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은 내가 완성하는 악보 2014년 성탄 팔일 축제 내 제5일 복음: 루카 2,22-35 ‘원스(once)’란 아일랜드의 음악 영화가 있습니다. 주인공은 두 남녀인데, 남자는 10년 간 사귀어오던 여자와 헤어져 그 그리움을 노래로 승화시키는 길거리 통기타 가수이고, 여자는 여자 아이가 있지만 남편과는 따로 사는 별거녀입니다. 둘이 음악을 통하여 가까워지지만, 결국 남자는 런던에 사는 자신을 버리고 간 여자를 찾아 떠나고 별거녀는 다시 남편과 재결합하며 끝납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이루어진 이 둘의 사랑도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 영화입니다. 여자는 더블린 길거리에서 장미꽃을 팔며 어머니와 딸을 부양하는 처지이기 때문에 음악에 관심은 있지만 음악을 하지는 못하는 처지였습니다. 물론 남자도 기타들고 혼자 노래하며 남들이 던져주는 동전으로 살아가는 별 볼일 없는 사람입니다. 우연히 만나 음악으로 가까워진 이들이 처음으로 함께 간 곳이 바로 여자가 피아노를 유일하게 칠 수 있는 공간, 악기를 파는 가게입니다. 제가 감명 깊게 본 장면은 길거리에서 노래하는 이 남자와 돈이 없어 악기 가게에 가서 피아노를 연습하는 여자가 그 가게에서 함께 남자가 작곡한 노래를 맞추어보는 장면입니다. 남자는 자신이 쓴 악보를 내밀고 여자에게 피아노로 연주를 부탁 합니다. 이 노래는 기타로 혼자 불러서는 맛이 안 나는 노래입니다. 왜냐하면 화음을 넣는 코러스 부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남자가 노래를 부르는데 여자가 피아노를 치며 화음을 넣어 주니까 노래가 얼마나 아름답게 변하는지 모릅니다. 이 둘은 노래에 취해 온 세상에 자신들만 있는 것처럼 완벽하게 화음을 맞춰가며 세상에 둘만 있는 것처럼 노래를 완성합니다. 이렇게 서로 잘 맞는 것을 확인하고서 남자는 자신감을 얻어 자신의 앨범을 녹음하고 그것을 가지고 꿈을 펼치기 위해 런던으로 떠나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떠나면서 새로 결합하는 남편과 행복하라고 몰래 피아노를 선물로 사주고 갑니다. 남자는 음악적 재능은 뛰어나지만 아직까지 자신의 음악을 완성시켜 줄 사람을 만나지 못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완벽한 파트너를 만나면서 자신의 노래에 자신도 놀랄 정도로 좋은 음악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오늘 독서에서 요한은 먼저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라고 합니다. 하느님의 계명이란 바로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이라고 정의합니다. 그리스도의 삶 자체가 바로 계명입니다. 그분의 삶을 한 문장으로 축소시키면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입니다. 결국 계명이란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처럼, 너희도 서로 사랑하여라’ 하나로 축약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의 계명을 지키지 않고 이웃을 미워하는 사람은 아직은 그리스도를 받아들인 것이 아니고 어둠 속에서 살고 있어서 지옥으로 가고 있음에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그분의 이웃사랑의 계명을 지키는 사람은 하느님의 사랑이 그 사람 안에서 완성된다고 합니다. “누구든지 그분의 말씀을 지키면, 그 사람 안에서는 참으로 하느님 사랑이 완성됩니다. 그것으로 우리가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됩니다.” 저는 언제나 ‘내가 그분 사랑 안에 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였습니다. 그런데 요한은 그분의 사랑이 그분의 계명을 지키는 이를 통해 완성됨으로써 그분 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그분의 사랑이 우리를 통하지 않고서는 완성되지 못한다는 뜻입니다. 즉, 그리스도는 당신 사랑을 완성하시기 위하여 그 사랑의 악보를 우리에게 내밀고 함께 연주하기를 원하시고 계신 것입니다. 그 악보대로 우리가 음악을 연주하고 코러스를 넣어주지 않으면 그 악보는 초라하게 미완성으로 남게 됩니다. 그러나 그 악보가 나를 통해 완성되면 환상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나는 그 완성된 사랑의 하모니에 취해 황홀경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그분 안에 있음을 확인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사랑의 하모니가 완성되면 거기서 오는 행복감은 이 세상 것과는 완전히 구별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 하모니 안에 살게 되면 세상 모든 것에 무관심해지고 계속 그 음악만 연주하고 싶어집니다. 그래서 우리가 그분이 함께 계시고 또 그분 안에 있음을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분의 계명대로 살아보는 것입니다. 그분의 계명은 그분이 우리에게 내미시는 당신의 악보입니다. 그분의 사랑의 계명을 지키는 것이 가장 즐겁고 행복하다면 그분 안에 머무르고 있는 것입니다 - 전삼용 신부님 -
출처: 희망의 문턱을 넘어 원문보기 글쓴이: Sw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