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붙여:이 글은 한겨레신문 12월 4일(수)자 34쪽에 있는 고정 칼럼난인 [안도현의 발견]에 님이 "물메기탕"이라는 제목의 칼럼입니다. 좋은 글이라 여겨 이곳에 그대로 옮겨 놓았읍니다. 읽으시기를 권합니다.
[안도현의 발견]
물메기탕
12월이 되면 뜨끈한 물메기탕이 슬슬 생각난다. 기온이 영하로 내려갈 때쯤 맛볼 수 있는데, 이듬해 봄 새싹이 돋아날 때쯤은 아예 잡히지
않는다. 물메기는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오는 ‘해점어’(海鮎魚)다. 바다메기라는 뜻이다. 남·서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물메기와
동해안에서 잡히는 꼼치는 둘 다 지독하게 못생겼다.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종류가 다르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꼼치의 배 아래쪽에는 동그란 빨판이
있다는 것. 이 빨판은 바닥에 몸을 붙일 때 사용한다고 한다. 이놈을 동해안에서는 ‘곰치’라고 하는데 ‘물곰’이나 ‘물텀벙’으로 부르기도 한다.
강원도 속초에서 먹어본 물곰탕은 적당히 익은 김치를 숭숭 썰어 넣어 끓인 것이었다. 얼큰했지만 김치 때문에 물곰 특유의 맛이 가려지는 게
아쉬웠다.
나는 무를 넣고 끓인 물메기탕에 더 끌린다. 중요한 건 무를 도마에 놓고 썰지 않아야 한다는 것. 무와
칼을 수평으로 놓고 비껴 썰듯이 깎아야 제맛이 난다. 다른 채소는 필요 없고 듬성듬성 썬 대파와 다진 마늘만 있으면 된다. 다 끓인 뒤에 여기에
참기름 두어 방울이 들어가야 금상첨화다. 물메기의 흐물흐물한 살보다 껍질을 후루룩 소리 내며 빨아먹는 맛이 각별하다. 전북 부안 읍내의
상설시장은 물 좋은 생선이 즐비한데, 그 안쪽의 변산횟집을 가고 싶다. 20년 전부터 드나든 허름한 집이다. 착한 두 아들이 어머니를 모시고
손님을 맞는 집이다. 아, 설설 끓는 물메기탕 한 양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