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 월요일 저녁.
퇴근하고 사당역으로 갔다.
우리 가족들이 만나기로 했다.
평균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는데 이번엔 아들이 예약한 참치집에서 모였다.
싱싱한 참치에 소주도 한잔씩 나누며 즐겁게 대화를 나눴다.
대화 중에 아들이 SBS에서 '더 솔져스'라는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는데 보셨느냐고 물었다.
나는 그런 프로가 있는 지도 몰랐다.
TV와는 거의 담을 쌓고 사는 스타일이라 알지 못했다.
나도 관심있는 분야라 집에 돌아와서 자료를 찾아보았다.
매주 금요일 밤 11시 10분에 방영하는 '밀리터리 프로'였는데 이미 1화, 2화는 끝난 상태였고, 오늘이 3화를 방영하는 날이었다.
그래서 1-2화는 돈을 내고 TV 다시보기를 통해 면밀하게 시청했다.
특수부대 출신자들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리얼 어드벤처 프로그램'이었다.
과거에 방영되었던 '강철부대'와는 프레임이 확연하게 달랐다.
월드 밀리터리 서바이벌 대회에 파견하기 위한 대한민국 특수부대원들의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형식이었다.
알파, 브라보, 찰리, 델타,
이렇게 4개 팀을 이끄는 팀장들의 국적도 모두 달랐다.
한국(707), 미국(Green Beret), 영국(SAS), 스웨덴(SOG)이었다.
각국의 최정예 특수부대에서 15-20년간 장기복무를 했던,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찐 베테랑들이었다.
팀원들로 참가한 대원들도 대한민국 각군에서 내로라하는 최고의 요원들이었다.
육군에선 특전사, 707, 정보사, SDT 출신들이 나왔고, 해군에서 해병대 특수 수색대, UDT, SSU가 나왔으며 공군에선 CCT 요원이 참가했다.
(나의 모 부대였던 '해병대 특수 수색대' 대원들이 더욱 잘 해주기를 바라는 건 인지상정이지 싶다)
'강철부대' 프로그램에선 존재감이 없었던 정보사와 CCT 출신 대원들이 새롭게 등장해서 훨씬 더 인재풀이 다양해졌다.
기상천외한 미션들이 줄을 이었다.
흥미진진했다.
지금까지는 도입단계라 기초체력을 체크하는 수준이지만 앞으로는 육해공을 아우르는 전천후 고강도 미션들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내 가슴이 뛴다.
그것도 매우 뜨겁게 뛴다.
가공되거나 연출되지 않은, 숫컷들의 진짜 진검승부가 펼쳐지고 있다.
매 장면마다 날것 그대로의 콘티가 철철 넘쳐 흘렀다.
좋다.
20-30년 전엔 특수부대 출신 대원들의 이런 '밀리터리 프로그램'이 없었다.
요 근자에 부쩍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그래서 나는 무척이나 아쉽다.
과거에도 이런 류의 프로가 있었다면 나는 만사를 제쳐두고 참전했을 것이다.
현재 2030 세대들의 건강한 '피지컬'과 강인한 '멘탈'이 부럽다.
곧 이순이 되는 우리는 몸과 정신의 퍼포먼스가 청년들에 비하면 아주 형편 없는 수준이다.
인정한다.
속절없는 세월을 어떻게 거스를 수 있겠는가.
밤이 깊었지만 3화의 감동과 울림에 쉽게 잠자리에 들지 못할 것 같다.
한때 조국을 위해 목숨 바쳐 헌신했던 정예대원들.
지금도 국가와 국민을 위해 육해공 각군에서 피땀을 쏟으며 훈련에 여념이 없을 특수부대 현역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를 전한다.
많은 이들의 눈물과 땀으로 우리 조국은 오늘도 건재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의 강철같은 육신과 정신 위에 신의 가호가 늘 충만하길 다시 한번 기도한다.
God Bless You.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