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갇혀진 성곽 작은 창을 통해 내려다 본 단두대의 풍경은 어땠소?
양배추나 호박덩어리가 쌓여있듯 잘려나간 모가지가 풍성히 쌓여있고 지켜보는 썩은 치아의
사람들은 그 이빨만큼이나 검게 웃고 있었소. 청명한 하늘을 비출 만큼 날 선 칼 날 밑에는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욕망'앞에 수치스러움을 잊은 죄로 발버둥치는 아담과 하와가 엎드려
있었다오.
당신은 그 창을 통해 내려다보며 벌레들의 웃음과 욕정의 눈빛과 교신하는 듯 보였소.
단두대에서 죽음을 부르던 욕망이란 것이 종교적 위엄과 권위를 더욱 견고하게 해주는데 기
여를 하는 것이 당신에겐 참을 수 없을 만큼 위선적으로 비춰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봤소. 어땠소? 그 분노를 혀를 통해 발기할 때 당신을 향해 '미친 놈'이라 괴성을 질러대며
돌을 던지는 무리들의 표정을 지켜보는 일이 그렇게 즐거웠소?
'위선' 앞에 '위 악'은 차라리 진실해, 보기 좋게 골탕먹여보는 무대 위의 연극을 볼 땐 크게
웃지 않을 수 없었다오.
당신의 혓바닥은 뱀, 뜨거운 욕망의 살결을 가로질러 죽음의 또아리를 트는 칼날의 분노, 그
것이었소.
그래, 그녀...세탁부..그녀는 젊고 아름다워 당신의 속삭임은 위안이 되었소. 신부에 대한 사
랑은 잠 재워야 할 본능의 고통을 위해 당신의 음란하고 음탕한 글이 최면제가 되어 주었다
오. 고통을 잠재우는 본능의 춤사위는 그렇게 결국 죽음을 불렀지만 당신은 위선에게 죽임
을 당했소.
진정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그 선함, 거짓된 선함이었다는 걸 왜 몰랐을까.
사드후작이여, 생의 대부분을 감옥에 갇혀 위선의 횡포를 향해 낼름거리는 당신의 음탕하고
잔혹한 글은 아직도 위선들에 갇혀 금기 시 되고 있다오. 당신은 죽어서도 갇혀 있구료.
당신이 뱉어내는 잔혹한 글을 대할 때 나는 아팠소. 당신의 글에 쾌감을 느끼는 스스로가
아팠소. 당신을 보고 싶소........ 아니, 보기 싫소. 나는 당신의 글 앞에 그저 쾌감으로만 서
있지 못하는 위선을 지녔기 때문이라오. 고통스러운 것은 당신의 날 선 분노가 내게로도 향
하고 있다는 것이라오.
육체가 벌이는 온갖 행위들을 표현함이 죄가 되고 폭력의 대상이 되어야한다면 그 수치스러
움을 가장 많이 지니고 있는 자의 내면을 까뒤집어 살펴보고 싶소.
사드, 당신의 글쓰기는 어떤 상황에서도 계속 될 것 같소. 다른 모습을 한, 또 다른 이의 영
혼에서 "나는 지옥을 보았어요, 펜을 주세요, 알려야해요" 라고 애원하며 닫혀진 감옥 문을
긁어 댈지도 모르오. 그리고 조용히 누군가 펜을 건네줄 것이오.
그대 날 찔러주시오. 그 펜 끝의 독으로, 단두대 '모가지'들과 나눈 분노의 침으로 핥아주시
오. 위선의 이름으로 처형 된 나의 꿈과 나의 사람들과 나의 교만의 농익은 고름을 쥐어 짜
주시오.
기도하는 자리의 기름진 비계덩어리 욕망을 비웃어 주시오. 그리하여 진정으로 순결한 영혼
들이 다치지 않게 해 주시오. 당신을 살라 당신과 함께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저 단두대
의 칼날을 기쁘게 받게 하여주오.
사드여. 불모의 땅에서 당신에게 펜을 쥐어줄 이는 악이 처음 시작되었던 그 곳일 것이오.
당신이 처음 보았던 지옥의 옥좌에는 누가 앉아 있었소?
신을 믿지 않는 당신은 이미 사신이 되어 있소.
봉인된 뚜껑을 여는 날, 당신의 혀는 위선을 단죄할 것만 같소.
죽음 같은 쾌락의 질퍽하고 잔혹한 인간들의 몸짓은 체제와 자연에 대한 복종으로 본능과
자유를 망각하고 살게하는 '법'에 대한 항변이고 동시에 현실을 이탈하게 만드는 무서운 늪
과 같구려. 그녀가 당신의 늪에서 사라졌듯.
사드후작, 당신은 진정으로 그녀를 사랑했소? 당신의 글로 위안 받았던 그녀가 아름다웠던
이유가 뭐였소?
답장 주시오. 이 곳은 아직도 당신이 나오기엔 위선이 판을 친 다오. 오실 땐 조심하시오.
은밀히 뒷문을 열어 놓으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