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담 호스티스 05
4. 학원의 학습, 서예의 즐거움
초등학교에 올라가기 전부터 저는 정말 많은 학원을 다녔어요. 수영, 피아노, 서예, 발레, 도예교실 등 너무 많은 학원을 다니다 보니 도대체 지금 무엇을 배우고 있는지 잘 모를 정도였습니다.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어져 버리는 것에도 불만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학원에는 대개 오빠나 소꿉친구 미유키와 함께였습니다. 제가 뭔가 새로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 미유키도 바로 그 학원을 다니는 식입니다. 피아노와 전자오르긴을 배우고 있을 때는 미유키의 어머니가 만들어 준 커플 드레스를 입고 발표회에 참가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귀가 들리지 않는 저에게는 피아노 연습을 해도 재미가 없었고 성과도 전혀 오르지 않았습니다. 피아노를 칠 때는 소리를 듣는 대신 마음속으로 리듬을 마추어야 하는데 잘 치고 있는지 스스로는 조금도 모르는 거죠. 결국 도중에 그만 두었으며, 그 후로는 한 번도 피아노를 치지 않았고, 건반을 만지지도 않았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나에게 피아노 따위를 배우게 해도 소용없지 않을까 생각하는 사람도 분명 많을 것입니다. 겨우 리듬감이 조금 붙은 정도이기 때문에, 맞는 말일지도 모릅니다. 당시의 저는 많은 연습을 귀찮다고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만큼 어떤 일이든 체험을 시켜주고 싶다. 그 경험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 그런 부모 마음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습니다.
연습뿐만 아니라 부모님은 여러 곳에 저를 데려가 체험하게 해주셨습니다. 여름에는 캠핑에, 겨울에는 스키 이런 식입니다.
뭐든지 오빠나 미유키 등의 친구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무렵은 자신이 다른 아이들과 어디가 다른지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었습니다. 피아노 학원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가 오르지 않았지만 배워두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학습도 물론 있습니다.
그중 첫째가 서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필담이 대화의 중심인 저에게 바르고 예쁜 글씨를 쓴다는 것은 여러분이 아름다운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예는 4살부터 초등학교 3학년 정도까지 배웠습니다. 물론 배우기 시작한 계기는 부모님이 권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서예 선생님은 항상 웃는 얼글의 백발이 섞인 초로의 여성 분으로 기억합니다. 서예는 저 외에 오빠와 미유키, 그리고 미유키의 오빠도 함께 배우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선생님의 지적을 받아 다시 쓰기를 하는 오빠가 입술을 깨물고, 눈물을 머금으며 분해 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고 있던 장면입니다. 그런 오빠를 가엽게 생각하면서 다시 쓰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하였습니다.
한편, 저는 다시 쓰기를 지적 받게 되면 싫은 얼굴을 하거나 마구 화를 내거나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그런 저를 보고 선생님은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능숙하게 치켜세워 주시며 서예에 임하게 해주셨습니다. 어른이 되고 나서 미유키와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리에가 서예는 자신이 가장 잘한다고 고집을부리고 있어서, 오빠들은 둘 다 '그럼, 리에가 최고지' 라고 리에를 칭찬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어? 하지만 리에가 없는 곳에서는, 오빠들은 '사실은 미유키가 더 잘해' 라고 말해 주었어. 그렇게 말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어. 오빠들은 정말 우리를 잘 다루었지!"
우리 두 사람은 상냥한 오빠들의 보호를 받으며 즐겁게 서예 교실에 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귀가 들리지 않는 만큼 서예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다만 먹을 찍고 붓으로 글씨를 쓰는 것은 저에게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힘을 줘서 쓰면 굵고 힘찬 글씨가 되기도 하고,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떨리면서 쓰면 지렁이 같은 미덥지 않은 글씨가 되기도 하는 것이 어린 마음에도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멈추거나 튀는 등 여러 가지 기법에 신경을 쓰면서 하나의 글자를 완성하는 서예는 소리 없는 세상에 살고 있는 저를 빠져들게 했습니다.
최근에는 서예를 할 기회가 없었지만 독특한 먹 냄새는 또렷이 떠올릴 수 있습니다. 서예학원 외에는 따로 서예 연습을 하지 않았지만 초등학교 3학년 때에는 서예 2단의 자격증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지역 서예 콩쿠르에 응모를 해서 금상을 받고 신문에 실린 적도 있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주위 사람들이 쓰던 동그라미 글씨가 귀여워 보여서 모처럼 배운 올바른 아름다운 글씨 쓰는 법을 버렸던 시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가장 큰 수단인 글 쓰기는 매우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서예에도 여러 가지 표현 방법이 있는 것 같아 매우 관심이 있습니다. 또 언젠가 본격적으로 서예 공부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쓴 글씨를 통하여 그 사람 자신을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필담 호스티스라고 불리게 되고 나서부터는 조금이라도 더 예쁜 글씨로 손님을 접대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아름다운 글씨를 쓰도록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