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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도 안돼. 좋은 시절, 열정 다 쏟아 붓고 껍데기만 남아서는, 뭘 사랑한대. "
" 그렇게 생각한다면... 난 껍데기가 진짜예요. "
밥을 다 먹고 난 뒤에 정민은
푸른색 계통의 아이새도와 마스카라로 눈만 치장하고는
손거울을 손에 들고 나를 돌아보며
"예뻐?"라고 묻곤 했다.
그게 정민이 할 수 있는 화장의 전부였지만,
그런 정민의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어떻게 그녀가 화장 하지 않은 맨 얼굴로
일주일을 버티는 지 궁금할 따름이었다.
"양 볼도 좀 빨갛게 하면 더 예쁠거야"
라고 내가 말하면 정민은
"그건 화장으로 되는 문제가 아니고,
네가 나를 좀 부끄럽게 만들면 되는거야"
라고 대답했다.
둘이서 걸어가는 토요일 밤의 거리는 언제나 서늘했다.
손을 꼭 잡고 걷는 우리는 늘 뜨거웠으므로,
우리 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제아무리 미세한 것이라도 다 느낄 수 있었다.
김연수 ,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 ...내가 전에 했던 말 기억해요?
난,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놓지도 않고 끌어안고 손 붙잡고 다닐 거라고.
내 여자한테는 그럴거라고.
나 엉큼한 놈 아닌데.. 오늘 종일 당신 만졌어요.
인사동 찻집에서도 어깨에 팔 두르고,
여기서도 껴안고,나도 모르게 자꾸 손이 갔어.
요즘 항상 같이 지냈죠.
낮엔 일터에서 만나고,
퇴근하면 둘이 시간 보내고,
당신 원고 쓸 시간까지 뺏는 줄 알면서.
오늘 아침도 오피스텔 나올 때부터..
진솔 씨 하고 싶었던 거, 하나는 같이 해주고 싶다 생각했어요.
그 다이어리에 적혀 있던 것 중에서, 젠장.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
진솔에게 이슬같이 눈물이 맺혔다.
사랑이 뭔지는 몰라도...
사랑 아니면 또 뭐란 말인가.
사랑이 아니면.
".. 요즘 난, 뭐랄까...
어쩐지 용량이 꽉 차버린 느낌이어서,
사랑도 그게 가능하다면
한 번쯤 포맷되고 싶다는 생각, 가끔 해요.
깨끗하게 가슴 탁 트이면서 숨 쉴 수 있게.. "
117년 전, 고흐는 이곳에서 15개월 동안 살았고,
생트 마리와 생 레미,
그리고 정신병원을 들락거리다가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그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은
어쩌면 눈부시게 아름답고 짧았던
이곳에서의 행복 때문이 아닐까,
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나는 하고 있었다.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은 언제나
불행했던 기억보다
행복했던 기억들이니까...
황경신.
지나간 사랑은,
돌이켜봐도 잘 모르겠다는 느낌이었다.
정말 사랑이었나? 아니었나?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닌 것 같기도 했다.
진솔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 나이 먹어서 사랑하는게 힘들어지는건..
남자 여자라는 정체성이 점점 사라져서 그런거 같아요..
세상 살면서 같이 경쟁하고 싸우고..
더이상 이성한테 잘 보이고 싶은 본능이,
없어져가는거 느낄 때 있어요. "
시간이 지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롭게 기억해야 할 것들이 생겨나면,
죽을 것 같던 아픈 기억마저도
조금씩 희미해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면 우리는 잠시 안심을 한다.
휴, 이제는 괜찮아졌구나.
정말 괜찮아졌구나..
그러다 불쑥 사소한 말 한마디에,
무심코 돌아본 누군가의 뒷모습에,
스쳐가는 체취에 깜짝 놀라 잠시 다리가 후들거린다.
그런 경험,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대부분의 기억에서 시간이 약이지만,
어떤 기억들은 뇌가 아니라 뼛속에 아로새겨져
시간의 흐름과 상관없이,
명징한 자국을 남긴다...
백은하, 안녕뉴욕
- 7th street 기억을 지우면 행복해질까?
이야기 하나.
# 1
사랑이 파인애플 통조림 같다는말..
찬장속에 넣어두고 한참후에 꺼내 봤었지
그랬더니 겉에는 먼지는 뽀얗게 쌓였는데,
통조림 안의 파인애플은 여전히
달콤하고 말랑말랑 했었어 .
사랑이라는거 -시간이 지나도 참..그대로구나
그땐 그런 생각을 했었는데,
그런데 오늘은 문득 그런 생각도 든다.
어쩌면 ..사랑도 변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예전엔 그런거 신경 안써서 몰랐는데
통조림에도 유통기한이 있더라.
너 그거 알고 있었어?
그렇게 꼭꼭 막아 놨는데 거기도 나쁜 세균이
들어갈 틈이 있나봐
변하지 말라고 애써서 그렇게 애써서
막아놓은 통조림도 변하는데
일부러 변하라고, 일부러 잊으라고 변하는 사랑이
무슨 재주로 안 변했겠니.
사랑도 ,변하는거 같아.
요즘은..
니 얼굴이 잘 기억이 안나..
-이소라의 음악도시
말도 안 돼. 그녀에게 문득 쓴웃음이 스쳐갔다.
그 남자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는데?
그 남자가 언제 입맞춤을 했고..
언제 내가 기대하도록 했는데?
그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
분명히 그런데...
왜 마치 잠든 사이 몰래 찾아와
입 맞추고 가기라도 한 것 처럼,
내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까?
눈이 시리게 푸른 하늘을 바라보다
진솔은 조용히 중얼거렸다.
"... 우습네. "
가을이 깊어가는 어느 우울한 오후 한때였다
이야기 둘.
# 2
맛있어? 좋아?
남자가 그렇게 물어보니 분홍색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아이스크림을 통째 퍼먹던 여자는 혀를 낼름거리며
좋아라- 고개를 까닥 까닥 합니다.
음- 맛있어. 좋아.
남자는 그런 여자를 신기하게 구경하다가
자기도 한 숟가락 퍼먹어 봅니다.
별 맛도 없구만..
금방 숟가락을 내려놓고 기지개를 길게 펴는 남자.
그런 남자를 흘깃 보면서,
안본척 다시 아이스크림통에 얼굴을 묻는 여자.
여자들은 왜 아이스크림을 좋아할까?
남자의 말에 여자는 그냥 웃습니다.
아..그 여자도 아이스크림을 좋아했나 보구나.
그래서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했구나..
그 순간 갑자기 알게된 사실들을
아무것도 모르는척 혼자서 잘 삼기면서..
알록달록한 아이스크림 가게
바깥이 내다보이는 통유리의 옆자리
둘이서 먹기에도 너무 커보이는 아이스크림통
아르바이트생이 구워온 CD인듯
뒤죽박죽 가요들이 흘러나오는 스피커..
음악소리에 맞춰 발을 까닥거리며
창밖을 내다보는 남자.
그런 남자의 옆모습을 훔쳐보며, 훔쳐보지 않은척..
마치 나는 오직 아이스크림때문에 행복하다는듯
열심히 숟가락을 움직이는 여자.
자세히 보면
한쪽으로만 흐르고 있는 사랑의 화살표..
여자의 숟가락질이 조금 느려진건
아이스크림이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할 즈음.
이걸 다 먹으면 집에 가자고 하겠지?
하는 생각때문에.. 더 큰걸 살걸 그랬나?
창밖만 바라보는 남자의 시선이 서운할틈도 없이
여자는 이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이고 싶어서
마음이 초조해 집니다.
하지만 아껴 먹던 아이스크림이
두 숟가락정도 남아있을때,
남자는 어김없이 고개를 돌려 여자를 보았고
여자는 하는 수 없이 다시 연기를 시작합니다.
오직 아이스크림이 맛있어서 행복하다는 표정 연기-
지금 남자가 누굴 생각하는지
누굴 그리워해서 저렇게나 쓸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지,
누구때문에 갑자기 아이스크림을 먹자고 했는지..
아무것도 모른다는 그런 표정 연기.
남자는 그 연기에 깜빡 속아 이렇게 말합니다.
나도 너처럼 아이스크림만 먹으면 기분 좋아지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 말에 여자는 분홍색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씩씩하게 말합니다.
그럼- 난 단순하잖아..!
그대가 그대만의 감정에 빠져
내 마음같은건 보지도 못할때
이렇게나 복잡하고
이렇게나 애타는 내 마음은 모르고,
날 단세포 동물처럼 여길때
난 그래도 서운하지 않고
그래도 같이 있어서 좋기만 할때
급하게 삼킨 아이스크림 한덩이처럼,
목구멍이 아플때.
사랑을 말하다..
+) 중간중간 '진솔'이 나오는 글귀는
이도우님의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에서 뽑았어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이런 비루한 게시물하나 올리는데
엄청난 시간과 정성이 필요하답니다..으흑
아 물론제만족이기도 하지만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민망
가져가실때..댓글 아끼지 말아주셔요:)
잘 읽고 갑니다~ 진솔,,저 이름 어디서 봤더라했더니,,,,사서함 110호였네요,,^-^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보고 싶어요! 공감되는 글귀가 많아요..ㅠㅠ 너무너무 잘보고 있어요. 항상 감사해요^^♡
언제나 최고 세요~
잘 봤습니다^^
와 너무좋아요!!ㅜㅜ
진짜 늘 좋은글들 많이많이 로려주셔서 감사해요~ 개인비공개카페로 퍼갈게요^^
너무너무좋아요~
공감 되는 글귀 너무 많아요. 마지막 여자.... 너무 슬프다
기억을 지우면 행복해질까? 이 글귀 퍼갑니다. 님 감사해요
너무늦게읽게되어서... 스크랩하려했는데 안되네요..ㅠㅠ
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