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중 급강하 아찔한 오작동 원인은 태양 복사열
에어캐나다 안도, 에어트랜젯 긴장 희비 갈린 캐나다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가 주력 기종인 A320 시리즈에 대해 전 세계적인 대규모 리콜을 단행하며 글로벌 항공업계에 비상등이 켜졌다. 리콜 대상은 운항 중인 A320 계열 항공기 1만 1,300여 대 중 절반이 넘는 6,000여 대에 달한다. 창사 55년 역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될 이번 조치는 즉각적인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는 긴급 지시에 따라 진행된다.
사태의 발단은 지난 10월 30일 멕시코 칸쿤발 뉴욕행 제트블루 항공기에서 발생한 사고였다. 비행 중 조종사의 조작 없이 항공기 기수가 수초간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비의도적 기수 급강하(pitch down)'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유럽 항공안전청 조사 결과 강력한 태양 복사열이 비행 제어에 필수적인 데이터 처리에 오류를 일으킨 것으로 밝혀졌다. 비행기 두뇌 역할을 하는 컴퓨터가 외부 요인으로 오작동을 일으켜 승객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셈이다.
결함은 차기 운항 스케줄 전에 반드시 수정되어야 해 전 세계 공항에서 무더기 결항과 지연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최대 운영사인 아메리칸항공은 보유 기체 480대 중 340대가 대상에 포함돼 300편 이상 운항 차질을 빚고 있다. 콜롬비아 아비앙카는 기단 70% 이상이 영향을 받아 12월 8일까지 항공권 판매를 중단하는 강수를 뒀다. 독일 루프트한자와 영국 이지젯 등도 운항을 일시 중단하고 스케줄 조정에 들어갔다.
캐나다 국적 항공사들의 희비는 엇갈린다. 에어캐나다는 운용 중인 A320 항공기 중 문제의 소프트웨어 버전을 사용하는 기체가 극히 일부에 불과해 운항 스케줄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웨스트젯과 포터항공은 해당 기종을 보유하고 있지 않아 사태에서 한발 비켜나 있다.
반면 에어 트랜젯은 상황이 다르다. 항공업계 분석에 따르면 에어 트랜젯은 리콜 대상 기종인 A321을 주력으로 운용하고 있어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공식 입장은 나오지 않았으나 리콜 규모가 방대한 만큼 파장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수리 속도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자체는 대당 약 2시간이면 완료되지만 모든 항공기가 정비 인력이 상주하는 허브 공항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정비 거점이 아닌 곳에 착륙한 경우 엔지니어를 파견하거나 기체를 이동시켜야 해 지연이 불가피하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기체 결함 문제가 불거지자 승객들의 불안감을 잠재우고 운항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당분간 항공 대란은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