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부의 단상]
멋진 설경의 이면 그리고...
2024년 2월 17일 토요일
甲辰年 음력 정월 초여드렛날
어제 아침에 이어 오늘도 영하의 기온으로 꽤 춥다.
오늘은 영하 13도까지 수은주가 곤두박질을 했다.
참 희안하다. 폭설이 내린 뒤에는 꼭 영하의 기온이
뒤를 잇는다. 그게 날씨변화의 이치인가는 몰라도...
아직 한참 멀기는 하지만 이제 점점 겨울은 물러갈
채비를 해야 할 텐데 오히려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가 내린 위에다 폭설를 쏟아놓지를 않나, 뒤이어
추위까지 몰려와 꽁꽁 얼려버리지를 않나? 하늘의
심술인가, 하늘의 장난인가, 하늘의 횡포인가?
어제 아침나절에는 그런 생각을 하며 투덜거렸다.
멋진 설경 이면에는 산골 사람들 애환이 스려있다.
전날 저녁무렵에 그친 폭설을 어둑어둑할 때까지
축축한 습설의 폭설을 치우느라 진땀을 빼곤했다.
그런데 밤새 영하의 기온에 길바닥이 얼어버렸다.
진입로 점검하러 각삽을 들고 내려갔던 이서방이
전화를 했다. "형님! 길이 얼어붙어 엉망이라 깨야
할 것만 같아요. 각삽 들고 내려오세요."라고 했다.
부랴부랴 각삽을 챙겨들고 내려가며 얼어붙어서
미끌미끌한 길바닥의 얼음을 깨 가면서 내려갔다.
이미 이서방은 진입로 한쪽을 같은 방법으로 깨며
내려가고 있었다. 이 작업은 삽자루를 잡고 내리쳐
얼음을 깨다보니 진동으로 손목에 무리가 따른다.
이 상태로 염화칼슘을 뿌려봐야 경사진 길이라서
별 효과가 없다. 얼음을 어느 정도 깨내고 뿌려야
한다. 그렇게 두어 시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두 동서가 마무리를 하고 진입로 초입에 다다라서
이서방이 염화칼슘을 뿌렸다. 그렇게 고생을 하며
깔끔하게 정리를 해놓았다. 다른 주민들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우린 그들을 질책하지는 않았으며
그저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마무리하고 올라왔다.
오후 아내와 처제가 진부에 있는 평창시니어클럽
사무실에 다녀와야 한다고 했다. 둘째네 자동차로
자매를 데리고 다녀왔다. 남는 여가를 경제활동을
할 생각이라고 하여 등록을 하러 간 것이다. 65세
이상 시니어들을 관내 여러 기관에 배치하여 일을
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일종의 시니어 일자리
창출이 아닌가 싶다. 아내와 처제가 등록 면담을
하는 자리에 함께 앉아있었다. 여성들만 등록하는
것인 줄로 알았다. 직원에게 남성도 등록을 하면
일자리를 알선을 해주느냐고, 나도 가능하느냐고
물었더니 65세 이상 어르신들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65세 넘었냐고 물었다. 벌써 지났다고
했더니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렇게 안보인다고
하며 웃었다. 젊게 봐주어서 기분이 좋기는 했다.
그렇게 하여 느닷없이 그 자리에서 등록을 해놓고
왔다. 대부분 하루에 3시간, 월간 60시간을 넘지
않는 일자리라고 한다. 어떤 일자리가 소개될지는
모르겠지만 기다려봐야겠다. 놀면 뭐하겠는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서 일을 하면 좋은 것이고
경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이라서 기대가 된다.
저녁무렵 멘토인 맥가이버 아우가 전화를 주었다.
"형! 폭설이 내렸는데 올라가는 길 괜찮아?"라고
물었다. 아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대답했다.
"암, 우리가 눈군가? 아주 깔끔하게 치워놓았지!"
라고 하며, "왜? 무슨일이 있는가?"라고 했더니
"승현 엄마가 메밀부치기 부쳤는데 갖고가려고"
라고 했다. "아이구~ 좋지, 좋아! 올라오시게나!"
라고 하며 반겼다. 부랴부랴 카페로 내려가 촌부는
벽난로에 불을 지피고 이서방은 펠릿 난로에 불을
지폈다. 그새 송이네 이장부부가 올라왔다. 이미
서로 연락했던 모양이다. 이장이 카페에 들어서며
"올라오는 길이 훤한 걸 보니 형님들 고생하셨네?"
라고 했고 송이 엄마도 "오라버니들 고생했어요."
라고 하며 웃었다. 조금후 맥가이버 아우 부부도
도착했다. 갑작스런 청바지클럽 번개팅이 되었다.
이렇게 시작이 된 모임은 승현 엄마가 손수 부쳐온
메밀부치기를 먹으며 술도 한잔씩 했다. 정말이지
승현 엄마의 부치기 솜씨는 가히 장인을 능가하는
실력이고 얼마나 손이 큰지 모른다. 그 많은 양을
얇게 잘 부쳤다. 아내와 처제가 인자氏의 실력은
알아줘야한다고 했다. 하나는 백김치, 또 힌가지는
묵은지를 넣고 아주 얇게 너무 잘 부쳤고 맛 또한
기가 막혔다. 소주 두 병을 나눠 마셨는데 술 좋아
하는 송이 아빠는 아무래도 좀 모자라는 듯했는데
아내가 술은 적당히 마시고 맛난 커피를 마시자고
하여 아쉽지만 그러자고 했다. 시도때도없이 자주
수시로 만나지만 화제거리는 무한대인 것 같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고마운 아우들과 함께하는 산골살이라서
너무나 뿌듯하고 흐뭇하고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카페지기 박종선 님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 ♧
첫댓글
청바지 클럽
너무 정겨운 모임에 이사 가고 싶어요~ㅎㅎㅎ
오십시오.
낑가드릴 테니까요.ㅎㅎ
감사합니다.^^
봄이오면 바빠지실텐데 등록까지
맘의 여유에 평온까지ᆢ
그리고 가족같이 지내는 모습이 ㅡ아ㅡ이사갈까?ㅡㅎ
즐감합니다^^
올해부터는
농사를 줄이려고 합니다.
나이가 들어 그런지
많이 부거워서...
마을 아우들이
너무 고맙답니다.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이죠.
이사 오십시오.ㅎㅎ
감사합니다.^^
앗ㅡ근정님캉 같은생각~~~모지?ㅡㅎ
두 분이 함께 오세요.ㅎㅎ
도시는 벌써 봄이온듯한 느낌인데
그곳은 아직 한겨울을 연상케 하는군요.
그래도 일상이 지루하지않게...모두들 모여 사는 모습이 참 부럽습니다...^^
일을 할수있다는게 요즘은 좋으네요.
뽀식님도 봄이면 좋은소식과 함께 일까지 병행하시면 더 보람이 있지않을까 싶습니다..^^
뽀식님...파이팅..하세요..^^
와~~ 고속도로처럼
깔끔하게 뚫린
도로에 애쓰신 흔적이
그득하네요 .
그 길 따라 행복이
일사천리로 달려
오는듯 합니다.
이 담에 큰 복
함께 나누시죠. ㅎ
부부께서 함께 경제활동 하시면 설다목은 누가
지킬까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