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깃을 스치는 것도
인연이라는 말은
고결한 자의 잠꼬대 같은
부질없는 말이었습니다
수많은 바람이 다가와
내 곁을 스쳐갔어도
나에게는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오랫동안 나 홀로
쓸쓸함과 외로움에
떨기도 했지요
우연히 길을 걷다가
이름모를 꽃들을 보고
나도 모르게 가슴 조리며
떨리던 마음은 왜 그랬을까요
이른 새벽
아침 이슬처럼
작은 물방울이 하나 둘
모여 물안개 되어
하늘로 비상하더니
찬 공기가
더운 바람을 만나서
먹장구름으로 다가
오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땅 끝까지
대낮처럼 환한 번개가 치더니
천둥과 벼락이 천지를 진동하며
소낙비가 장대같이
내리는 저녁입니다
그대를 만난 순간
나는 잠시 감전된 사람처럼
내 몸이 굳어짐을 느끼며
모든 것이 정지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대는 스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