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FIFA 여성 '올해의 선수' 후보 24인의 명단이 발표됐다. 특히 이번 명단에는 동아시아 축구대회 정상에 오른 한국 국가대표팀의 스타 박은선(서울시청)과 대회 최우수선수였던 북한의 미드필더 허순희(압록강)가 나란히 이름을 올려 각별한 눈길을 끈다. 반면, '과거의 세계적 강호'였던 중국은 이번에는 단 한 명의 후보도 배출하지 못했다.
언제나 '뒷북치는 경향'이 없지않은 FIFA '올해의 선수'이고 따라서 이번에도 어김없이 '널리 알려진 베테랑 위주'의 후보 명단이기는 하더라도, 다른 한편으로 이번 명단은 세계 여자축구계의 전반적 세대교체로 인한 어쩔 수 없는 '변화의 바람' 또한 다소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여자축구의 신화' 미아 햄과 더불어 짧지 않은 한 시기를 풍미했던 미국의 '황금 세대' 선수들의 상당수가 은퇴했으며, 현재 미국에는 크리스틴 릴리와 같은 극소수의 전설적 노장만이 현역으로 남아 후배들을 이끌고 있는 상태. 독일에서도 베티나 비그만, 마렌 마이너트와 같은 과거의 최고 선수들의 모습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바야흐로 세계 여자축구도 '80년대생'들이 주류를 형성하는 시대를 맞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이번 후보 명단에서 스웨덴의 빅토리아 스벤슨, 프랑스의 마리네트 피숑과 같은 여자축구를 대표할만한 탁월한 재능의 노장 선수들이 제외된 것은 '약간은 의외'인 측면도 있다.
남자축구 '올해의 선수' 후보군이 골키퍼와 수비수에게 다소 '짠' 경향이 없지않아 있는 반면, 여자축구의 후보 명단에선 상대적으로나마 포지션별 안배가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다. 과거부터 도리스 피첸(독일), 브리아나 스커리(미국), 실케 로텐베르크(독일), 브랜디 채스테인(미국), 샤마인 후퍼(캐나다) 등은 포지션의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우대받는 세계적 스타들이었다.
이번 후보 명단에도 노르웨이의 명수문장 노르비, 핀란드의 쿠나스와 같은 골키퍼들과 각국 수비의 핵심 선수들인 산드라 민네르트, 로라 조르주, 한나 마클룬드, 안네 스탕글란드 등이 포함되어 포지션별 균형이 꽤나 갖춰진 인상.
그렇다 하더라도 역시 수상자 및 득표 3위권 진입이 유력한 선수들은 공격수 내지 미드필더들이다. 미국의 미드필드 반석 섀넌 복스, 노르웨이 플레이의 출발점 솔베이그 굴브란슨, 독일 미드필드의 최고 재능 레나테 링거와 같이 이제는 완연한 베테랑의 인상을 풍기는 선수들은 '이전보다 더욱 향상된 득표력'을 보여줄 공산이 크다.
하지만 '수상 0순위 후보'는 올해 벌어졌던 유럽선수권 우승에 공헌했던 독일의 비르기트 프린츠일 것이다. 3연속 수상을 노리는 프린츠가 다시 한번 '올해의 선수'를 거머쥘 경우 그는 이 상이 제정된 2001년 이래 최다인 세 차례의 수상으로써 미아 햄을 넘어서게 된다.
따라서 전체적인 판세는 스웨덴의 '빅네임 듀오' 한나 융베리, 말린 뫼스트롬과 브라질의 젊은 플레이메이커 마르타가 복스, 굴브란슨, 링거 등과 더불어 얼마나 프린츠를 추격할 수 있을지가 관심거리일 듯.
한편, 이번 후보 명단에는 '남성 축구클럽'과 계약을 맺으며 화제를 뿌렸던 멕시코 골게터 마리벨 도밍게스, 유럽의 새로운 강호로 부상하고 있는 핀란드 대표팀의 공격수 로라 칼마리, 미국팀의 새로운 공격진을 애비 웜박과 함께 이끌고 있는 크리스티 웰쉬, 낯익은 일본 플레이메이커 사와 호마레, 미국 여자리그(WUSA)에서 활약했던 유일한 잉글랜드 공격수 켈리 스미스, 덴마크의 미드필드 재능 카트린 파스케-쇠렌슨, 캐나다 스트라이커 크리스틴 싱클레어, 나이지리아 미드필더 페르페투아 은쿠오차와 남아공 공격수 포티아 모디세가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