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의 크리스티앙 문주 감독이 제작한 영화 <4개월 3주 그리고 2일>이란 영화를 보았습니다. 무려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작품이구요.. 영화 작품에 대해서라면야, 헐리웃 영화와는 달리, 영화에 몰입하도록 음향효과를 넣는다거나 그런게 전혀 없습니다. 리얼리즘을 추구하는 영화인지라, 헐리웃 영화에 익숙하신 분들은 좀 당황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저도 요새야 이런 리얼리즘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처음엔 적응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충격적인 상황묘사만으로도 이 영화에 몰입하기엔 충분합니다. 이 영화는 혁명이 일어나 차우세스쿠가 물러나기 2년 전의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했습니다. 루마니아에선 인구를 증가시키겠다는 목적으로 낙태를 금지하였고, 때문에 불법낙태가 행해지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하루동안 낙태를 하는 두 여인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사실, 남성으로써 낙태를 하게 되는 여성의 입장을 상상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건 이 카페의 대다수 회원분들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이 영화 속에서의 불법 낙태 장면은 너무나 비인간적이었습니다. 어느 호텔방에, 대충 소독된 기구를 가지고서 하루고 이틀이고 낙태가 완료되기를 기다릴 뿐이지요. 그러고서 낙태를 시술하는 사람의 '아기를 변기에 버리면 막혀.'란 한 마디는 제 가슴을 후벼팠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다루는 것은 단순히 불법낙태의 잔학함만이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여성이 원치않는 임신을 했을 때, 남자친구로썬 전혀 여성의 입장을 공감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분명히 임신은 남성과 여성 모두 기여하는 작업입니다. 하지만, 그 것을 책임지는 것은 거의 대부분 여성의 몫으로 돌아가지요. 10개월 간의 임신기간, 출산과정에서의 목숨의 위험, 그리고 출산후 자녀를 양육하는 것 등등 임신에 있어서 남성의 책임은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만, 남성의 입장에선 임신에 직면하게 된 여성의 두려움을 전혀 공감할 수 없는 것이지요.
저의 경우는 인권연대 모임을 통해 많은 여성분들과 같이 이 영화를 볼 수 있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각자의 의견을 말하는 자리에서, 낙태에 대한 여성분들의 감정을 남성들이 전혀 공감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감정 자체는 여성끼리만 공감할 수 있는 것이지, 남성들은 전혀 상상도 못하는 것입니다. 그 것을 깨닫게 되면서, 지금까지 낙태에 대해 논의를 하며 여성의 입장에선 어떤 감정을 느낄지 전혀 고려를 해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낙태문제는 생명권, 인권과도 관련된 문제이지만 동시에 여성의 신체에 대한 문제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낙태에 대한 여성들의 감정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이지요.
아무튼, 낙태문제에 대해서 관심있으신 분들은 보셔야 할 영화라고 봅니다. 다른 리얼리즘 영화와는 달리, 매순간마다 충격적인 장면들이 다가오기 때문에 영화 내내 몰입할 수 있는 영화라고 봅니다.
첫댓글 아 다큐가 아니군요?
여성부에서 해야하는 일이, 여성이란것을 남성들에게 인식시키는것이지, 남성의 일을 내리 까는것이 아니라능. 암튼 괜찮은 영화를 보신듯 하군요. ^^
이 나라에선 악용될까 하는, 뻔한 우려가 되는군요.
여성분들의 감정을 이해한다는게 이상하긴 합니다만. 그럼 여성분들은 낙태에 대해 대체적으로 찬성을 하시나요? 아님 반대를 하시나요?
대체로 찬성하는 편입니다.
피임엔 찬성. 낙태엔 글쎄....한정적인 상황에서만 허용쪽이=.=;
그러고보니 낙태 찬성이든, 반대이든 다 태아를 생명으로 볼 수 있느냐에 초점을 맞추엇지 그 여성이 어떤 감정에 있는가에 있었는지는 고려한 적이 없군요. 아무래도 낙태 반대로 갈 수 밖에 없는 본인이지만 여성의 입장에서 왜 반대를 해야 하는지는 생각치도 못한 것이었습닏.
어 저이거 여성학 시간에 봤어요 가비짜?를 임신시킨 당사자는 나오지 않지만 오틸리아와 그 남자친구의 대화를 통해 남자와 여자의 낙태에 대한 생각을 충분히 알수있더군요......그리고 낙태시술에 필요한 돈이 모자라자 베베가 요구하는건.....으....
시간 날 때 꼭 한번 봐야겠습니다.. 근데, 제주변사람들은 여성들이 낙태에 대해 매우 완고하게 반대의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을 하더군요. 저도 그때문에 대다수의 여성들이 낙태를 반대할 뿐 아니라 혐오하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만 그게 실은 여론이 아닌가보군요..
아마 제가 갔던 모임이 좌파 쪽 모임이라서 여성쪽에선 낙태 찬성론자들이 많이 모였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확실히 여성이 보는 시각과 남성이 보는 시각은 차이가 있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