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 르엘 단지 내 전세 호가 8억 차이 시세 가늠 어려워졌네.
디지털타임스, 박순원 기자, 2022. 12. 19.
전국 아파트 값이 크게 떨어지면서 동일 단지 같은 크기 아파트 간 매매·전세 호가가 수 억원씩 벌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거래량 실종까지 더해지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양측은 적정한 시세를 찾지 못하는 분위기다.
12월 19일 공인중개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반포 르엘' 전용 84㎡ 전세 매물 호가는 13억원에서 21억원으로 형성돼 있다. 이 단지는 총 7개동 596세대 아파트로 단지 규모가 크지 않아 매물 량이 많지 않은 편이지만, 이 안에서도 매물 간 가격 차이는 최대 8억원에 달한다.
이같은 현상은 아파트 세대수가 큰 대단지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난다.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9510세대 대단지 아파트 헬리오시티 전용 84㎡ 전세 매물은 현재 7억원에서 17억원대다. 같은 단지 내 동일한 평수의 아파트지만 가격 차이가 2배 이상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매매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현재 서초구 반포동 반포 자이 전용 84㎡ 매매 호가는 최저 29억원부터 최고 41억원으로 분포돼 있다. 또 반포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 매매 호가는 최저 32억원부터 최대 40억원으로 8억원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아파트 전세 시장은 계약갱신 청구권·전월세 상한제 도입 영향에 따른 혼란을 겪었다. 당시 임대차 2법 영향으로 전세 매물이 대폭 줄으면서 같은 단지 안에서 수 억원씩 차이가 나는 매물이 나오는 등 이전에는 없던 현상이 벌어졌다.
예를 들어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용면적 76㎡는 지난 2020년 10월 8억3000만원(9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지만, 같은 면적의 다른 가구는 4억5000만원(9층)에 전세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나타나는 전세 시장 혼란은 이전에 발생한 혼란과는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값 상승 당시 임대차 2법은 임대료 상승 시기를 늦추는 일종의 제어장치 역할을 했지만, 집값이 하락하는 상황에서는 별도의 안전 장치가 없다. 이에 서울 곳곳서는 역전세난이 발발하고 이는 매매 값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공인중개업계 관계자는 "매수자가 아파트 매수에 나서지 않는 상황인데 매도자는 여전히 직전 고점을 기준으로 팔고 싶어하다 보니 이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거래가 없다 보니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정확한 시세를 가늠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