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선의 우리 약초 이야기(10) 유근피
곰보배추 등과 함께 달여 마시면 알레르기성 비염·축농증 개선 도움
무더운 여름이 엊그제였는데 벌써 9월 중순, 추분(秋分)이 가까워졌다. 아침저녁 제법 쌀쌀함이 돌고, 그 쌀쌀함에 자고 일어나자마자 참을 수 없는 재채기와 함께 콧물·눈물이 줄줄 흐른다. 비염·축농증의 계절이다.
“누가 나 좀 말려줘요!”
비염·축농증의 고통은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심한 경우에는 일상생활에도 불편을 느낄 정도다. 비염·축농증에 좋다는 것은 다 먹어 보아도 호전되지 않는다는 분들에게 유근피(楡根皮)를 소개한다.
유근피는 ‘느릅나무의 뿌리껍질’을 말한다. 나무 속 껍질은 ‘유백피(楡白皮)’라고 한다. 느릅나무는 높이가 무려 10m 이상 자라는 낙엽성 교목이다. 산속 물가나 계곡 근처 등의 습지에서 자란다. 잎은 맑은 초록빛을 띠며 넓은 타원형으로 톱니가 있다. 햇살에 반짝이는 잎이 무척 아름답고 느티나무와 닮았다.
느릅나무는 이른 봄에 연한 풀색의 꽃이 피며 어린 순은 튀김을 해 먹으면 아삭거림이 좋다.
느릅나무는 껍질이 상당히 질기다. 옛날에는 이 질긴 껍질을 꼬아 밧줄이나 옷을 만들기도 했는데 그 질김의 강도가 무척 강하고 부드러워 많이 애용했었다.
껍질을 벗겨 입으로 씹으면 끈적끈적한 점액이 많이 나오는데 이 점액을 갖가지 종기나 종창을 치료하는 약으로 이용하였다. 5~6월에는 유근피를 그늘에서 말려서 약으로 쓴다. 유근피를 말리면 붉은색이 도는 갈색이 된다.
알레르기성 비염과 축농증을 동반한 기침이나 감기에는 유근피차를 권한다.
유근피 70g, 곰보배추 40g, 산목련 잔가지 30g을 물 4ℓ에 넣고 1시간 이상 끓여 수시로 마시면 좋다. 유근피 60g과 칡뿌리 10g을 물 3ℓ에 넣고 1시간 정도 은근하게 달여 미지근하게 식힌 다음 오미자를 약간 넣어 우려내 수시로 마셔도 효과가 있다.
이 밖에 유근피를 작두콩과 함께 달인 물을 밥, 국이나 찌개 등에 이용해도 상당한 효과가 있다.
가족의 건강을 위한다면 유근피·작두콩으로 된장과 고추장을 담가 보자.
유근피, 작두콩, 도꼬마리, 자소엽, 명감나무뿌리 적당량을 함께 넣고 끓여 고추장과 된장을 담글 때 넣으면 발효가 잘돼 장이 맛있어질 뿐 아니라 변질도 쉽게 되지 않는다.
같은 방법으로 달인 물을 조청으로 만들어 가족이 수시로 먹어도 좋다. 특히 작두콩 메주는 비염·축농증뿐 아니라 폐질환에도 좋다.
<지리산 약초학교 대표이사 허은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