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강국지화(微康國之話)
[미강국의 이야기]
봄바람이 부는 곳을 따라가다 보면, 중광국(衆光國)이라는 나라가 보인다.
아직 나라라는 개념이 확실하게 잡히지 않았으므로
중광국 외의 적국은 단 한 나라ㅡ. 미강국 (微康國).
국토는 좁았지만, 군사력만은 중광국을 뛰어넘은 나라였다.
"이번 오대가문 행사에서 저희 청가[靑家]는 빠지도록 하겠습니다."
"아니ㅡ. 대인. 어째서 그런 결단을 내리신겁니까?"
"청가[靑家]는 이런 식으로 대우받고서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아시겠습니까?
명색이 명문 오대가문이라는 우리 청가[靑家]가 이런 대우를 받는다니요?"
"대인의 심정.... 저도 물론 이해는 갑니다만, 폐하의 뜻입니다."
"청가[靑家]의 여식은 간택에서 불리하다니ㅡ.
청가[靑家]가 폐하를 위해서 얼마나 노력하고 힘을 썼는데."
"무슨 다른 뜻이 있는지도 모르지요.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분이시니ㅡ."
"허나ㅡ, 청가가 이런 식으로 간택에서 불리해진다면
저 또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요ㅡ. 암요."
***
미강국에는 다섯 개의 명문가가 있었는데,
명실상부 최고의 가문은 홍가[紅家].
그 뒤를 잇는 가문은 청가[靑家], 민가[珉家], 서가[舒家], 흑가[黑家] 순이었다.
그리고 별도의 가문은 백가[白家]. 백가는 왕족의 가문이었기에 함부로 '백'이라는
성은 쓸 수 없었다.
이런 최고의 명문 오대가문은 해마다 행사를 하는데,
가문의 특산물을 교환하면서 친목을 다지고, 또 간택령이 내려졌을 경우엔
의견을 잘 조율하여 오대 가문 중 3명의 여식만 간택에 응하기로 정했다.
명문가가 아닌 다른 가문에도 기회를 주자는 것이 오대가문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다른 가문의 여식이 간택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까웠다.
생색만 내자는 명문가의 오만이었을까ㅡ.
명문가의 여식 3명 중 한 명이 반드시 간택될 거라는 것을 그들은 알고 있었다.
***
대전 앞의 내시, 궁녀들은 뭔가 초초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폐하의 알 수 없는 어명 때문이었다.
"이번 간택에서 청가의 여식은 간택될 가능성이 없다고 모두에게 전하거라."
"아니ㅡ. 폐하ㅡ! 어느 한 가문만 그렇게 배척하신다면 반드시 앙심을 품을 것입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나의 뜻은 변함이 없노라. 마음만 그렇게 먹고서 진정한 생각을 보여주질 않고
행동으로 그 여식을 배척하는 것이 더 비참하지 않느냐?
차라리 먼저 공포해서 포기하도록 하는 것이 나을 것이야."
"허나.. 어찌 청가의 여식을..."
"나의 뜻이니라ㅡ. 그대는 감히 묻지말라."
"죄송합니다ㅡ. 폐하ㅡ."
대전내관은 폐하의 진정한 뜻을 묻고 싶었으나, 단호한 폐하의 표정을 보고
금세 입을 다물었다.
***
"그래? 그래서..."
"정말로 청가의 여식은 가망이 없는 듯 합니다."
"흐음..."
"폐하는 간택을 절대로 공개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항상 폐하의 뜻으로ㅡ. 폐하의 마음에서 간택이 결정되지요.
그런데 마음 속으로 품으셔도 되는 그런 뜻을 어찌 모두에게 밝히셨는지ㅡ.
소인은 그것이 이해 되질 않습니다."
그는 마시고 있던 향긋한 차에서 입을 떼고 홍가의 대인에게 물었다.
"폐하가 간택을 특이한 방식으로 진행하신다고는 하나,
보통 명문가의 여식을 한 번씩 돌아가면서 간택하지 않습니까."
"물론이다. 그것이 관행이니라."
"순번을 따진다면, 이번엔 홍가의 여식입니다.
관행대로라면 홍가의 여식으로 결정이 되었는데, 어찌 폐하는ㅡ,"
"넌 폐하의 속마음을 잘 모르고 있는것이다.
아니ㅡ, 이 나라 어느 국민도 폐하의 진정한 속내는 모를 것이야.
그만큼 철저하게 속을 드러내지 않는 분이시니 말이다."
"그렇다면..."
"답이 없느니라. 간택이 확정될 때까진 아무도 확답을 줄 수 없어."
찻잎을 물에 오래 두어서 그런지 향기 속에 무척이나 쓴 향기가 섞여있었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화제를 돌렸다.
"간택에 보낼 우리 가문의 여식은 누구입니까?"
"이번 오대가문 행사에서 결정되겠지.
혹시 너의 여식을 생각해두는 것은 아니겠지?"
"제 여식이 간택된다면야ㅡ, 전 나쁠 것 없지요."
"당돌하구나ㅡ."
"형님의 여식을 염려해두고 계시는군요.
혼기가 찬 나이이니ㅡ."
"그 아이는 아직 혼사와는 거리가 먼 듯 싶구나."
"홍가 대인의 여식이 혼사와 거리가 멀다니요ㅡ.
당치 않으십니다."
"난 그 아이의 뜻을 존중해주고 싶구나."
그는 홍가의 대인, 즉ㅡ 자신의 형님인 홍래언의 뜻을 알고있다.
자신의 여식을 정말로 귀중하게 여기고, 아낀다는 것을 말이다.
홍래언이라는 사람은 온화한 성품을 가졌지만,
공과 사는 확실히 구분하는 냉철한 인물이기도 하다.
폐하의 속은 누구도 알 수 없듯이, 이 사람의 속 또한 모른다.
홍래언의 동생인 자신, 홍영언도, 그 누구도, 아무도 모른다.
"차가 쓴 맛밖에 나질 않습니다ㅡ."
그는 이제 쓴 맛 밖에 나질 않는 차를 금세 마시고는 의자에서 일어나 자리를 떴다.
첫댓글 우, 우와 ㅠㅠㅠ 차가 쓴 맛 밖에 나지 않습니다 대사 너무 맘에들어요 흑흑
감사합니다. 꽤나 고민했던 대사였습니다ㅜ_ㅜ... 오늘 내로 2화 올리겠습니다★
우와.................소설이 굉장히 진지하고....막막...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멋있어요..마지막대사..
감사해요^,^ 지금 2화 올리러 왔습니다~!
와우..부제목에 이끌려서 봤는데, 기대 이상인데요? ^^ 절묘한 앤딩입니다ㅎㅎ그럼 다음편을 보러 이만.
과찬이십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습니다! 감사합니다^^
퓨전사극이라서 끌렷는데.. 멋진데요 ㅎㅎ 담편기대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