 대해 관심이 없던터라, 내가 봐도 신기하다. 마치 내가 외국인이 되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급식 손님 중에는 별 사람 다 있다. 채식만 하는 사람, 지방과 당을 못 먹는 사람, 밀가루를 못 먹는 사람 등.
온갖 비위를 맞추면서 그들에게 먹이는 우리 요리사들의 노고가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K 음식이 이토록 발전했나 하는 의아함도.
그러나. 내 마음 속에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 K 급식은 도시락이다.
겨울 교실의 난로위에 차곡차곡 포개어 얹어 있던 아이들의 도시락들.
교실에는 김치 익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우리는 그 냄새를 맡으면서 공부를 하면서 침을 삼켰다.
도시락에 들어있던 것은 고추장과 김치 뿐. 간혹 잘 사는 아이들은 밀가루가 많이 섞인 분홍색 소시지, 그리고 계란 부침 정도.
그 시절 먹는 것은 사치였다. 요리라고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것을 먹고도 나는 건강하게 쑥쑥 컸다.
도시락의 습과과 기억은 평생을 따라다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혼자 스스로 요리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과거의 습관으로 전부 해결할 수 있다.
간단하고 빠르고, 마치 도시락을 흔들어 먹는 것처럼, 그런 것들이 나의 요리이고 식사다.
요리하는 사람이 부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그것을 따라 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점 점 늙어가면서 나만의 것을 버리고 싶은 생각이 없다.
이래서 늙은이들은 보수적이 되는가 보다.
혹시 아집인가. 고집인가.
아무려면 어떠리. 이렇게 살다 가면 그만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