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리조나 김병현(23)이 트레이드설의 소용돌이에 휘말린 것은 내년시즌에 대비한 팀의 구조조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물론 지역언론에서 제기한 '프로페셔널리즘 부족'이 한 계기가 됐을 수도 있지만, 좀더 근본적인 것은 '연봉'의 문제다.
김병현의 올 연봉은 20만달러. 99년 데뷔 당시 "마이너리그로 내려가도 4년간은 메이저리그 최저연봉을 받는다"고 계약한 탓이다. 파격적으로 2개월 만에 빅리그로 승격한 뒤 마무리로 활약한 김병현으로서는 그동안 너무나 오랜 기간 헐값으로 '봉사'해 온 셈이다. 김병현은 그 기간 중 트레이드 불가대상인 '언터처블(Untouchable)'이었다.
그러나 내년시즌부터는 최소 200만달러를 받는다. 연봉조정신청 자격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김병현은 1년계약의 경우 300만달러, 다년계약의 경우 500만달러 이상의 연봉을 내심 바라고 있다. 김병현을 보유하기 위해서는 구단도 거금을 감수해야 하는 때가 온 것이다.
팀의 마무리가 없다면 김병현을 반드시 붙들어야 하지만 애리조나에는 맷 맨타이가 있다. 팔꿈치 수술 후 긴 재활을 거친 맨타이는 내년부터는 옛 구위를 되찾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병현을 굳이 아쉬워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 것이다.
김병현은 시즌 도중 "나는 트레이드 카드로 딱 쓰기 좋은 선수"라고 말한 적이 있다. 연봉이 비교적 싸기 때문에 다른 팀에서 영입하기가 수월하기 때문이다. 맨타이의 내년 연봉은 600만달러. 시장에 내놓는다고 해도 구매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김병현의 트레이드 여부는 연봉협상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전망이다.
그러나 구단측은 맨타이라는 존재가 있는 한 김병현에게 그다지 많은 연봉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 뻔하고, 김병현 역시 웬만한 금액에는 사인을 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타결 전망은 지극히 불투명하다.
다음주쯤 귀국할 예정인 김병현은 빠른 시일내에 '슈퍼 에이전트' 제프 무라드와 만나 연봉협상에 대한 전략을 논의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