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을 파는 가게
혹시 되돌리고 싶은 과거의 시간들이 존재하십니까?
아픈과거의 시간들을 다시 쓰고 싶을 때가 있으십니까?
그렇다면 한번쯤 아무도 밟지 않던 길을 걸어보는 건 어떠십니까?
우연히 과거의 시간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죠..
내 기억안에서의 작년 겨율은 유난히 추웠었다...
:
"서준아~!"
"거기 있어! 내가 건너갈게"
-끼이익-
"..서..서준아!!!"
:
..분명 신호위반한 트럭이 잘못이었는데..
1년이 지난 지금도 난 그 트럭보단 나를 질책하고 있다..
차라리 그날 만나자고 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조르지만 않았더라면..
그날 니가 한순간 그렇게 떠나버리진 않았을건데..
나 역시 1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눈물로 지새우지 않았을건데..
이런저런 가슴 아픈 생각에 눈물 한방울 떨구고 기분이나 풀겸 집을 나섰다.
"..아...눈...눈오네.."
눈.. 그날도 꽤나 많이 내렸었다.. 그저..하얀빛이 붉게 물들어갔을 뿐..
고개를 떨구고 얼마나 걸었을까..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겼더니 길을 잘못 들었는지 생전 처음보는 길로 빠져버렸나보다.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내가 알던 우리동네와는 사뭇 다른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뭐랄까.. 아직 환한 대낮인데도.. 여긴 벌써 노을이 내려앉은 아득한 느낌이랄까..?
살짝 21세기에서 벗어난 과거의 모양이다..
"..가게..?"
주위를 둘러보며 걷다 어디까지 왔는지 더 이상 앞으로 가는 길은 없고 대신에 가게 하나만이 앞을 막고 있었다.
TV에서 보던 구멍가게외는 사뭇 다르지만 그래도 역시 옛날의 느낌이 감싸고 있는 조금은 큰 가게.
이름조차 없는 조금은 이상한 가게...
"시간을 팝니다..?"
그저 이렇게 적혀있는 누렇게 색바랜 종이 한장만이 가게 벽면에 붙어있다.
선뜻 들어가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내앞에 드리워진 그림자..
올려다보니 웬 나자가 망토같은 걸 뒤짚어쓰고 얼굴을 가리고 서 있었다.
"아..."
"들어오시죠"
거절의 말은 차마 하지못한채 남자를 따라 가게안으로 들어섰다.
여기저기 걸려있는 각양각색의 수많은 시계들.
탁자와 의자 그위에 놓여있는건 아니나다를까 시계들이다..
조금은 복잠하가 싶은 이곳이 처음이 아는 듯한 건..아마 어지러운 마음에 느끼는 공감같은 건가..
"저기..시간을 판다..라는게 무슨 의민가요?"
"말 그대로 시간을 파는 겁니다. 과거든 미래든 자신의 일생 중 원하는 시간을 사서 쓸 수 있는거죠"
원하는 시간.. 과거든..미래든..?
"그럼.. 과거의 시간을 사면 산 과거의 시간에 함께 있던 사람도 현재로 오는게 가능한가요?"
....하.. 가능할리가 없지..
시간을 산다는 그 자체가 불가능한데 난 지금 무슨 바보같은 질문을 하고있는건지..
"...예를 들면?"
"네? 아.. 예..라기보단 좀 구체적으로 말하면.. 1년전 이맘때 떠나버린 남자친구있어요..그 사람이 떠나기전의 시간을 사면.. 그사람은 여전히 내곁에 있나..해서요.."
"..그사람은 당신의 곁에 머물러있을겁니다."
말도 안되는 줄 알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이 사람의 말에 결국 1년전 과거의 시간을 사기로 한 바보같은 나다..
내가 산 시간의 값을 내가 가진 가장 소중한 건.. 이 남자는 그 소중한 것으로 서준이의 마지막 선물인 내 목걸이를 지목했다.
뭐...다시 서준이가 돌아온다면..
"저기..근데 시간이란거. 그건 어떤 형태로 파는 거에요?"
내 물음에 남자는 말없이 내 등을 떠밀며 가게밖으로 밀어낸다.
지이잉-지이잉-
가게밖으로 나오자마자 걸려오는 전화.
발신자는..한서준.
........한서준..?서준이..?
"..여...여보세요..?"
-어, 지금 어디냐? 집에 아무도 없네?-
서...준이의 목소리다..너무 놀라고 당황스러워 바보같은 표정으로 남자를 올려다보니 그는 입가에 슬쩍 미소를 흘리고 가게안으로 들어가버린다.
순간 그 남자의 웃는 모습이 서준이와 겹쳐보였다면 내 착각일까...
-여보세요?유현지?여보세요?-
"어?어..어,,너,,..서준.."
-왜 이러냐 오늘 얘..?-
그렇게 어영부영 전화를 끝내고 아직도 얼떨떨한 기분으로 서준이를 만나기위해 집으로 돌아가는 길..
벅찬 가슴에 어느 덧 시큰거리는 코 끝..
알게모르게 빨라지는 발걸음에 어느 순간 숨가쁘개 뛰고있는 나다..
"서준아!! 헥..헥.."
"뭘 뛰어오고 그러냐 힘들게.. 이틀만인데..데이트 콜?"
"....서준아.. 한서준....너... 흑..한서준 맞지?흑..한서준...흐윽..흐아아아!!"
1년만에 보는 사진이 아닌 서준이..서준이 그 자체..
그래서 서준이를 보자마자 콧잔등이 시큰해졌고 서준이의 손을 잡으니까 눈물이 번졌고 서준이의 품에 안기니까 응어리진 가슴이 풀리면서 목구멍으로 넘어와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겨우 이틀 안봤다고 대성통곡을하고..내가 그리 보고싶었냐?"
이틀..아닌데..1년인데.. 자그마치 365일동안 넌 내옆에 없었는데..
그래서.. 너무 보고싶었어..
"서준아"
"왜?"
"이제부터 우리 하루라도 떨어져있지 말자"
내말에 픽하고 실소를 터뜨리더니 큰 손으로 내머리를 헝클어놓으며 "하루?1분이 아니라?" 하고 묻는 서준이.
응..1분.. 아니 1초라도 떨어져 있지말자..
정말 오랜만에 서준이의 존재를 느끼며 곁에 있었던 오늘..
정말 간만이라서.. 너무 오랜만이니까..
오늘이 마직막일까봐 불안한 그런 행복에 또 눈앞이 아른아른한다..
"서준아 오늘은 하루종일 같이 있자 진짜 1초도 떨어져 있지말자"
"크큭.. 너 23살 맞냐? 왜 이케 애같이 쓸때없이 귀엽냐..픽.."
다시한번 자신의 품안에 날 가두는 서준이.
낮은 목소리로 뭐라뭐라 중얼거리는게 느껴지는데...
그런데..왜 난 서준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건지..
왜 서준이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건지..
왜.. 이 상황에서 난 몽롱해지고 있는건지..
"유현지..당신을 평생동안 사랑합니다.. 당신을 평생동안 사랑하겠습니다.."
:
"서준..서준아!!........아.."
...서준이.....가 없..다..
..서준이와 함께 있었...하....꿈..꿈이다...
다..꿈이었다.. 바보같이.. 왜 인식을 못하고 있던건지..
시간을 산다는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인데.. 가능할 리가 없는데 당연한건데..
목걸이도 그대로 걸려있...
"..!!!"
난 그대로 문을 박차고 나와 뛰었다.
역시나 정신없이 발걸음이 떨어지는 곳이 곧 내 길이요, 아무 생각없이 뛰었다.
한참을 뛰어 내 발걸음이 멈춘 곳..
가게는..없었다..분명 앞길이 막혀있는건 같은데..그 가게는 없다..
대신 작고 아담한 카페하나가 자리하고 있다..
"어서오세요"
...서준..하..서준이.
꿈이 아니었나..?목걸이도 서준이가 걸고 있다..
"서..준아.."
"..네..?아..이름표..피식.. 뭘로 주문 하시겠어요?"
"....서..준아..."
그의 기억속엔...내가 없다..
.
서준이 현지를 기억하지못하는 이유..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전 가게에서 현지에게 시간의 값으로 가장 소중한 걸 가져가겠다 했습니다.
그 값으로 전 사실상 현지에 대한 서준의 기억을 받은 셈임니다.
목걸이는 아시다시피 서준에게 돌려주었습니다. 그의 마지막 선물이 첫번재 선물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하며..
사실상 현지에게 가장 소중한 것.. 그건 그녀에 대한 서준의 사랑일 것입니다.
제가 한발작 물러나 사랑대신 기억을 받은 것..
기억이 없어도 그의 심장이 있는 한 그녀에게 반응할 것입니다.
제가.. 그의 심장을 메마르게 할 정도로 잔인한 사람은 아니거든요..후훗..
기억이 있지만..사랑이없는 것 보단..
차라리 기억은 없지만 사랑이 없는 것..
둘이 정말 인연이라면.. 전 다시 기회를 제공해준 셈이죠..
fin..
가입하고 제일 처음 쓴 소설이네요..ㅎㅎ...
첫댓글 잘봤습니다
비룩남주가여주를기억하지는못하지만
둘의사랑이꼭이루어졌으면좋겠네요
발상이좋았고건필하세요^^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