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자외선 노출이 강해짐에 따라 자외선에 의한 피부암 발생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 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피부암 환자는 2016년 1만 9236명에서 2020년 2만 7211명, 2021년 2만 9459명으로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인에서 흔한 3대 피부암은 기저세포암, 편평세포암, 및 흑색종인데 기저세포암과 편평세포암은 자외선 노출이 주요인으로 자외선차단에 관한 관심이 필요하다.
기저세포암은 가장 흔한 피부암으로 매년 증가추세를 보이는데 자외선에 의해 발생된 유전자변이에 의해 발생한다. 특히 종양억제 유전자의 변이를 초래하는 290~320nm 파장의 자외선 B가 세포의 DNA에 손상을 주어 면역억제를 시켜 피부암 형성이 진행되도록 한다. 자외선 노출은 직업적인 장기 노출보다는 간헐적으로 짧게 과다 노출되는 것이 더 위험하고 20~50년의 긴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게 된다.
피부암 중 두 번째로 흔한 편평세포암은 자외선 노출 증가 및 오존층의 파괴가 주요 원인으로 생각되는데 자외선 노출이 많은 호주에서 흔하게 발생되고 자외선 노출이 적은 영국에서는 발생이 적어 자외선 노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피부암이다. 편평세포암는 자외선 A와 B의 누적량이 중요한데 320~400nm파장을 갖는 자외선A는 활성산소를 유도하는 광산화스트레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위험도를 높이고 290~320nm 파장의 자외선 B는 편형세포암에서 발견되는 대다수의 돌연변이를 유발하는 발암파장이다.
자외선을 차단하기 위해 여러 방법을 생각해야 하는데 첫째, 그늘을 찾는 것이다.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 태양 광선이 가장 강하다는 점을 기억하고 자외선 노출이 될 때는 그늘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길거리를 걷게 될 때는 가급적 그늘이 있는 쪽의 거리를 걷는 것이 도움이 되고 챙이 넓은 모자나 양산을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자외선 차단의류를 입는 것이다. 특히 피부암의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필요하다. 가능하면 긴팔 셔츠가 좋고 자외선차단지수(UPF)가 있는 의복을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지막으로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 것이다.
우리의 자외선차단제의 사용에 관한 시선은 광노화를 예방하는 기초 화장품의 하나로 기미, 잡티,검버섯 등의 색소 발생을 줄이고 자외선에 의한 주름 발생을 예방하는 화장품으로 접근하는 반면 서구에서의 자외선차단제의 사용은 피부암의 예방이라는 관점으로 바라보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여름이 길어지면서 자외선노출이 증가되고 수명연장에 따라 피부암의 발생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올바른 자외선차단제의 사용이 필요하다.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할 때 옷으로 가려지지 않은 모든 피부에 바르는 것이 좋다. 대부분 얼굴에만 자외선차단제를 바르는데 목, 옷에 가려지지 않는 앞가슴, 머리가 짧거나 묶는 경우 귓바퀴와 뒷목, 팔과 손등까지 바르는 것이 필요하다. 자외선 A와 B 모두 피부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두 가지 모두 차단이 되는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필요하다. UVB의 차단 정도는 SPF, UVA 의 차단 정도는 PA로 표기되므로 SPF와 PA 수치를 모두 확인하여 차단지수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자외선차단제의 1회 사용량도 체크해봐야 하는데 실생활에서 자외선차단제는 권장량의 1/4~1/2 정도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얻는 SPF는 제품에 표기된 SPF에 비해 현저하게 낮을 수 밖에 없다. 한 보고에 따르면 SPF 70의 자외선차단제를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양으로 다시 측정해보면 SPF 19.3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고 보고하고 있기에 자외선차단제를 여러 번 바를 수 없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SPF가 높은 제품을 선택하고 한번 바를 때 충분히 발라주는 것이 피부암 예방에 도움이 된다.
자외선차단제를 고르다 보면 물리적차단제와 화학적차단제를 볼 수 있다. 물리적 차단제는 독성이 없고 안정적이며 피부자극이 없고 알러지를 일으키지 않아 화학적 차단성분에 비해 좀 더 안전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때문에 피부가 민감한 경우, 자외선차단제에 알러지 반응을 보이거나 바른 후 따거움을 느끼는 경우 물리적 차단제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물리적 차단성분에도 단점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백탁현상인데 물리적 차단 성분의 입자가 커서 가시광선 영역의 빛이 반사, 산란시켜 바르고 나면 하얗게 피부가 보여 불편감을 준다.
최근에는 차단성분의 입자 크기를 200nm 이하로 줄여 백탁현상을 줄인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다. 물리적 차단제의 대표성분인 티타늄다이옥사이드(Titanium Dioxide)는 10~30nm, 징크 옥사이드는 10~200nm의 크기로 사용되어 백탁현상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백탁이 준 것은 장점만은 아니다. 가시광선 영역의 빛은 반사 및 산란시키지 못하며 입자가 작아진 만큼 긴 파장의 UVA를 차단하는 능력이 줄어 드는 단점도 있다. 나노크기의 입자들에 대한 안정성 문제도 뒤따른다. 실험실에서 나노 크기의 입자들에 자외선을 쪼이는 경우 free radical 이 생성되어 세포손상이 유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들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피부 표면에만 머문다는 여러 연구결과가 있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자외선차단제를 선택할 때 물리적 혹은 화학적 성분만으로 제품을 선택해서는 안된다. 자외선을차단해주는 화장품의 여러 성분들은 각각 자외선 A와 B를 차단하는 영역대를 서로 다르게 갖는다. 피부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자외선 A, B 파장을 모두 차단해주는 제품이 좋은 제품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다면 물리적 차단제 100%를 고집할 필요가 없이 물리적 차단 성분과 화학적 차단 성분이 모두 포함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피부암이 증가하면서 자외선차단제를 단순히 화장품으로 생각하지 말고 피부암 예방에 도움을 주는 제품으로 인식하여 매일 충분히 바르는 생활 패턴이 필요하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서동혜 원장(피부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