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킹 등으로 인한 전방십자인대 부상 환자들이 물어오시는 질문이 많아서 다친 다음 초기 대응에 대한 일반적인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당장 해야 할 응급 처치
인대 손상은 관절이 빠진 탈구(dislocation)만 아니면 무지하게 급한 응급 상황은 아닙니다. 일단 응급실을 방문하거나 집에서 간단한 부목 이나 보조기 등으로 고정시키고, 의사와 약속을 하여 직접 만나 부상의 정도가 판단될 때 까지,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상식적인 응급 처치를 하면 되겠습니다.
전방십자인대 손상 후의 응급 처치는 일반적인 부상의 응급 처치와 다르지 않습니다. 즉, 'RICE'라고 불리는 조처를 하면 됩니다.
Rest(휴식), Ice(냉찜질), Compression(압박), Elevation(거상, 올리고 있기) 의 앞 글자만 따서 만든 용어인데요, 특별한 것이 아니고 우리가 다쳤을 때 상식적으로 하는 치료들을 이야기 합니다. 즉, 쉬고, 얼음 찜질 하고, 압박 붕대 감고, 다리를 올리고 있는 등의 방법으로 다친 직후 붓기가 진행되고 염증이 심해지는 것을 막아보자는 방법입니다. 이 중 냉찜질은 2-3일 경과하여 붓기가 안정되고 나면 따뜻한 찜질로 바꾸는 것이 순환을 촉진시키는 목적에서 더 낫겠습니다.
2. 누구를 찾아가야 하느냐?
전방십자인대 손상은 운동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겐 매우 실망을 주는 부상입니다. 거의 모든 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무릎 관절을 잡아주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인대이고, 인대 손상은 근육이나 뼈와 달라서 자연 치유 능력이 매우 떨어지고 수술 등의 인위적인 조작에 의한 효과가 극적이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인대 손상의 치료의 방법은 해가 다르게 변해왔고(치료 방법의 종류가 많다는 것은 모두 시원치 않다는 이야기와 거의 같습니다.) 의사들 마다 의견도 분분하여 환자가 혼돈을 일으키기 쉬운 그런 부상입니다. 그래서 이런 부분, 즉 정통한 의사에게 가더라도 치료 효과가 극적이지 않다는 점을 노려 의료 사기꾼 들이 자주 설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운이 없게도 다쳤을 경우에는 완전하지는 않더라도 현재 까지 알려진 방법 중 해당 환자에게 가장 도움이 될만한 방법을 골라서 적용할 수 있는 지식과 기술을 가진 무릎 전공의 의사에게 찾아가는 것이 가장 상식적인 대응이 되겠습니다. 특히 무릎 인대 부상은 수술해야 하는 환자를 가려내야 하기 때문에, 뭘 하던 간에 시간만 지나가는 좋아지는 일반적인 염좌(삔 것)와는 다릅니다. 따라서 수술의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이를 가려낼 수가 없고, 결국 일반적인 가벼운 환자들과 동일한 증상 처방을 하게 되어 결국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는데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어쨌든 무릎을 전공한 정형외과 의사의 손을 빌려, 할 수 있는 분을 처리한 다음 '남이 해줄 수 있는 것은 최선의 방향으로 다 했으니 이제는 내가 해야 될 부분만 남았다.'는 생각을 가지고 노력을 하시면 최선의 치료를 하게 되는 것이고, 그런 분 들이 경과가 가장 좋은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3. 병원에 찾아가서 겪는 일
인대 손상에 대한 진단은 복잡한 진단 기기 보다도 경험 많은 의사가 만져보고 흔들어 보는 감이 가장 큰 역할을 합니다. 특히 무릎의 경우는 90% 이상 여기에서 진단이 이루어집니다. 또 무릎 인대 부상 후에는 관절 안에 피가 고이게 되므로 이 피를 주사기로 뽑는 조작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진찰 할 때 의사가 좀 아프게 만들기도 하는데, 이해하셔야 합니다.
그 다음 객관성을 확보하고 동반 구조물 들의 손상 여부, 정확한 위치 등을 판단하기 위하여 보조적인 수단으로 X-ray, MRI 등의 기계가 동원되기도 합니다. 하자는 대로 따르고 같이 보시면 됩니다.
때에 따라서는 보조기(brace)나 요즘은 잘 안 쓰지만 부목(splint), 석고(cast) 등으로 고정을 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의사들 마다 경향이 다릅니다만 요즘은 최소한의 고정만 시키는 것이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전방십자인대 단독 손상일 경우엔 고정이 별로 큰 역할을 하지 못합니다.
소염 진통제 계통의 약을 처방 받게 됩니다.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부분이 아니므로 주는 대로 드시면 됩니다.
이런 진단 절차와 처방을 받은 다음 앞으로 겪어야 할 일에 대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4. 향후 계획
역시 환자가 가장 궁금한 것은 '수술을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 수술이라는 것은 끊어진 인대를 대체 인대로 재건하는 '인대 재건술'을 이야기합니다. 과거에는 인대를 그냥 꿰매는 수술도 많이 했었고 아직도 이 방법을 계속 쓰고있는 곳도 있지만, 오래 지나면 예후가 좋지 않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요즘은 재건술을 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많이 하고는 있지만 역시 고 난이도의 수술에 속하는 기술입니다.
그런대 이 수술 여부는 특이하게도 다쳤을 당시 결정하지 않고 좀 시간을 두고 결정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전방십자인대가 끊어진 환자들이 이 인대가 없이 겪는 '자연 경과'가 사람 마다 차이가 많고, 인대 재건 수술을 하더라도 좀 늦게 하는 것이 경과가 더 좋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 진찰을 받은 다음 수 주 후에 재 방문 하여 진찰을 받으라는 지시를 받게 됩니다.
수술 할거냐 말거냐를 결정하는 데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 들이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 전방십자인대 손상 부위
: 뼈를 물고 떨어진 경우가 간혹 있는데, 이 경우는 수술 하면 경과가 좋으므로 수술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 무릎이 불안정한 정도
: 진찰 상 무릎이 앞으로 많이 빠지고, 돌아가는 현상(pivot shift phenomenon)이 있으면 수술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원래 무릎이 느슨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런 사람이 끊어지면 더 많이 빠지고 수술할 가능성이 많게 됩니다.
- 동반 손상 여부
: 내/외측부인대, 반월상 연골판 등이 같이 다쳤으면 수술해야 할 가능성이 커집니다.
- 나이와 활동력
: 사실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젊고 활동적인 사람일 수록 적극적으로 수술을 생각을 해야합니다. 예를 들어 집에서 쉬시는 할머니가 인대가 끊어졌다고 해서 수술하지 않는 반면, level I, II의 운동 성향을 계속 즐기길 원하시는 분 들은 수술을 적극적으로 해야 합니다.
#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 운동을 구분하는 방법을 보겠습니다.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무릎에 대한 위험도를 생각한다면 운동 행위를 다음과 같이 구분합니다.
Level I (high risk activity)
- 도약(jumping), 방향 전환(pivoting)이 많고, 고르지 않은 바닥에서 하고, 예측 불가한 동작이 많이 일어나는 운동
: 스키(고난도 동작), 농구, 축구, 미식 축구, 배구
Level II (medium risk activity)
- 방향 전환 동작이 들어가지만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 주로 일어나는 경우.
: 스키(중간 난이도 동작), 테니스, 라켓볼, 골프
Level III (low risk activity)
: 자전거, 수영, 기구 웨이트 트레이닝, 계단 오르기, 노 젖기 등
결국, 도약(jumping), 방향 전환(pivoting), 고르지 않은 바닥 등이 전방 십자인대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는 것입니다. 스키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급사면 숏턴, 모굴 스킹, 졈프, 에어 등의 동작 들은 level I 즉, 고 위험도(high risk activity)의 동작에 속하겠고, 고른 사면에서 규칙적인 회전만 반복되는 경우의 스킹이라면 level II의 위험도로 내려가는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런 요소들을 보아서 인대 재건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데 그 결정 시기를 일부러 미룬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어짜피 수술을 하게 되더라도 염증이 줄어 들고 관절 운동 범위 및 근력이 돌아온 다음 하는 것이 예후가 좋고, 그런 상태에서는 무릎의 진찰이 더 용이해지므로, 보통 4-6주 정도 지나서 그런 시기가 되었을 때 다시 진찰을 하고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때도 결정하기가 힘들면 수 개월 이상 더 늦추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정도 시기면 이미 일상 생활이 가능해지고, 그러면서 문제를 실제로 일으키는지 보아가며 결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두고 본 결과 무릎이 덜컹거려 안되겠다 싶으면 수술 하면 되는 것이니까요.
다른 한 가지 선택은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인데, 일단 관절경을 이용하여 들여다 보는 것입니다.
관절경(arthroscope) 수술은 이제 수술이라기 보다은 검사라고 하는 것이 좋을 만큼 보편화되었습니다. 마취가 필요하긴 하지만 몇 개의 작은 구멍을 통해 관찰만 하는 경우 당일 퇴원이 가능하기 때문에 일단 무릎에 피가 고이고 전방십자인대 손상이 의심되면 조기에 관절경으로 들여다 보아서 인대의 손상 정도를 판단하고, 연골판 손상 등을 처리하여 앞으로의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방법을 써볼 수도 있겠습니다.
5. 초기 진찰을 받은 후 기다리면서 해야 할 일
초기 진찰을 받은 다음 그냥 기다리면 안됩니다. 적극적인 재활 훈련을 바로 시작하여야 하고 이것은 수술 여부와 상관 없이 진행되므로 누구에게나 해당됩니다. 재활 목적의 운동은 심하게 이야기하면 다친 순간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고 재활 운동에서 경과가 크게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는 의사들이 설명을 소홀이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사실 운동에 대해서는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물리치료실에 있는 인원들도 마찬 가지입니다. 각자가 좀 공부를 하셔서 독하다 싶을 정도로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통상 인대 손상 후의 재활 프로그램은 3 phase로 나눌 수 있습니다.
phase I : 통증과 염증을 줄이는 시기
phase II : 근력 강화 시기
phase III : 원래의 활동 수준(functional level)으로 돌아가는 시기
Phase I에 해야 할 일은 다음과 같습니다.
RICE 치료 : 앞에 설명한 Rest(휴식), Ice(냉찜질), Compression(압박), Elevation(거상) 등으로 요약되는 치료입니다. 이때 휴식의 의미가 중요한데요, 마냥 쉬면 근육이 빠른 속도로 약화되기 때문에 되도록 고정 기간을 줄이고 반기브스 등으로 고정을 했다 하더라도 등척성 운동으로 근육의 위축현상을 막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릎의 경우 소위 QSE(Quadriceps Setting Exercise, 대퇴사두근 강화운동), leg raise exercise 등을 시행합니다.
참고로 QSE의 방법은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하루에 2-3회(식사 후 한차례씩 하면 잊지않고 하기 쉽습니다.) 시행합니다. 누운 상태에서 발목을 머리쪽으로 제끼고 무릎을 편 상태로 바닥에서 약 15cm 만 들어올리면 허벅지 근육에 힘이 들어갑니다. 이렇게 근육에 힘을 주어 짜내는 기분으로 10초간 유지한 후 내려놓고 반대쪽도 시행합니다. 이렇게 양쪽에 대해 시행한 것을 한번으로 하여 약 50회 시행하면 되겠습니다. 너무 가볍다 생각되면 0.5-1kg 정도의 모래주머니를 발목에 감고 들어도 괜찮습니다.
leg raise는 그야말로 무릎을 펴고 다리 전체를 번쩍 번쩍 드는 운동입니다. 무릎 주변 뿐 아니고 hip 관절 주변의 근력을 유지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Phase II (근력 강화 시기)
시기를 못박기는 어렵지만 1-2주일이 지나면서 염증이 줄어 들고 통증이 줄어들면 바로 운동을 시작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고 여기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사람과 시간만 보내는 사람과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이 시기에 해야 할 일은 저항 운동 즉, 웨이트 트레이닝과 유산소 운동 등으로 구성된 본격적인 근력 운동 및 지구력 운동 및 관절 운동 범위를 증진시키는 스트레칭 등입니다.
단 막무가내로 하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입니다.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말이죠.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인대 치료에 경험이 많은 사람이어야하고 그것을 시키는 사람은 근력 운동을 잘 알고있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우선 인대 치료에 경험 많은 사람은 당연히 무릎 전공의 정형외과 의사인데 운동 종목 별로 개념이 있는 사람은 매우 드뭅니다. 그 다음 근력 운동, 특히 재활에 속하는 근력 운동을 잘 알고있는 사람을 만나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이 과정을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사람들이 물리치료사(physiotherapist)인데, 사실 국내의 경우 대부분 본격적인 웨이트 트레이닝의 원리에 익숙치가 않으므로 아주 기초적인 운동이나 찜질류의 물리치료 수준에서 벗어나질 못하죠. 웨이트 트레이닝의 원리를 알고있는 선수 트레이너(athletic trainer)나 보디빌더(body builder)들은 대신 환자에 대한 지식이 없으므로 무리를 할 가능성이 있구요. 또 이러한 운동을 위해서는 본격적인 재활 체육관(rehabilitational Gym)이 필요한데 이러한 인원, 시설 및 시스템을 갖춘 곳은 찾기가 어렵습니다.
어쨌든 이때 환자들이 궁금해 하지만 물어보아도 의사들이 대답을 잘 안 해주는 부분들을 보면,
- 언제부터 딛고 다녀도 되는지
- 목발은 언제까지 짚어야 하는지
- 보조기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 아픈 범위를 넘어서 움직여도 되는지
- 자전거 등의 운동 기구를 사용해도 되는지
- squat, leg extension & flexion machine을 이용한 기구 운동을 해도 되는지, 또 어느 정도 까지 해도 되는지
등등 입니다.
하나씩 살펴보면,
- 언제부터 딛고 다녀도 되는지?
: 체중 부하의 문제인데, 딛는 것은 원칙적으로는 다친 직후라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다친 직후 통증이 심한 상태에서 무리하게 딛고 움직이려 하다 보면 넘어져 다른 부상을 입게 될 우려가 있으므로, 처음에는 병원에서 준 재활용 보조기를 착용한 상태로 목발을 짚고 걷는 연습을 하다가, 다리의 움직임이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하면 그냥 딛고 다니면 되겠습니다. (보조기, 목발 등은 필요 없을 수도 있습니다.)
- 목발은 언제까지 짚어야 하는지?
: 위의 이야기에 포함되는데, 정확히 정하기는 어렵지만 사용한 경우라도 근력이 따라주는 시기에 제거하면 됩니다. 보통 2주 이전이 됩니다.
- 보조기는 언제까지 해야 하는지?
: 전방십자인대 단독 손상의 초기 단계엔 보조기가 별 역할을 하지 않지만 환자가 신뢰감을 갖기 때문에 종종 사용합니다. 만일 보조기를 처방 받았다면 목발의 효용이 없어지는 시기 정도에 자연스럽게 떼면 되겠습니다. 혹시 수술의 가능성을 생각해서 버리지 말고 보관은 해놓아야 하겠습니다.
- 아픈 범위를 넘어서 움직여도 되는지?
: 전 범위에서 움직여도 됩니다. 단 처음엔 아파서 힘들기 때문에 점차 운동 범위를 증가시켜 가면 됩니다. 어쨌든 운동 범위는 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에 약간씩 아픈 범위를 넘어가면서 노력을 하셔야 합니다. 운동 범위를 늘이기 위해서는 보통 앉거나 누워서 뒤꿈치를 바닥에 댄 상태로 자신의 힘으로 무릎을 천천히 구부렸다 폈다가 하는 운동을 합니다.
- 고정 자전거 등의 운동 기구를 사용해도 되는지?
: 유산소 운동에 해당되는 운동(stationary bicycle, rowing machine 등등) 들은 되도록 빨리 시작하여야 합니다. 근육의 전반적인 지구력을 늘려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데 한 번 퇴화되고 나면 되살리기가 무척 어렵기 때문입니다. 통증 및 부종이 줄고 무릎이 최소 90도 정도는 구부러지는 시기에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무리하지 말고 약 10분 정도로 시작해서 30분 정도 까지 늘리면 됩니다. 속도는 저속으로 하도록 하고 발이 가장 낮은 위치에 닿았을 때 무릎이 20-30도 정도 구부러지는 위치로 의자를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 squat, leg press machine, leg extension & flexion machine을 이용한 기구 운동을 해도 되는지, 또 어느 정도 까지 해도 되는지
: 무릎 주변의 근력 강화를 위한 본격적인 웨이트 트레이닝 즉, 등장성 저항운동을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목적은 역시 수술 후 발생하는 무릎 주변 근육의 위축현상을 최소화하려는 것입니다. 고정 자전거와 같은 유산소 운동과 마찬가지로 어느 정도의 근력이 회복되어 다리를 콘트롤 할 수 있게 되고, 운동 범위가 90도 이상 구부러지기 시작하는 시기 정도에 시작하는데 그 시기는 역시 2주 전후가 됩니다.
처음엔 leg press machin, hamstring pull, toe raise 등의 안전한 운동(이런 식으로 발을 땅이나 기계에 붙이고 하는 운동을 '폐쇄 운동 사슬 운동(closed chain exercise)'이라고 하고 이런 운동을 매우 조심스럽게 하시는 것이 초기엔 최선의 운동입니다.)부터 시작하고, 이후 squat, leg curl, extension machine 등을 이용하여 강도를 높인 운동을 시작합니다. 이어 운동에 적응하게 되면서 무게를 점차 올려갑니다. 무릎을 완전히 편 상태에서 힘을 버티는 동작(locked position 이라고 합니다.)은 항상 피하도록 합니다.
이런 운동을 위해서는 역시 시설이 필요하고 매일 매일 옆에 붙어서 자세를 봐 줄 수 있는 트레이너가 꼭 필요합니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환자가 하던, 건강한 사람이 하던 간에 자세가 가장 중요합니다. 혼자 하면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 되기 쉽고 오히려 부상으로 갈 우려가 많기 때문에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되죠. 프로그램부터 전문가와 상의해야 합니다.
Phase III는 선수들의 훈련장을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시기에는 근력 강화 운동 및 지구력 운동을 계속 하면서 원래 하던 운동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 무릎을 다친 사람의 경우 걷기(walking) -> 직선 달리기(straight running) -> 뛰면서 방향 전환 (cutting), 도약(jumping) 등의 연습을 점진적으로 진행시켜 스킹 동작에 대비해야 합니다. 또 파워, 민첩성, 평형력 등을 키우기 위한 플라이오메트릭 운동(plyometric exercise), 크로스 트레이닝(유사 동작 운동) 등을 다양하게 시행합니다.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일상 생활로 복귀를 하고 중간 중간 의사에게 찾아가 상황을 점검 받습니다. 그 결과 생각 보다 일상 생활에 불편이 없고, 크게 흔들리지 않고있다면 수술을 더 미루고 계속 재활 운동에 의한 노력을 하면서 원래 목표로 하던 종목의 운동으로 가볍게 복귀를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운동을 포기하고 살겠다는 분도 있겠지만 선택의 대상에 넣지 않겠습니다.)
그 결과 운동을 하는 데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면 수술 안하고 그냥 지내면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전방십자인대 손상을 입은 환자의 상당 수는 시간이 지나면서 무릎이 불안정한 증상을 일으키게 됩니다. (이 부분은 연구 마다 수치가 많이 달라서 일괄적으로 이야기 하기가 어렵지만 반 수 이상이 운동 중에는 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level II activity 이상의 운동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운동에 대한 강도를 조절해 보아서 도저히 그대로는 안되겠다 싶을 정도면 수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 상황에서는 빨리 결단을 내리는 것이 좋은 것이, 운동하면 무릎이 자꾸 빠지는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쉬면 좀 나아졌다고 해서 그냥 참고 견디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 결과는 흔들리는 무릎으로 인해 안에 있는 연골, 연골판 등의 중요한 구조물들이 점점 추가로 손상을 받아 나중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런 과정은 보시다시피 의사 혹은 환자 한 편에서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성질의 치료가 아닙니다.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의사와 터놓고 상의하여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방십자인대 손상 환자들에게 good news와 bad news가 같이 있습니다.
먼저 Good news는 지금까지 수 많은 상급자 스키어들이 이 손상을 입었었고 적절한 치료를 받은 후에는 상급자 스키어로서의 활동을 계속했다는 것입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피카보 스트리트(Picabo Street)입니다. 98년 나가노 올림픽에서 super-G 금메달을 딴 씩씩한 아가씨입니다. 이 아가씨 정말 겁이 없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양쪽 전방십자인대 재건술을 모두 받았던 경우입니다. 수술 받고 채 1년이 되기도 전에 금메달 땄습니다. 비디오와 책으로 유명한 Lito Tejada Flores 할아버지도 재건술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80년 사라예보 동계 올림픽의 영웅 필메어(Phile Mahre)도 수술 받은 이후 금메달을 딴 경우입니다. 당시만 해도 미국에서 조차 수술하면 선수 생명은 끝이라는 의견이 많을 때였습니다. 그 외에도 무척 많습니다.
한편 Bad news는 모든 수술이 그렇듯이 아무리 치료가 잘되었다고 하더라도 원래 끊어지기 전 자신의 인대와 기능이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이고, 수술을 하던 안 하던 간에 원래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다친 후 그냥 시간만 보내시면 절대로 원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없습니다. 재활 과정이 성공의 90%를 좌우한다고 예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적절한 시설 및 인원이 없다는 것입니다.
운동 선수 뿐만 아니고 일반인 들의 경우에도 운동 중 일어난 부상의 치료는 해당 운동을 염두에 두고 진행이 되어야 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부상 전 후에 일어나는 일을 고려하지 않고 진단 이나 수술만 달랑 끝내고는 할 일 다했으니 나 몰라라 하는 의사나, 무조건 운동하지 말라는 소극적인 이야기만 반복하는 의사는 진정한 스포츠 메디슨 의사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야구 선수를 치료하는 의사는 야구 중 일어나는 동작에 정통해야 하는 것이고 스키 선수를 치료하는 의사는 스키 장비, 기술 등을 알고있어야 다친 상황을 분석할 수 있고 수술 후에도 복귀하기 위해서 겪어야 할 과정과 비젼을 제시할 수 있는 것입니다. 또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총괄할 수 있는 시설이 뒷받침 되어야 하고 이를 지시 감독 하기 위해서는 물론 의사가 전문 트레이너까지 되어야 할 필요는 없겠지만 기초 운동학적 지식을 포함한 광범위한 지식 및 경험은 필수적인 것입니다.
아무쪼록 전방십자인대 손상을 당하신 분 들은 위의 모범적인 예들을 참고하셔서 '누구는 다친 다음 금메달도 따는데, 즐기려고 타는 스키 정도 못 탈 리가 있나.'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노력하시면 다음 시즌엔 반드시 스키장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Orthopaedic surgeon, Medical correspondent
Univ. of Vermont, Department of Orthopaedics
Division of Sports Medicine
“넘어져서 미끄러지다가 일어나려 하지 마세요.
넘어지면 손을 앞으로 가져가고 다리를 모으세요.
전방 십자 인대 끊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ACL Awareness Program –
“스키 장비 전문점에 가서 장비 검사하시고,
바인딩 이탈 수치를 표에 맞게 조절하세요.
다리 부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 Check it out! -
“Serious & Safe Ski for Everybod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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