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시문화생활] 안녕,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아름다운 그대.

[AWAKE]

출처 : 여성시대 AWAKE

본문에 나오는 글은 모두 황경신 작가의 소설 '모두에게 해피엔딩'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모두에게 

해피엔딩

황경신 연애소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우리가 함께 지낸 그 계절과 우리가 담담하게 흘려보낼 수 없었던 그 시간에게도,

모두에게 해피엔딩_엘리사벳

“제가 이상한가요?

우연히 제가 좋아하게 된 사람이 그 사람이었을 뿐인데……

그리고 그 사람은 아무것도 몰라요.”

“난…… 그런 편견은 없어.아니, 없다고 생각해.

그래, 우연히 좋아하게 된 사람이 그 사람일 뿐인 거지.”

P.19 덜 사랑하는 자

소원 같은 건, 어른이 되면서 모두 버렸어.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 그건 너무 깊은 상실을 가져다준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처음부터 나의 것이 아니었던 것들은 언젠가 나를 스쳐 지나가리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P.32 덜 사랑하는 자

상실감? 아니야. 그건 감 같은 게 아니야. 그냥 상실이야. 순수한 의미의 상실.

P.43 덜 사랑하는 자

나만 아니라면, 에이의 인생은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나는 에이를 만나지 않았어야 했다.

그러나 이 아이는, 나 때문에 행복하다고 말한다. 나를 만나 기쁘다고 말한다.

나는 에이의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거기에 눈이 멀어서, 이 아이를 떠나지 못한다.

P.58 덜 사랑하는 자

비를 만났다면 지금쯤 무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을 지워버리기 위해.

그리고 마침내 비 같은 거야 어떻게 되어도 상관없어, 라는 생각이 든다.

상관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비로부터 달아날 수가 없다.

비를 완전히 잊어버렸다면, ‘비는 상관없어.’라는 생각조차 들지 않아야 한다.

P.60 덜 사랑하는 자

“오기 전에 뭘 하나 사려고 했어.

그런데……네가 뭘 좋아했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어.”

그래, 그렇겠지.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으니까.

내가 무슨 색을 좋아하는지, 무슨 음악을 자주 듣는지, 어디를 가고 싶어하는지,

하나도 알고 싶어하지 않으니까.

P.102,103 더 사랑하는 자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고, 나는 너를 사랑하므로,

내가 원하는 걸 네가 모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지.

그러니까 난 하나도 슬프지 않아.

P.103 더 사랑하는 자

비에게 편지를, 다시 쓴다.

내 마음은 이렇게 말한다.

너를 알게 된 것, 너를 만난 것, 한때나마 네가 나를 좋아해준 것,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행복하다고.

또 다른 마음은 이렇게 말한다.

그런데 왜 나는 너를 잃어야 하냐고.

잊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면서 왜 잊기 위해 애를 써야 하냐고.

P.132 더 사랑하는 자

너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고 누구를 사랑하고

무엇 때문에 슬퍼하고 어떤 일로 즐거울까.

나 없이 너는 어떻게 행복할까……

편지를 찢는다.

……너는 나의 운명 아니었니?

P.133 더 사랑하는 자

제자리. 나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나는 오래 전부터,

그러니까 철이 들기 전부터 비의 옆자리가 내 자리라고 믿고 있었다.

그걸 깨달은 것은 훨씬 후였지만.

그러나 비는 그건 네 자리가 아니야, 라고 말했다.

나는 어디로 돌아가야 하는 걸까.

P.187 모두에게 해피엔딩

어찌 되었거나 나는 먼 길을 걸어 여기까지 왔어.

윈래 그렇게 살도록 되어 있었던 거겠지.

우린 꼭 그만큼만 사랑했던 거야.

혹은 사랑이 우리에게, 꼭 그만큼만 허락했던 거야.

P.198 황경신의 남은 이야기

나 없이 행복한 그대, 아마도 이 세계는 이렇게 끝날 거야.

그것으로 족한 거야. 그리고 언젠가는 우리 모두 죽잖아, 그렇지?

안녕, 지금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아름다운 그대.

P. 199 황경신의 남은 이야기

[다시나에게로]

책 사고싶어졌어 ㅠㅠ 넘 좋다,,

[백김치]

여시 덕분에 알라딘에서 중고로 샀다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