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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스트리밍 데이터(호가·체결)는 금융시장의 바이탈 사인(vital sign)
담당부서디지털혁신실 디지털신기술팀 과장 이민영등록일2024.02.26 조회수3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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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고채 시장의 가격 급변동 사례
2014년 10월 15일 미국 10년물 국채시장(선물)에서 가격이 급격하게 변동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일 오전 8시 30분에 미국 소매판매 발표가 있고 나서, 9시부터 매수·매도 주문이 빠르게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9시 30분에 $129.3이었던 미국 국채선물 가격이 이후 15분간 $130.6으로 상승했다가, 다시 $129.4로 하락하였다. 같은 시각 미국 10년물 국채시장(현물)에서도 짧은 시간 동안 금리가 37bp(0.37%p) 하락하였다가 상승하는 현상을 보였다. 이러한 국채 시장 플래시(flash)[1] 현상은 금융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금융당국의 우려로 이어졌다. 미국 재무부, 연준 등 5개 기관이 공동 보고서를 작성하였고, IMF에서도 관련 보고서가 발간되었다.[2] 위 보고서들은 국고채 시장 내 급작스러운 주문 감소를 가격 변동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이와 비슷한 사례가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에서도 있었다. 2023년 3월 10일(한국시간 금요일 밤)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이 파산하고, 3월 14일에는 시그니처은행이 폐쇄되면서, 미국 국채시장의 변동성 확대 영향이 우리나라에도 파급되었다. 3월 14일 아침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3년 만기 기준)는 전일 종가 대비 18bp 하락하였다. 오후들어 주문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14시 57분 3.37%였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15시 16분 3.22%로 하락하고, 15시 23분에는 다시 3.37%로 상승하는 등 몇 분 동안 큰 폭의 변동을 보였다. 이날 플래시 현상으로 인해 국고채 시장은 레고랜드 사태(2022년 9월 28일)와 유사한 수준의 금리 등락을 보였다.
국고채 시장과 시장기능저하(market dysfunction)
국고채는 정부가 중장기 자금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발행 규모가 크고 다른 채권에 비해서 거래가 활발하다. 국고채 시장은 경제 내 자원 배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국고채 시장의 자원 배분과 가격조정 기능이 끊김 없이, 점진적으로 수행되는 것은 실물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하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주요국 국채 시장에서 일중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거나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장기능저하(market dysfunction)[3] 이벤트가 여러 차례 발생하면서, 국고채 시장의 자원 배분과 가격조정 기능이 원활히 수행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각국 중앙은행과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국채 시장 일중 모니터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최근 발표된 BOK이슈노트[4]는 고빈도 빅데이터인 호가·체결 데이터를 이용하여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의 시장기능저하 현상을 분석하고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방안을 검토하였다.
고빈도 데이터와 국고채 시장 모니터링
먼저, 국고채 시장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오더북(order book)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오더북은 국고채 매수자, 매도자의 주문 상황을 반영하며, 현재 체결 가능한 금리(가격)와 수량을 나타낸다. 아래 <표 1>은 서두에서 언급한 실리콘밸리은행 파산 이후인 2023년 3월 14일 오후 2시 57분 이후 1초도 채 안되는 두 시점의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 오더북을 나타낸다.
표 1. 오더북 예시 (3년 만기 국고채, 2023년 3월 14일)
주: 2023년 3월 14일 두 시점(14시 57분 58.591초, 14시 57분 58.603초)의 3년 만기 국고채 오더북을 나타낸다.
채권시장에서는 금리(미래 현금 흐름에 대한 할인율)가 상승하면 기존에 발행된 채권의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금리와 가격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러한 이유로 국고채 시장에서는 매수 호가의 금리가 매도 호가의 금리보다 높으며, 매도(매수) 호가 중 가장 높은(낮은) 금리를 최우선 매도(매수)호가라고 한다. 그리고, 매도(매수)호가에 아직 체결되지 않고 남아있는 주문 수량을 매도(매수)수량이라고 한다. <표 1>의 왼쪽 오더북에서 최우선 매수호가와 최우선 매도호가는 각각 3.366%, 3.351%이고, 매수수량과 매도수량은 각각 9, 12(10억원 기준)이다.
오더북을 통해 현재 금리(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중간값)와 함께 시장이 얼마나 유동적(liquid)인지, 다시 말해 시장참가자가 얼마나 쉽게 국고채를 사고팔 수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시장 유동성은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의 차이인 호가 스프레드(spread), 매수·매도 호가 수량을 더한 시장심도(market depth) 등으로 측정할 수 있다. <표 1>의 왼쪽 오더북을 살펴보면, 호가 스프레드는 1.5bp(3.366%‒3.351%)이고, 시장심도는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 수량을 합한 21(9+12)로 볼 수 있다. 그 다음 오른쪽 오더북을 보면, 최우선 매수·매도 호가에 대한 취소 주문이 들어오면서, 순식간에 호가 스프레드는 1.7bp로 확대되었고 시장심도는 14로 축소된 것을 볼 수 있다. 아래 <그림 1>은 14시 57분 57초부터 14시 59분 10초까지 73초 동안의 오더북을 나타낸다. 1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호가 제출이나 취소로 오더북이 85회 업데이트되었고, 그중 거래 체결로 이어진 호가는 3건이었다.
그림1. 실시간 오더북
주: (a) 14시 57분 57초부터 14시 59분 10초까지 73초 동안 3년 만기 국고채 실시간 오더북을 나타낸다. (b) 1~5 호가(매수: 붉은색, 매도: 파란색, 최우선 호가에 가까울수록 진한색), 최우선호가의 중간값(회색 선), 거래 체결(초록색 원)을 나타낸다. (c) 누적 매수·매도 수량을 나타내고, 매수(매도) 호가는 양수(음수)로 표시하였다. (d)는 호가 스프레드를 나타내고, (e)는 최우선 매수·매도호가 수량을 더한 시장심도를 나타낸다.
이처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는 오더북을 이용할 경우 현재 금리(가격) 및 유동성 수준, 가격 변동성, 현·선물 가격 차이인 시장전위[5] 등을 계산할 수 있다. 아래 <그림 2>는 2011년부터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의 시장 유동성, 변동성, 시장전위 등을 지수화한 결과를 나타낸다. 그림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시장 유동성이 악화되기 시작하였으며, 2023년에는 유동성이 회복되면서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었다. 또한, 유동성 지수를 기준으로 보면 팬데믹 선언 당시(2020년 3월 13일)가 국고채를 사고팔기 가장 어려웠던 시기임을 알 수 있다.
그림2.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 유동성·변동성 일별 추이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의 시장기능저하 현상과 유동성 악순환
일반적으로 시장 유동성 위축은 가격 변동성 확대와 함께 발생하며, 이는 유동성 위축과 변동성 확대가 서로 강화하는 유동성 악순환(liquidity spiral)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에서 유동성과 변동성이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 알아보기 위해, 아래 <표 2>에 주요 시장기능저하 이벤트를 정리하였다.
표2. 국고채 시장의 주요 시장기능저하 이벤트
날짜뉴스금리(변동)1)유동성(변동)1)유동성 회복2)
2011.12.19 | 김정일 사망 | 3.42% (+9bp) | 2.78 (+1.11) | 11일 |
2013.06.20 | 테이퍼 텐트럼 | 2.94% (-2bp) | 3.17 (+1.24) | 11일 |
2016.06.24 | 브렉시트 국민투표 | 1.25% (-10bp) | 2.31 (+1.56) | 20일 |
2016.11.09 | 미국 대선 | 1.41% (-2bp) | 2.49 (+1.52) | 59일 |
2020.03.13 | 코로나19 팬데믹 | 1.15% (+9bp) | 3.80 (+1.55) | 12일 |
2021.03.09 | 미국 국채금리 상승 | 1.20% (+7bp) | 2.33 (+1.03) | 45일 |
2022.06.14 |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 발표 | 3.55% (+6bp) | 2.87 (+0.32) | 39일 |
2022.09.28 | 레고랜드 사태 | 4.22% (-8bp) | 3.11 (+0.19) | 5일 |
2022.12.20 | 일본은행 YCC 조정 발표 | 3.69% (+14bp) | 3.54 (+0.73) | 13일 |
2023.03.14 | SVB 파산 | 3.35% (-8bp) | 2.80 (+0.40) | 17일 |
1) 금리는 장내거래 종가 기준이고, 유동성은 일중 유동성 평균을 의미한다. 괄호 안은 전일대비 변동을 나타낸다. 유동성 지수가 높을수록 유동성이 위축된 것을 의미한다.
2) 이벤트 이전 유동성 지수로 회복되는 기간을 의미한다.
먼저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2020년 3월 11일 이후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을 살펴보았다. 팬데믹 선언 직후인 12일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폭락하여 주식시장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었는데, 국고채 시장에서는 유동성과 변동성이 전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림 3>). 그러다 그 다음 날인 13일 오전부터 시장 유동성이 크게 악화되었고, 14시 17분 1.13%이었던 금리가 14시 33분에 1.09%로 4bp 하락하였다가, 14시 30분 다시 1.15%로 6bp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3.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2020년 3월 13일)
주: 파란색 세로 실선은 날짜 변경을 나타낸다. 관행에 따라 국고채 현물은 금리로 표시하고, 선물은 가격으로 표시하였다. 한국시간 12일 오전 1시경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였다. 이벤트 이전 5영업일의 유동성, 변동성 90분위를 가로 점선으로 나타내었다.
위 사례뿐 아니라 브렉시트, 미국 대선 등 다른 시장기능저하 이벤트에서도 유동성 위축과 변동성 확대가 함께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국고채 시장에 나타난 유동성과 변동성의 관계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시장 유동성 악화는 변동성 확대와 함께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국고채 시장과 관련된 예상치 못한 뉴스가 보도되면 시장 유동성이 위축되었고, 특정 뉴스에 대해서는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기 전에 유동성이 먼저 위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시장 유동성이 크게 위축되면 수일 혹은 수주일에 걸쳐 더디게 회복되며, 이때 평상시보다 높은 가격 변동성을 보이는 경향이 있었다. 보다 엄밀한 분석을 위해 유동성, 변동성, 시장전위, 기타 통제 변수를 포함한 계량 분석에서는 앞서 설명한 유동성 악순환 매커니즘이 통계적으로도 유의하게 추정되었다.
국고채 시장 실시간 모니터링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거시경제 안정에 초점을 맞추어 경제·금융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최근 주요국 금융시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장기능저하 현상이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금융안정과 거시경제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서, 일중 시장 상황 모니터링과 분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및 BIS 등 국제기구는 고빈도 데이터를 이용해 금융시장(채권·외환)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외국인 거래 증가, 알고리즘 거래기술 발전 등으로 국고채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금융당국의 시장분석과 대응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 일중 시장 상황을 고빈도 실시간 데이터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하는 연구의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회사채·주식·외환 등 여타 금융시장 모니터링 연구가 심도 있고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1] 금융시장에서 플래시는 짧은 시간 동안 자산의 가격이 급격하게 등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2] U.S. Department of the Treasury, Board of Governors of the Federal Reserve System, Federal Reserve Bank of New York, U.S. 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and U.S. Commodity Futures Trading Commission (2015), “The U.S. Treasury Market on October 15, 2014”, Joint Staff Report.; Bouveret, A., Breuer, M. P., Chen, M. Y., Jones, D., and Sasaki, T. (2015), “Fragilities in the U.S. Treasury Market, Lessons from the ‘Flash Rally’ of October 15, 2014”, IMF Working Paper.
[3] Bank for International Settlements (2022), “Market dysfunction and central bank tools” 보고서는 가격발견 및 매수·매도 매칭이 불완전해지고, 시장이 불안정하게 되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 market dysfunction을 사용하였다. 아직 국내 문헌에서 market dysfunction을 지칭하는 널리 통용되는 용어는 없다. market dysfunction이 시장 매커니즘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만, 시장 참여자들의 거래행태 변화로 인해 시장 기능이 평상시보다 저하되는 현상을 뜻하는 점을 고려하여, 본 연구는 시장기능저하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4] 유동성, 변동성 등 시장 모니터링 지수 등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BOK 이슈노트 제 2023-34호 "고빈도 실시간 데이터를 이용한 국고채 시장의 market dysfunction 모니터링"(이민영, 2023)을 참고하라.
[5] 시장전위(market dislocation)는 차익거래 유인의 정도가 높은 상태를 의미하며, 금융위기와 같이 시장 제약이 높은 상황에서 주로 발생한다. 본 연구에서는 국고채 현·선물 가격 차이를 이용하여 시장전위를 측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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