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이 내린다는 날
11月의 하순(下旬)으로 접어드니
그 좋다던 가을이 막차를 탄 기분(氣分)이 든다
쏟아질 듯 아름다운
오색(五色) 물결을 이루었던 단풍(丹楓)도 그렇지만
노랗게 물 들은 은행(銀杏)잎도
모두 떨구고 간 자리엔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는다
모든 나뭇잎이
곱게 물들고 한 줌의 낙엽(落葉)으로 떨어 지니
아쉬움이 남게 된다
계절(季節)의 변화에 못 이겨 자연(自然)도 하나의
섭리(攝理)에 따라 순응(順應)해야 하나보다
불과 며칠 전에
겨울이 온다는 입동(立冬)이 지나고 첫눈이 내린다는
소설(小雪)이니 말이다
산간 지역에
서리까지 내린 11월의 하순(下旬)이라
이젠 꽃도 볼 수 없고
붉은 단풍(丹楓)도
노란 은행잎도 볼 수 없으니까
가을의 낭만(浪漫)을 이야기 하기엔 잎을 떨구어낸
발가벗은 나무가 더 처량해 보인다
무더운
여름철이 엊그제였는데
아름다운 가을이라는 계절(季節)은 추억(追憶)조차
담지 못하게 그토록 짧아야만 하는지 모르겠다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처럼
소리 없이 흐르는 세월 앞에
11月달도 끝자락을 향해 숨죽이고 걸어만 간다
어느새 지하철역엔
성탄(聖誕) 트리가 눈부신 모습으로 등장하고
잉크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내년도 달력이
첫선을 보이는 11月의 하순이다
첫눈이 내린다는 겨울 생각에
올 한 해도 40여일 남았으니 저물어가는 마음
어이할꼬 ...... 飛龍 / 南 周 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