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이란 관계를 편하게 하는 것'
우리나라는 오랜 농경사회와 유교의 영향으로 연령과 서열을 중시해 왔다. 장유유서(長幼有序)로 대표되는 서열의식은 때로는 폐쇄적이고 맹목적으로 비춰져 합리적 사회를 형성하는데 걸림돌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하나, 배타적이지만 않다면 서로간의 관계에서 하나의 원칙이 되어 순기능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국회가 새로운 원(院)구성을 하거나 의장단이 교체되면 국회의장의 서열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여기서 서열이란 의전서열을 말한다. 의전이란 일반적으로 국가간의 외교행사나 국가기관의 공식적인 행사에서 지켜야할 의식과 전례, 그리고 예법을 의미하는데 좀더 넓게 보면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지켜야할 예의범절까지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예의범절이라고는 하지만 예의라는 모호성 때문에 때로는 행사를 주관하는 입장에서 곤란을 겪는 경우가 더러 있다. 그래서 나라마다 국가 주요인사에 대해 법령이나 의전관행으로 기준을 정해놓고 국가 주요행사나 연회에서 좌석배치 등 복잡한 서열상황을 해결하고 있다.
의전서열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순
우리나라는 3부요인을 포함한 국가적 주요인사를 총 망라한 단일 예우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개별 행사별로 헌법이나 정부조직법, 국회법 등 관련 법령에서 정한 직위의 순서를 하나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개별 행사에서는 그 행사의 성격을 고려하고 기념사 등 역할 여부, 행사와의 관련성 등을 토대로 주관기관의 책임하에 적정하게 재조정하여 시행한다. 여기서 “적정하게 재조정”이라는 말처럼 단일 기준이 없서 의전은 변화무쌍하다. 선례와 관행을 예우 기준으로 삼다보니 의전담당자는 ‘정말 민감하고 어려운 문제’며 “잘해야 본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의전편람 등을 종합해 볼 때 일반적으로 우리의 국가의전 서열은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 국무총리,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정당대표, 국회부의장, 교섭단체 대표의원, 감사원장, 국회상임위원장, 국무위원 순이다.
국회에서의 서열은 국회의장, 정당대표, 국회부의장, 교섭단체대표의원, 상임위원장 순으로 삼는다. 통상적으로 의원의 경우 선수(당선횟수)가 많은 의원이 우선하며, 당선횟수가 같으면 연령순으로, 연령이 같으면 성명의 가나다순으로 정한다. 교섭단체 정당의 경우 국회 의석수를 따른다.
장유유서의 질서가 남아있는 우리의 경우 의전 서열을 두고 누가 더 높은가로만 생각하는 ‘권력서열’로 받아들이면 자칫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 그래서 의전담당자들은 의전의 의의를 ‘참석자들이 서로 유익한 교제를 가질 수 있도록 지위에 상응하는 예우’라고 말한다. 참석자들 간의 관계를 매끄럽게 유도하는데 서열의 의미가 있는 만큼 ‘당사자가 불편하지 않고, 보는 사람이 어색하지 않은’ 의전이 가장 잘된 의전이라고 하겠다.
[ 취재 : 김종해 미디어담당관실 자료조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