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더워지면서 주변에서 견공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때마다 나와 개와의 인연에 대해 생각이 난다.
개에 대해서라면 어릴적 가슴아픈 경험이 있다
초등학교 다니기 전 어릴 때의 일이다.
시골에 해뜨고 온식구 논밭일터로 향하신 뒤에는
나는 형도 누나도 없는 외로운 맏이다 보니 함께 놀아줄 사람없어
심심하기에 강아지 키우고 싶다면서 할머니를 졸랐다.
왜 어머니도 아버지도 아닌 할머니냐고?
할머니가 제일 장손녀석 떼쓰는 것에 약했으니까.
없는 살림에 아버지 몰래 콩을 시장에 팔아서
강아지 한마리를 사왔다.
얼마나 귀여운지 이놈이 내가 자기 엄마인줄 아는 거다.
둘이는 엄청 가까운 친구가 되어 노상 붙어 지냈다.
당시 시골정서로는 개를 방안에서 키우는게 금기였는데
우리는 잠도 함께 잤다.
그놈도 내 옆에서 자기를 원했고...
그런 생활이 몇 주가 지났을까..
어느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이놈이 안보인다.
식구들 표정도 영 안좋다.
어머니가 말씀하시기를 그놈이 병이 들어서 죽었으니
더 이상 생각하지 말라고 하셨다.
믿을 수가 없었다.
어제까지 잘 놀고 함께 잤는데 죽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끼니때문에 어머니가 시장에 되팔았을 거라고 떼를 쓰면서
다시 찾아 달라고 징징 울어댔다.
..............
몇 년이 흘렀을까..
세월이 한참 지나고 철이 들 무렵, 어머니는 그때의 진상을
내게 말씀해 주셨다.
나하고 같이 잔 그놈은 아침에 어머니가 살펴보니
내 몸 밑에 깔려 있더란다.
결국 병이 아닌 나때문에 질식사를 한 것이었다.
어머니는 행여 어린 내가 마음에
큰 짐을 안게 되는 것이 걱정이 되어
그 때는 말씀을 안하셨다고 한다.
그리고는 그놈의 명복을 부처님께 빌어 주셨단다.
당신 아들의 못난 탐욕에 희생된 것을 용서해 달라고.
그리고 다음에는 인간으로 환생하여 새삶을 살아 달라고
그 때 그놈의 희생으로 나는 세가지를 얻었다.
하나는
내가 전 세계의 견공품종에 대해 명칭과 특성,
그리고 탄생배경까지도
훤하게 공부를 하게 되었다는 것.
독일에 갔을 때 그 지식은 독일친구와의 대화에 큰 힘이 되었다.
두번째는 친구에 대해서다.
친한 친구일수록 자기 바로 옆이 아닌
그의 색이 발할 수 있는 위치에서
바라볼 줄도 알아야 한다는 것.
그리하여 너와 나의 고유의 빛이 하모니를 이룰 수 있을 때
우리는 진정한 친구라는 것...
마지막 하나는 어머니의 사랑에 대해서다.
기나긴 세월을 잊지 않으시고
당신 마음 깊숙히 아픈 사연을 간직하시다가
그 아픔이 발효가 되어 아픔의 독물이 다 빠지고
영양가 있는 삶의 효소가 된 후에는
뱉어내어 잊지않고 장성한 자식에게
다시 먹여 주신다는 것.
지금도 우리 식구는 아무도 보신탕을 먹지 않는다.
이름도 지어주질 못한채 떠나보낸 그놈의 명복을 빈다.
다음 세상에는 내가 짐승으로 태어나서라도
그놈하고 좋은 친구로 살고프다.
빚진게 많은 이몸, 너에게 목숨바쳐 잘 해주련다.
그리고
지금 어머니께 전화를 드리련다.
어머니
사랑하는 어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나의 스승이십니다.
당신을 존경합니다.
이 땅의 모든 외할머니들께 이 영화를 바칩니다’는.
가족(Famaily)이란 단어의 어원을 아십니까?
'아버지, 어머니,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Father, Mother. I love You)'의 각 단어의
첫 글자를 합성한 것입니다.
아무리 사람 사는 방식이 달라진다해도 ,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삶의 온기를 불어넣어준다는 사실은
변할 수가 없을 것입니다.
<쉼터> 박성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