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원 기타 1. 설빔.
“오랜만에 가족들 만나는데 깔끔하게 하고 가야지요. 머리도 자르고 옷도 새로 사 입고 가려고요. 선생님이 옷 좀 골라 주세요.”
“제가 고른 옷 마음에 안 들어 하셨잖아요.”
“제가 고른 옷 입고 다니니까 사람들이 안 예쁘데요. 젊은 사람이 골라주는 옷 입으라고 다들 그러더라고요.”
얼마 전, 새로 산 점퍼를 입고 쉼터에 갔는데 사람들이 예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하시며 기분 상해 하셨다.
“내 마음에 들면 되지요.”
“그래도 사람들도 예쁘다 그러면 더 좋잖아요.”
“그럼 제가 몇 개 추천을 해 드릴 테니까 그중에서 다시 골라 보세요.”
“네, 알겠어요.”
코트를 사고 싶다고 하셨다.
“우선 나가 봐요. 눈으로 보고 고르셔야죠.”
“네”
‘로가디스, 파크랜드, 턱시, 크로커 다일, 인디안…’ 거창에 있는 정장 매장을 검색하고 나섰다.
처음 들어간 매장,
“선생님, 골라 주세요.”
“저보다는 사장님이 옷 가게를 하시니까 더 안목이 있으실 겁니다. 박상원 씨가 사장님한테 코트 추천해 달라고 말씀드려보세요. 그러면 거기서 같이 골라 봅시다.”
사장님이 추천해 주신 옷들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선생님이 골라줘 봐요.”
말은 그렇게 하지만 표정이 밝지 않다.
“다른 곳도 가 볼까요?”
“네.”
“디자인은 그냥 그런데, 가격이 너무 비싸다.”
비싸야 십만 원 정도 생각했다고 하신다.
“코트는 최소한 십만 원 후반 대는 생각 하셔야해요. 보통 마음에 들려면 이십 만원은 넘게 할걸요?”
“어휴… 그래요?”
다음 매장으로 들어가서도 박상원 씨가 추천을 부탁 했다.
그러고 사장님께서는 다섯 벌의 코트를 추천해 주셨다.
그 중, 두 벌을 두고 다시 고민에 빠진다.
“선생님은 어떤 게 맘에 들어요?”
“제 마음에 들면 되나요. 박상원 씨 마음에 들어야지요. 아니면 다른 매장도 더 둘러 보셔도 됩니다. 아직 몇 군데 더 있어요.”
“아니,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둘 다 마음에는 드는데…”
다시 고민에 빠진다. 두 벌의 코트를 번갈아 가며 몸에 대 본다.
“어떤 게 더 잘 어울려요? 어려워요.”
“음… 저는 첫 번째 코트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렇게 말씀을 드려도 다시 한참을 고민하다 하나를 잡는다.
“맞아요. 선생님이 고른 게 더 예쁜 것 같아요.”
매장을 나오면서 한숨을 내뱉는다.
“하…힘들어요.”
“그게 쇼핑하는 재미 아닌가요?”
“선생님이 골라 줬으면 더 편했잖아요.”
“비싼 코트 사면서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려고요.”
“뭐 어쩔 수 없지요. 아무튼 오늘 산 코트는 마음에 들어요.”
“그러니까요. 다음에도 직접 골라 보세요.”
만약 대신해서 코트를 사다 드렸다면 어땠을까? 더 저렴하고 더 예쁘다고 해도 이만큼 마음에 들어 하실까?
직접 보고, 만지고, 입고, 선택한 코트.
그래서 더 마음에 들어 하는 듯하다.
2015.02.16.일지 서우범
팀장님 답글
아! 그 코트! 기억나요.
멋있었어요.
박상원 씨께서 직접 디자인까지 보고 고른 코트였네요.
‘평소에도 그렇게 입으시면 멋있겠다’하고 생각했어요.
소장님 답글
막상 나가니 당신 마음에 드는 걸 고르시네요.
‘직접 보고, 만지고, 입고, 선택한’ 그래야죠.
박상원 가족 2. 명절 준비
“박상원 씨 올해도 인천에 올라가세요?”
“네.”
“차편은요? 누나가 또 오신대요?”
“아니요. 저번에 버스 타는 거 보고 나서는 괜찮은지 버스 타고 간다고 하니까 그렇게 하래요.”
“잘하셨습니다.”
인천에 계신 누님이 거창으로 와서 다시 인천으로 가는 것이 당연했다. 불안한 마음, 안쓰러운 마음에 버스를 탄다는 것은 생각도 안 해봤다고 하셨다.
이제는 마음이 놓이시는 모양이다. 이번 명절도 인천행 버스를 타고 혼자 간다.
누나는 거창까지 두 번이나 오시지 않아도 되고, 박상원 씨는 편한 시간에 마음대로 가셔도 되고, 서로 부담되지 않은 편한 명절이 되었다.
2015.02.13.일지 서우범
팀장님 답글
한 번 그렇게 해 보시니까 가족들도 안심이 되시나봐요.
그래서 한 번 해 보는 것이 귀하고 중요합니다.
명절에 인천 가는 길이 수월해지셨네요.
국장님 답글
시작이 힘들지 그 다음은 이렇게 수월하네요.
소장님 답글
잘 되었네요.
오가는 데 부담도 덜고 자유로워졌어요.
한두 번만 해보면...
박상원 가족 3. 직원 역할
뉴스에서 고향 가는 차편 구하기가 힘들다는 방송이 나온다.
“차편 미리 예약해야 하지 않을까요?”
“나는 올라가서 괜찮아요.”
매사에 여유롭게 생활하며 바쁘게 서둘지 않는다.
“그래도 차편이 없을 수도 있잖아요?”
“이번에 사촌 형이 같이 갈지도 몰라서 미리 예약할 수가 없어요.”
마음 편하게만 계시는 줄 알았는데, 미리 연락을 다 해 보셨다고 한다.
직원이 할 일이 없다. 설 전날 박상원 씨 가족들에게 인사 전화나 드려야겠다.
2015.02.14. 일지 서우범
팀장님 답글
네, 그것으로 충분 합니다. 그것이 직원이 할 일이지요.
국장님 답글
입주자에 따라 지원 방법이 다르죠.
박상원 씨에게는 이렇게 지원하네요.
안부, 소직 전하기로...
소장님 답글
그러네요.
살피고 주선하는 정도, 지금처럼 하시면 되죠. 잘하셨어요.
박상원 가족 4. 버스 편
“형님이 몸이 안 좋아서 못 가신대요.”
“그럼 어떻게 해요? 그럼 버스 타고 가야 하잖아요.”
“네, 내일 버스 타고 가면 돼요.”
“예약해야죠. 아무리 올라가는 거라 해도 자리 없을지 몰라요. 제가 터미널에 전화해 볼 테니까 시간 정해지면 누나한테 마중 나오실 수 있도록 이야기해줘요.”
다행히 예약석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한다.
“박상원 씨 말씀대로 자리 많이 있다고 하네요.”
“그것 봐요. 항상 그랬다니까요.”
“네, 그러네요. 누님께는 연락 드렸어요?”
“전화하니까 조심해서 오래요. 시간 맞춰서 나온다고요.”
“걱정 안하세요?”
“걱정할게 있나요. 그냥 버스 타고 가는 건데요.”
이제는 누나의 도움이 있어야지만 갈 수 있고 생활 할 수 있는 동생이 아니다. 그러니 본인도 가족도 여유롭다.
2015.02.17.일지 서우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