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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오랜만에 애란이와 소아를 만나서 수다를 떨다가 갑자기 아웃백이 가고 싶은 마음에 시계를 들여다 보니 벌써 3시 55분. 날
쌘돌이처럼 뛰어서 런치를 먹느냐, 느긋하게 걸어가서 똑같은 메뉴를 더 비싸게 주고 먹느냐 그것이 문제였다. 결국 마음이
급해진 우리는 건너편에 보이는 아웃백을 향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고, 한참 신호등을 건너고 있을 때 뒤에서 들려오는 소
아의 목소리에 우뚝 자리에서 멈춰선 나.
"버섯돌이!! 애 떨어져, 뛰지마!!!!"
헐....... 쟤는 내 머리가 쇄골까지 기른지가 언젠데 아직도 버섯돌이 버섯돌이! 나 이제 버섯돌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해도
한 번 버섯돌이는 영원한 버섯돌이랜다. 게다가... 애가 떨어진다니? 어제 있었던 일을 술술 털어놓았더니 아직 확실하지도
않은 걸 가지고 벌써부터 호들갑이다. 난 임신이면 어떻고 아니면 또 어떠냐는 생각으로 아직 병원도 안 갔는데, 왠지 소아
랑 애란이는 아주 임신으로 확신하고 있는 듯. 그렇게 부부 생활을 열심히 하면, 애 10명 낳는 건 시간문제라고 놀리기까지
했다.
어쨌든, 무슨 달리기 시합하는 것도 아니고. 내가 잠깐 멈춰있는 사이 내 옆을 쌩 지나치며 보란듯이 손을 흔들고 혓바닥을
낼름거리는 소아. 정말, 내 친구지만 결코 평범한 애는 아닌 것 같다. 예전에는 저런 행동들이 마냥 귀엽게만 보였는데, 내
가 그동안 때가 많이 묻었는지 이제 그렇지도 않다.
신호등 중간에 서서 나를 앞질러 달려간 소아의 뒷모습을 보며 혀를 쯧쯧 차고 있는데 햇살이한테 전화가 걸려와 전화를 받
으면 왠일인지 기운이 잔뜩 빠져 우울한 목소리의 햇살이. 걱정되는 마음에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빠가 아프다고 지금 와
줄 수 있냐길래, 알았다고 전화를 끊고 다시 왔던 길을 돌아 김태양네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오늘 나 만난다고 돈도 안 들
고 나왔을 애란이와 소아를 위해, 얼떨결에 고아가 되서 나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친구들을 위해 오랜만에 류에게 전화를
거는 나.
-어.
"넌 애란이 전화도 그렇게 받냐?"
-아니. 용건만 말해.
"아, 재수없어..."
-할말 없음 끊어 빙새야. 나 지금 바빠.
"아, 재수없어..."
-너 심심하지?
"아니거든? 나도 바쁘거든!!"
-왜 전화했는데?
"너의 사랑스러운 여자친구 오애란님께서, 지금 아웃백에서 애타게 널 기다리고 있으셔."
-우리 란이가??
"그래, 너의 란이가!! 그러니까 하던 일 다 내팽게 치고 얼른 아웃백으로 가."
가서, 나 대신 계산 좀 해. 정작 가장 중요한 말은 속으로 그냥 삼켜버리고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 여자친구 만나러 가면서
설마 돈도 안 들고 가겠어? 아, 몰라. 알아서 하겠지 뭐. 근데 김태양은 또 어디가 아프길래...
'띵동-'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덜터덜 길을 걷다가, 문득 보이는 약국에 들려서 김태양에게 줄 뿡뿡이 비타민씨 한통을 사들고 병문
안 준비를 마친 난 햇살이에게 전화 받은지 약 20분 만에 집 앞에 도착했고. 띵동 하고 벨이 울리면 뭐가 그렇게 급한지 현
관까지 뛰어나오는 발자국 소리가 크게 들리더니, 곧 열려진 문틈 사이로 불쑥 튀어나오며 '들어와' 라고 말하는 햇살이.
"빨리왔네!?"
"응, 밖에 있었거든~ 태양이는?"
"방에."
"아... 어? 햇살아. 이거 니꺼야?"
"응?? 어어! 내꺼야. 하하. 왜?"
"아니... 그냥~"
신발을 벗으며 거실로 들어가다가 현관 앞에 놓여져 있는 빨간 구두가 시선을 사로잡아 그냥 별 생각 없이 물었는데, 왠지
당황하는 것 같은 햇살이를 보고 고개를 갸우뚱. 얼굴은 무지 귀엽게 생겼는데... 취향이 좀 독특하네. 심플하지만 어딘가
고급스러워 보이고 높은 굽 만큼이나 도도함이 물씬 풍기는 디자인. 딱 봐도 햇살이랑은 어울리지도 않고, 아직 어린 애가
소화할 수 있는 디자인도 아니였다. 그렇다고 이 집에 여자가 햇살이 말고 또 있는 것도 아니고 원래 어릴 땐 괜히 어른들
따라하고 싶은 법이니까.
방금 당황하며 하하 웃어대던 그 모습이 마치, 어릴 때 엄마 화장품 몰래 바르다가 들켰을 때 멋쩍어하는 꼬마아이 같아서
더 귀엽게 보였던 햇살이. 나랑 몇살 차이 나지도 않지만, 너무 귀여워서 생글생글 웃으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줬더니 금
방 얼굴이 빨개지며 제 방으로 쏙 들어가 버린다.
"설마... 내가 남자로 보이는 건 아니겠지..?"
닫혀진 방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걸음을 옮겨 김태양 방으로 향했다. 어차피 자고 있을 것 같아서 노크는 생략하고
그냥 들어갔더니 역시 침대 위에 누워서 이불을 꽁꽁 싸매고 잠들어있는 김태양. 혹시라도 깰까봐 조심히 문을 닫고 뿡뿡이
비타민씨를 바닥에 살며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침대에 걸터 앉으면 매트가 흔들려서 또 깰까봐 바닥에 반무릎을 하고 앉아
서 가만히 얼굴을 들여다 보는 나. 이럴 때 보면 나도 참 배려가 깊은 사람인 것 같다.
어쨌든, 정말 아프긴 아픈지 자면서도 아픈 듯 인상을 쓰고 있는 김태양을 몇 초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열이 많이 나는지
그냥 옆에만 있어도 뜨거운 열기가 느껴져 조심스레 이마에 손을 대봤더니.
"허..."
아직 안 죽고 살아있다는게 정말 신기할 정도로 열이 너무 많이 나서, 깜짝 놀랜 나머지 이상한 소리를 뱉어낸 나. 이건 내
가 온다고 되는 일도 아니였고 뿡뿡이 비타민씨를 먹인다고 되는 일도 아니였다. 이러다 정말 고열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
각에 얼른 이마에서 손을 떼고 무작정 김태양은 흔들어 깨우는데.
"아씨... 흔들지마. 머리 아파."
눈도 못뜨고 오만상을 쓰며, 쩍쩍 갈라진 목소리로 짜증스럽게 얘기하는 김태양.
"너 자는 거 아니였어!?"
"아..."
"빨리 일어나 병원 가게!! 여태 병원도 안 가고 뭐 했어!?"
"돼지..."
"응응!! 왜. 일으켜줘??"
"돼지..."
"응!! 왜!! 나 여기 있어!!"
"너 나가... 시끄러워."
"헐...."
뭐 이런게 다있어?
"너 지금 그 말 진심이야?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아니."
"웃긴 놈... 지조 없기는."
만약 진짜 나가라고 하면 아파 뒤지던 말던 다신 안 볼라고 했는데 역시 김태양은 그리 모진 놈이 아니였다. 코를 흥흥거리
며 뜨끈뜨끈한 바닥에 엉덩일 붙이고 앉아서 내가 사온 약봉지를 뒤적거려 뿡뿡이 비타민씨를 꺼내 한알 입에 넣고,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힘겹게 실눈을 뜨고 바라보던 김태양의 입에도 한 알.
"이게 뭐야."
"너 먹고 힘내라고. 도라에몽으로 사올까 하다가 뿡뿡이로 사왔어."
"...."
"근데 진짜 병원 안 가도 돼?"
"...."
"야!"
"맛 없어."
젠장... 기껏 사다줬더니. 맛있게 먹어주지는 못할 망정 초를 쳐요 아주. 아프지만 않았어도 한대 때려줬을 텐데, 아오! 주
먹을 꽉 쥐고 눈을 흘기며 김태양을 노려보다가. 눈을 감은 채로 한쪽 눈을 찡긋거리는 김태양을 나도 모르게 또 빤히 바라
보았다. 완전 수척해가지고 입술은 바싹 말랐는데... 그래도 여전히 잘 생긴 걸 보면, 진짜 인물 하나는 죽여주는 김태양.
그나저나, 정말 병원 안 가도 괜찮은 건가? 열 많이 나는데.
"밥은 먹었어?"
"...."
"먹었을리가 없지. 밥 먹을래?"
"...."
"먹을리가 없지. 진짜 병원 안 가도 돼?"
"...."
"갈리가 없지. 후우..."
어째 눈도 잘 못 뜨고 말하기도 힘겨워 보이는게 상태가 심각한 것 같지만, 만만치 않은 고집이라 병원은 가자고 해도 끝까
지 안 갈게 뻔하고, 이제 말 씹히는 것도 익숙해져서 혼자 떠드는 날 보고 살짝 웃음짓는 김태양. 아픈 와중에도 내가 웃기
긴 웃긴가 보다.
"있어봐. 수건 좀 적셔올께."
병원엔 안 가더라도 열은 내려야 하잖아. 내가 오기 전에 햇살이가 해줬던 건지 이미 다 식은 수건 하나가 베개 옆에 아무
렇게나 떨어져 있었고, 다시 올려줘야 겠단 생각에 축축히 젖은 수건을 들고 일어나려 할 때였다. 눈 하나 제대로 못 뜨고
빌빌대더니 무슨 힘이 났는지 갑자기 내 손목을 꽉 잡고 늘어지는 김태양. 순간 놀라서 쳐다보면 매마른 입술로 힘겹게 가
지말라고 말하는 바보.
여전히 눈도 제대로 못 뜨면서, 정말 놓치기 싫다는 듯 내 손을 꽉 잡고 있는 김태양을 보니, 갑갑한 마음이 또 찢어질 듯
이 아파왔다. 숨을 쉴 때마다 뜨거운 입김이 불어 나오고 잡혀있는 손목마저 데어버릴 만큼 온몸에서 열이 나는데, 그렇게
아프면서... 좀 덜 아프게 해준다는데! 넌 왜 맨날 그런 식이야. 보는 사람 마음 아프게, 미안하게. 왜 넌 맨날 니 생각만
해.
"금방 올테니까 기다려."
사실 조금 더 따뜻하게 얘기할 수도 있었는데. 너무 바보 같은 김태양이 너무 미워서 조금은 매정하게 손을 떼어내버리고
수건을 챙겨서 거실로 나왔다. 마음은 그게 아닌데, 정말 잘 해주고 싶은데. 가지말라던 그 바보 같은 말에 왜 그렇게 화
가나던지.
"다.... 나 때문인 것 같잖아."
찬물로 수건을 빨다 말고 변기에 앉아서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있다가 다시 물을 충분히 적신 다음 물이 흐르지 않을 정도
로만 적당히 짠 후 다시 방으로 들고 들어왔다. 그리고 침대 머리 맡에 반무릎을 하고 앉아서 조심스레 머리카락을 쓸어넘
겨준 뒤, 아직도 열이 펄펄 끓고있는 이마 위에 수건을 올려놓고 어깨까지 덮어져있는 이불을 다 걷어내는 나.
"추워도 조금만 참아. 이래야 열 내려가니까."
원래 열이 나면 몸은 뜨거워도 더 추운 법이지만, 몸에서 열이 많이 날 땐 오히려 다 벗고 있어야지 춥다고 꽁꽁 싸매고 있
으면 안 된다고 들었다. 어릴 때 고열로 응급실에 실려간 적이 있는데, 추워죽던 말던 옷부터 벗기고 무조건 열부터 내려야
한다며 얼음팩으로 무장을 시키더라. 안 그러면 정말 죽는다나 뭐라나.
어쨌든 심하지 않을 땐 그냥 따뜻한 곳에서 푹 자고 일어나면 거의 괜찮아지지만, 열이 너무 많이 날 땐 체내에 열이 다 빠
져나갈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옷도 안 입고 있는게 좋다고 의사선생님이 그랬다. 그래서 나도 김태양이 춥다고 인상을 찡그
리던 말던 그냥 무시하고, 갑갑해 보이는 티를 벗겨내려 하는데.
"너 뭐해."
"응? 너 옷 벗길려고."
"...."
"추워도 어쩔 수 없어. 이렇게 해야된데."
"누가."
"옛날에, 의사선생님이."
"...."
카라티에 있는 단추를 하나씩 풀러가며 얘기하다가, 흐리멍텅한 눈으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는 김태양과 눈이 마주치
고. 그냥 피해버리기 모해서 살짝 웃어주면.
"짜증나 너...."
참나. 아프다고 해서 한달음에 달려왔더니 뭐? 아깐 시끄럽다고 가라그러고! 언젠 또 가지 말라더니, 지금 뭐하자는 건데??
"나 미치는 꼴 보고 싶지."
하... 뭐래!! 아프더니 애가 이상해졌어. 맨날 동글동글 귀엽게 웃더니 왜 이렇게 시크해진 거야? 표정이며 말투며 완전 개
류 저리가라다. 괜히 말 한 번 잘못했다간 한대 맞을 분위기.
"넌 여자 애가 왜 이렇게 겁이 없냐."
"내가 뭘?"
"내가 너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아무리 아파도, 내가 너 하나 어떻게 못할 것 같애?"
"...."
"나 시험하지마."
헐..... 도대체 무슨 소린가 했다. 근데 왠지 알 것 같아서, 어정쩡하게 잡고있던 티셔츠를 스르르 놓아버리고 얌전히 바닥
에 엉덩이를 붙이는 나. 슬그머니 돌아서 침대에 등을 기대고 앉아 한참 동안 손가락만 꼼지락거렸다. 갑자기 피식 웃는 소
리가 들리더니 다시 예전처럼 장난기어린 목소리로.
"근데 이거, 계속 하고 있어야 돼? 앞머리 떡질 거 같은데."
미안하지만 벌써 떡졌거든요!? 여전히 기운은 조금 없어 보이지만 아까보단 제법 여유있는 모습. 정말 괜찮은 건지, 아님
괜찮은 척 하는 건지. 더이상 눈도 못 뜨고 빌빌대던 아까의 김태양이 아니였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다시 이마를 짚어보
면, 역시나 아직도 펄펄 끓고있는 열. 얼굴을 만져봐도 손을 만져봐도 아직 뜨겁기만 하다. 아무래도 안절부절 못하고 뻘
줌하게 앉아있는 나 때문에 분위기 바꾸려고 일부러 그런 듯.
"아... 배고파."
"목도 쉰 것 같은데... 그냥 말하지마. 억지로 웃지도 말고, 멍청아."
억지로 웃는다고 정말 괜찮아 보이는 줄 알아? 더 아프고 힘들어 보인다고 바보야.
"아프면 그냥 아프다고해. 그럼..... 한 번은 안아줄께."
친구끼리도 힘들 때 안아줄 순 있는 거잖아. 아마 아로하도 그정돈 이해할 거야. 이제 누구보다 내 마음, 더 잘 아니까.
"그럼 안아줘."
"헐. 그렇다고 바로 안아달라고 하는 건 좀 그렇다!"
"나 아파. 나 힘들어... 안아줘."
후우... 한 번 안아준다고 했다고 바로 안아달라고 하는 가벼운 자식. 근데 정말 아픈 걸 아니까. 정말 힘든 걸 아니까...
그냥 쿨하게 한 번 안아주지 뭐!! 내가 생긋 웃자, 여태까지 침대에 가만히 누워만있다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우는 김태
양. 그럼 나도 침대에 걸터 앉아서 짝짝- 손바닥을 두 번 치고 양팔을 벌리며.
"안겨!"
"내가 개냐?"
"지금이 니가 나한테 맘껏 안길 수 있는 기회야. 안겨."
"됐어. 짜증나."
"소심하긴... 안아줄께."
안아준다고 해놓고 안기라고 말하니 기대에 부흥하지 못해서인지, 잔뜩 실망한 표정으로 짜증을 내는 김태양을 보고 피식
웃어버렸다. 아픈 와중에도 삐진 척 고개를 돌려버리는 김태양을 양팔로 안고 어린아이 달래듯이 천천히 등을 다독여주면,
아무 말 없이 날 자신의 품으로 더욱 끌어당겨 세개 안는 김태양. 이러면 안 되는데 난 이 아이의 심장소리가 좋다. 그만
하라고 말하면서도, 날 향해 뛰고있는 김태양의 심장소리가... 난 너무 좋다.
"아프지마...."
"평생 아플 것 같애."
"바보... 그렇게 바보 같이 굴면 누가 상이라도 준데?"
"그럼 어떡해. 저주받은 심장이, 사랑한다는데."
"...."
김태양은 날 사랑하는 마음이 저주 받은 심장 때문이라고 한다. 말이야 잊으면 그만이지만 원래 마음이란게 말처럼 쉬운게
아니니까. 어쩔 수 없이, 날 사랑할 수 밖에 없어서 사랑하는 거라고. 그렇게 밖에 해석이 안 되는 김태양의 말에 못 이길
만큼 가슴이 답답해져 왔다.
아마 심장이 두 개라면, 분명 나도 널 사랑했을 거야. 아로하도, 너도.... 둘 다 사랑했을 거야. 누구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은데.... 꼭 한 명만 아파야 한다면, 그게 너라서 미안해.
새어나오는 한숨을 삼키고, 미안한 마음 고마운 마음 안타까운 마음 모두 합쳐서 그렇게 한참을 꽈악 안아주다가. 김태양의
열로 내 몸까지 뜨거워지는 느낌에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다시 누우라고 하니, 자신도 조금 힘겨웠는지 생각보다 순순히
몸을 눕히는 김태양. 그냥 엄마 같은 마음으로, 아픈 자식 돌봐주는 심정으로 발 밑에 걷어놨던 이불을 다시 끌어올려 대충
배까지만 오게끔 잘 덮어주고, 가만히 누워서 내 얼굴만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김태양을 향해 살며시 웃어주었다. 그리고
잠시 후, 조금 멍한 얼굴로 알 수 없는 말을 하기 시작하는 김태양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는 나.
"잘못한게 있는데...."
"응?"
"내가 어떤 사람한테, 무지 잘못한게 있는데...."
"응..."
"어쩌면 용서 받지 못할지도 모르고, 또 어쩌면 평생 미워 할지도 모르는데...."
"응..."
"비겁하게 그냥 도망가버릴까, 아님... 솔직하게 털어놓고 용서를 구할까."
"비겁한 것보단, 솔직한게 낫지 않아?"
"왜?"
"괜히 비겁하게 도망갔다가 나중에 알아버리기라도 하면, 그땐 정말 용서 받기 힘들잖아."
"아..."
"아무리 큰 잘못을 했어도,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면 다 용서해 주지 않을까?"
"그럼 다행이고."
"근데 왜? 너 무슨 사고쳤어??"
"응... 그것도 아주 대형사고."
대형사고?? 대형사고라는 말에 눈이 동그레져서 뭐냐고 아무리 따져 물어도, 나한텐 절대 알려 줄 생각이 없는지 입 꾹 다
물고 고개만 젓는 김태양. 눈을 감고 뭔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모습에 더욱 궁금증만 더해져가 알려달라고 한참을 졸라대다
가, 결국 내가 내 풀에 지쳐서 포기하고 다시 침대에 기대 앉아 김태양이 맛 없다던 뿡뿡이 비타민씨만 집어먹었다.
뜨끈뜨끈한 방바닥에 앉아 혼자 꼼지락거리고 있는 동안 김태양은 무슨 생각을 그렇게 많이 하는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깊
은 생각에 잠겨 있었고, 슬슬 먹는 것도 지겨워진 나는 엉덩이를 떼고 일어나 어슬렁 어슬렁 방 안을 돌아다니다가 책상 위
에 올라와 있는 것들을 괜히 한 번씩 다 들춰보기 시작했다.
도대체 이런게 여기 왜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원래 스케치북이 쌓여있던 자리에 대신 자리잡고 있는 수많은 잡지책들. 게중
에는 정말 어이없게 주부생활 잡지 책도 있었고 말로만 듣던 그 유명한 플레이 보이 잡지 책도 있었다. 그리고...
"어...??"
잡지책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띄는 다이어리 하나. 내 것과 똑같은 디자인의, 좌물쇠가 달린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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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유부녀다보니 ㅠ 연휴동안 컴퓨터를 못할 거 같아요.
뭐 잠깐잠깐은 할 수 있겠지만, 앉아서 소설 쓸 시간은 없을 것 같다는 ㅠㅠ
그래서 아마 다음편은 많이 늦어질 것 같기도 한데 그래도 기다려주실거죠? ㅠㅠ
거의 끝이 다와가는데, 요즘 힘들어서 그런가 인제서 슬럼프가 오네요 ㅠㅠ
암튼 미리 인사드리고 갈께요. 설 잘 지내세요~~ ♡
(업쪽 = 숫자)
첫댓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으허허허허허허허어어엉 태양아 아프지마련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태양이가 아픈게 웃기신 건 아니죠? ㅠㅠ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
저 다이어리에 뭔가 있는건가여??
123 업쪽 주세요 ㅋㅋㅋㅋ
넵 업쪽 드릴께요 ㅋㅋㅋㅋ 그리고 다이어리..... 글쎄요? ㅋㅋㅋㅋㅋㅋㅋ
설 잘 보내세요오오오오 !!! ㅎㅎ 태양이가 아프네용 ㅠㅠ 태양가 내가 호~~ 해주겠엉 ㅋㅋㅋ 일루와 우쭈쭈쭈 ㅋㅋㅋ
우쭈쭈쭈 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태양이 좀 위로해주세요 ㅠㅠ 님두 설 잘 지내세요~~
저번편에 모르고 댓글을 안달았네요 ㅋㅋㅋ 태양아 아프지마 ㅠㅠㅠㅠㅠ 저주받은 심장이래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작가님도 설 잘지내세요!! ㅋㅋㅋ
넵 감사합니다! 설 잘 지내시구~~ 다음편에서 꼭 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3 어? 저 다이어리 뭔가요??? 왜 지애랑 똑같은 디자인의....... 악 넘 궁금해요ㅠㅠ 태양이 아프지 않게 해주셔용...ㅠㅠㅠㅠ
ㅋㅋㅋㅋㅋ 태양인 지금 마음의 병이... ㅠㅠ ㅋㅋㅋㅋㅋㅋㅋㅋ
태양이는 맨날 아픈거 같아요ㅠㅠ아진짜 불쌍하고 마음이 아프네용ㅠㅠㅠㅠㅠㅠㅠㅠㅠ우어어어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태양이가 아프고 불쌍한 상황에서도 아로하 생각이 나는건 뭥미.....ㅋㅋㅋㅋㅋㅋㅋ태양이 상태가 저런데도 아로하가 안나와서 안타까운기분이 드는 전... 정말ㅋㅋ못된것 같네요;;;^^ ㅋㅋㅋ저 다이어리에 ㅠㅠㅠ설마 태양아 적어놓은건 아니지??????? 적어놨으면 지애가 보기전에 초인적인 힘을 발휘해서 지애가 보기전에 빼앗아버려!!!ㅋㅋㅋㅋㅋ만약 밝혀지면ㅠㅠㅠ흐어엉!!!! 설 잘 보내세요!!!!^^ 담편 기다려요~~
태양이는 지애 때문에 ㅠ 마음이 아프다보니 몸까지 ㅠㅠ ㅋㅋㅋㅋㅋ 이런 상황에서도 아로하가 생각나신다니 ㅋㅋㅋㅋㅋ 로하가 글케 매력있나용? ㅋㅋㅋㅋ 그리고 저 다이어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우우. 뭔가 하나 나와야겠는데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다~~ 설 잘 보내세요!!
태양이 불쌍해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쵸 ㅠㅠ 아프지 않게 응원해주세요 ㅋㅋㅋ
123 오늘은 로하가 안나왔네요 ㅠ 다이어리에 이제 무슨 비밀이 또 있을지 궁금하네요,,
아 그러고보니 정말 ㅋㅋㅋㅋ 저 로하 안 나온거 생각도 못하고 있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허걱
작가니임~ㅠ
제가 너무 무심했나요 ㅠㅠ ㅋㅋㅋㅋ
7 저 다이어리 뭔가.ㅠㅠ 궁금해요!
ㅋㅋㅋ 별거 아닐수도 있는데 일이 너무 커진듯 ㅠ ㅋㅋㅋㅋ 담편도 기대해주세용
7 저다이어리.. 뭐까아아~~ 슬럼프 극복하세용!! 화이팅이용!!! ㅋㅋㅋㅋ 설날 잘보내시구용~!!!!!!!!!!!!!!! 태양이가 완전 힘들어보영 ㅠㅠ 힝 ㅠㅠㅠ
ㅋㅋㅋㅋ 슬럼프는 극복하라고 있는거니까 ㅠ 감사합니당 ㅋㅋㅋㅋ
1. ㅋㅋㅋ 재밌어요~!!!! 근데 다이어리 뭘까요....????
그러게요. 뭘까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아직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ㅋㅋㅋㅋ
7 무슨 다이어리일까요?
무슨 다이어리일까요? ㅋㅋㅋ 아직 저도 잘 모르겠어요 거기에 어떤 내용을 집에 넣을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다이어리라니??ㅋㅋㅋㅋㅋㅋㅋㅋ무슨다이어리를말하는걸까요?ㅍ 아아아설마아직또뭔숨겨진이야기가있는건가?ㅋㅋㅋㅋㅋㅋ뭐그런건ㅇ환영이지만.근데태양이는맨날아프나봐요ㅠㅠ 그렇게아파가지고어디떠날수는있을런지.뭐떠나는걸바라는것은아니에요!!ㅋㅋㅋㅋㅋㅋㅋ그냥떠난다고했는데맨날아프니까...지애나태양이나맨날만나면분위기가급다운되는게.어쩔수없나봐요그건도통웃음이나질않은니.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또웃음이안난이유는로하가없어서!!ㅠㅠ 이번편에는로하가빠졌네요?아내가제일좋아하는로하인데,괜찮아요그래도.담편에는나오겠죠?담편도기대할게요!설잘보내고오세요~~
ㅋㅋㅋㅋㅋ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 저도 아직 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완전 대책없죠 ㅠㅠ 일단 지르고 본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 태양이, 지금 괜히 아픈 거 아니에요 ㅠㅠ 지애를 잊으려고 하니 마음에 병이나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몸도 아픈거에요 ㅋㅋㅋㅋㅋㅋ 으아아. 처음엔 태양이 나와도 이렇게 우울하진 않았는데, 요즘은 계속 이러죠 ㅠㅠ 그래도 언젠간 다시 해피모드로? ㅋㅋㅋㅋ 네 로하가 빠졌어요 이번편엔 ㅠㅠ 담편에 아마... 나올 거에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합니당 설 잘보내세요~~ 전 아직 회사라는 ㅠ
245 궁금해요 ㅋㅋ
ㅋㅋㅋ 감사합니당 담편도 기대해주세요
123 재밌어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ㅋ
요즘 제가 어린이집에서 일한다고 ㅠㅠ컴터도 제대로 못해서 이제 다본것같네요ㅠㅠㅠ아정말! 여기서 태양이랑 지애 남매라는거 들키는게 아닐까요.........헐설마........ㅋㅋㅋㅋㅋㅋㅋㅋ다래끼가나서 병원갔다왔는데ㅠㅠㅠ이게 치료가안되네요 ㅋㅋㅋㅋㅋ혹시째야하는걸까요 ㅠㅠ아이런걸 왜 여기서 얘기한데?ㅋㅋㅋ 얼마나 힘들고 심심했으면 ㅠㅠㅠㅠㅠ어쨌든 소설은 정말 재밌게 읽었어요 ㅋㅋㅋ
아, 어린이집에서 일하세요?? 제 친구도 어린이집에서 일하는데 ㅋㅋㅋ 힘드시죠? ㅠㅠ 애들보는게 참 쉬운게 아닌데 ㅠ ㅋㅋ 다래끼... 헐 ㅋㅋㅋㅋㅋㅋㅋㅋ 치료가 안되면 어떻게 하라는 거죠? ㅋㅋㅋㅋ 다른 병원 한 번 가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소설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당 ㅋㅋㅋ
123괜찮아요연휴후유증까지다풀리고돌아오셔도되요 ! ! ! 이번엔아로하가한번도나오지않앗네욬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보고싶어요 ! 저다이이러혹시예전에둘이사귈때쓰던다이어리아닌가요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무튼몸이랑정신이랑다낳아서돌아오세요 !
그러게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번편에 로하가 안나왔는데 전 그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 다이어리.. 아마 그럴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감사합니다 ㅠㅠ 담편에서 뵈용 ㅋㅋㅋ
7777어우 저쪽지보고 보려고하는데 출발하자고 해서 후닥 꺼버렷네용..ㅋㅋㅋㅋㅋㅋ이번편 잘보구 갑니다~태양인 아직 갈팡질팡?어케 될지..!다음편 기대할게요~설 잘 보내셨기를 바라구요~ㅎㅎ 슬럼프 이겨내시고~다음편에서 뵈요!ㅎㅎ
출발 ㅋㅋㅋㅋ 아 저도 그런적 있어요 ㅋㅋㅋㅋ 설은 잘 보냈어요 ㅠㅠ 헨노님도 잘 보내셨죠? ㅋㅋㅋ 다음편이 어떻게 될지... 아, 저도 궁금하네요;; 아직 생각한 것도 없고 막막 ㅠㅠ 담편에서 뵈요!! 감사합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