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어느날 갑자기 우편물이 도착했노라고 문자가 왔다.
택배 올 게 없을텐데...
집 짓는 것 관련한 자재는 지금 상황과 전혀 관련이 없을테고 도대체 뭐지?
그런 궁금증을 안고 집에 가서 확인을 해보니 엥 광주에서 마라톤대회가 19일날 열리는데 내가 그걸 신청을 했다고???
그런데 알고보니 두철과 내가 순식간에 신청하고 송금까지 마쳤다고
그러곤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확인이 되었다.
요즘은 마라톤대회 공지가 나오자마자 불과 몇시간 만에 마감이 되는터라 아마도 그때 상황도 그러했을 것 같다.
그렇게 발등에 불이 떨어진 판이라 마음이 바빠졌는데 몸은 봄내 여름내 연짝으로 '술과 함께' 지냈으니 어찌어찌 하오리까?
장거리훈련을 대회버전으로 한다는 마음으로 광주로 향하고 가장 중요한 건 지금 이 시기에 조금이라도 마음이 앞서면 큰일이 난다고 다지고 또 다진다.
몸이 먼저 가고 마음은 그 뒤를 따라가는걸로
누가 뭐래도 계획되고 정해진 페이스를 오버하면 망하는 결론.
해서 세운 기준치가 풀코스대회의 페이스를 하프로 적용하는 것으로 해서 5'30"정도면 어떨런지?
헌데 날씨가 좀 협조를 하는 분위기로 봐선 5'15"정도가 되어도 괜찮을 것도 같으니 딱 그정도 범위로 잡았다.
송정 군공항을 폐쇄하고 민간공항만 남겨두자는 일종의 시위와 같은 마라톤대회인데 그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서 딱 공군기지 앞에서 출발하는 걸로 기획이 되었나보다.
기온이 15℃ 남짓으로 출발해 들어올 당시엔 20℃ 내외이고, 습도는 85%에서 70%로 높은 편이지만 해가 거의 비치지 않아 다행, 거기다가 코스가 거의 완벽한 평지라 여러 조건을 놓고 볼땐 좋은편이다.
첫 구간에서 5'26"로 아주 적절히 잘 시작했고 그 뒤로도 초반 페이스는 5'12"정도로 크게 무리 없이 진행하고 있다.
시계는 스마트워치를 벗어놓고 카시오를 찼으니 그냥 구간구간 표시가 되어 있는 거리표시와 랩타임에만 집중하기로 마음을 다진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대열의 흐름에 가장 집중한다.
그 흐름에서 밀리느냐 차고 나가느냐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진 결과값이 나올테니
후반의 기록이 전반에 비해 월등히 빨라졌지만 막판이 가까울수록 장거리 체력이 뒷받침 되지 않는다는 게 느껴지며 고생을 좀 했다.
1:47:11
맨 첫번째 하프대회의 기록보다는 1분이 좋고
그래서 기분이 좋고
앞으로의 길고 긴 시즌의 시작이 굳스타트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