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422) – 변산바람꽃(안양 수리산)(2)
변산바람꽃
2024년 3월 6일(수), 안양 수리산
골짜기 비탈진 인적을 쫓는다.
인적 중에 땅바닥이 반질반질한 데는 그 주변에 변산바람꽃이 있다.
묵직한 카메라를 멘 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어쩌면 변산바람꽃보다 사람들이 더 많을 것 같다.
그들이 몰려 있거나 엎드린 데는 틀림없이 고운 변산바람꽃이 있다.
나도 납작 엎드린다.
이굴기의 『꽃산행 꽃詩』(2014, 궁리출판)에서 인용된 시 중 몇 수를 재인용하여 변산바람꽃과 함께 올린다.
古墳何代人
不知姓與名
化爲路傍土
年年春草生
이 무덤의 주인은 언젯적 사람일까
성도 이름도 알 수가 없네
길가의 흔한 흙더미로 변해
해마다 봄풀이 돋아나네
—— 백거이(白居易), 「고분(古墳)」
패랭이꽃은
숨어서
포오란 꿈이나 꾸고
돌멩이 같은 것 돌멩이 같은 것
돌멩이 같은 것은
폴폴
먼지나 날리고
언덕에는 전봇대가 있고
전봇대 위에는
내 혼령의 까마귀가 한 마리
終日을 울고 있다
—— 김춘수, 「길바닥」
꽃이 열매의 상부(上部)에 피었을 때
너는 줄넘기 작란(作亂)을 한다.
나는 발산(發散)한 형상(形象)을 구하였으나
그것은 작전(作戰) 같은 것이기에 어려웁다.
국수 ― 이태리어(語)로는 마카로니라고
먹기 쉬운 것은 나의 반란성(叛亂性)일까.
동무여, 이제 나는 바로 보마.
사물(事物)과 사물의 생리(生理)와
사물의 수량(數量)과 한도(限度)와
사물의 우매(愚昧)와 사물의 명석성(明晳性)을,
그리고 나는 죽을 것이다
—— 김수영, 「공자의 생활난」
배추밭에는 배추가 배춧잎을 오므리고 있다
산비알에는 나뭇잎이 나뭇잎을 오므리고 있다
웅덩이에는 오리가 오리를 오므리고 있다
오므린 것들은 안타깝고 애처로워
나는 나를 오므린다
나는 나를 오므린다
오므릴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내가 내 가슴을 오므릴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내가 내 입을 오므릴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담벼락 밑에는 노인들이 오므라져 있다
담벼락 밑에는 신발들이 오므라져 있다
오므린 것들은 죄를 짓지 않는다
숟가락은 제 몸을 오므려 밥을 뜨고
밥그릇은 제 몸을 오므려 밥을 받는다
오래 전 손가락이 오므라져 나는 죄 짓지 않은 적이 있다
—— 유홍준, 「오므린 것들」
어둠은 새를 낳고 돌을 낳고,
꽃을 낳는다.
아침이면,
어둠은 온갖 물상을 돌려 주지만
스스로는 땅 위에 굴복(屈服)한다.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상(物像)들은 몸을 움직이어
노동(勞動)의 시간(時間)을 즐기고 있다.
즐거운 지상(地上)의 잔치에
금(金)으로 타는 태양(太陽)의 즐거운 울림.
아침이면, 세상은 개벽(開闢)을 한다.
—— 박남수, 「아침 이미지」
江動月移石
谿虛雲傍花
鳥棲知故道
帆過宿誰家
강물 움직이니 달빛은 바윌 옮겨가고
빈 시내에 구름이 꽃같이 피어나네
새 깃드니 옛날에 다니던 길을 알겠고
돛배 가버렸으니 누구 집에 묵으리오
—— 두보, 「절구육수(絶句六首)」 중 마지막 시
첫댓글 변산댁들 봄잔치가 왁자지껄하군요
실물로 보면 정말 이쁘겠네요.
구경 잘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홀로는 고고하고,
둘이 있으면 다정하고,
여럿이 있으면 도란도란 즐겁습니다.^^
다른 곳에는 없는데 어찌 대도시 주변의 수리산에만 바람꽃이 피는지 모르겠습니다. 그것도 쓰레기 더미 틈에서...
수리산이 경기도 도립공원이더군요.
변산바람꽃만 가지고도 그럴만하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