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휴게소
넌 창의성이 없어, 요리는 머리로 하는 거야,
너처럼 속 빈 아이는 처음이야
김광명
호두라는 장소는 고속도로입니다
밀가루, 알맹이, 계란, 알맹이, 단팥, 알맹이···
우리는 브레이크 없는 돌림노래입니다
거품 두 개는 표정입니다
내숭만으론 힘들어, 웃음을 노랗게 부풀리지요
밀가루는 체에 걸러 애교를 추가합니다
우리는 빼기 더하기를 잘하지요
버터로 농도를 맞추고 선물을 더 넣습니다
사실 우리는 끈적였던 사이입니다
달달함은 우리의 놀이였으니까
자줏빛 지갑을 으깹니다
머리가 깨질 거 같아요
틀에 넣고 20분간 구울 때까지
우리는 가족이 된 걸까요
살짝 뒤집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우리의 연애는 호두나무 그늘에 잠시 들르는 것
다시, 호두를 고를 때는 더 경쾌한 껍질이 좋겠습니다
뜨거운 호두과자는 때때로 정답입니다
행인들
구멍이라는 말에는 야릇한 냄새가 난다
냄새를 들키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지만 내 몸 어디에 발원지가 있는지 나도 모른다
잘 모르는 구멍으로 사람들이 들어온다
어디로 가려는지 구멍을 통해 구멍 밖의 구멍을 살피는 이민자들이 나를 벌린다
손등이 거친 남자가 끝을 쥐고 있다
호적 없는 아기가 손가락을 빨다가 호기심에 흔들린다 첫울음을 운 적이 없는 입술
동생을 닮은 아이는 초콜릿 범벅의 손으로 골목을 찢는다
철들지 않는, 누가 읽어도 자전적인, 폐곡선으로 짜인, 반성이 넘치는, 입구만 보이는 구멍
떠나려 할수록 벗어나지 못하는 애장터 혹은 놀이터
살려 주세요
주성치나 짐 캐리 미스터 빈처럼 나이가 사라진 할머니가 밥을 먹다가 농담처럼 터진다 삼촌이 시소를 타다가 하늘로 떨어진다
구멍 난 가계도에 얼룩으로 남는다 살아서 냄새가 된다
구멍이 커지고 있다
구멍이 구멍을 관통하고 있다
― 『문장웹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선정작
김광명
경남 거창 출생. 2022년 《시와사상》으로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