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민 함께한 성경필사, 십자가 순회로 의미 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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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자들이 거룩한 순회 십자가를 어깨에 지고 입장하고 있다. |
설정 50주년 희년을 맞은 수원교구(교구장 이용훈 주교)가 50주년 기념 신앙대회를 열고 '소통과 참여로 쇄신되는 수원교구'가 될 것을 다짐했다.
3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신앙대회와 감사미사에는 교구민 4만여 명이 참가해 설정 50주년을 한마음으로 축하했다. 이날 모인 교구민 숫자는 교구 설정 당시 전체 교구민 수(4만 2548명)와 비슷해 교구의 눈부신 성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재 교구 신자는 80만 명을 넘어섰다.
이날 행사는 교구 역사를 한눈에 보여준 신앙대회를 시작으로 기념식,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과 이용훈 주교가 공동 집전한 기념미사로 이어졌다.
이 주교는 감사미사 중 발표한 '교구 미래 선언'에서 "예수님 모범을 따라 섬김의 삶을 살려고 노력할 때 우리가 원하는 소통은 꿈에 머물지 않고 실현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사진=백영민 기자 heel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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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앙대회에서 성 김대건 신부 순교를 표현한 연극을 공연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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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와 사회의 미래인 유아들이 신앙대회에서 율동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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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교구장 가면을 쓴 사제들이 교구 역사에 관한 대담을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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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훈 주교가 가요 '행복이란'을 노래하고 있다. |
○…이날 신앙대회는 6개의 '거룩한 순회 십자가'와 필사 성경 200여 권이 긴 행렬을 지어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막이 올랐다. 6개 십자가는 지난 8월 15일 수원 정자동주교좌성당 시작으로 7주 동안 교구 202개 모든 본당을 순회했다.
필사 성경은 모든 교구민이 참여해 만들었다. 교구는 50주년 기념 신앙대회 및 감사미사가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모든 신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십자가 순회기도와 성경 필사를 마련했다. ○…신앙대회는 교구의 지난 50년을 되돌아보고 현재를 이야기하는 한편 미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먼저 '과거'는 한국천주교 창립과정을 보여주는 영상과 성 김대건 신부의 순교를 재연한 순교극으로 시작됐다. 이어 역대 교구장(윤공희 대주교, 김남수 주교, 최덕기 주교)의 가면을 쓰고 나온 후배 사제들이 교구의 주요 역사를 토크쇼 형식으로 재치 있게 설명해 신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현재'는 일일 리포터로 나선 박경민(판교 성프란치스코본당 주임) 신부와 이용훈 주교의 현장 인터뷰로 진행됐다. 박 신부로부터 "착한 목자, 영적인 아버지, 원조 훈남(훈훈한 남자)"이라고 소개를 받은 이 주교는 "하느님을 믿고, 고백하고 살면서 늘 행복하고 건강하게 살자"며 "우리 사회의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는 수원교구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주교는 가요 한 곡을 불러달라는 박 신부 요청에 애창곡 '행복이란'을 부르며 숨겨온 노래 솜씨를 뽐냈다. 이 주교는 후렴구를 "이 생명 다 바쳐 신부님 사랑하리. 이 목숨 다 바쳐 교구민 사랑하리."로 개사해 불러 환호를 받았다.
'미래'는 청소년들의 무대였다. 점점 심각해지는 학교 폭력, 날로 어려워지는 청년 취업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ㆍ청년들의 어두운 현실을 다룬 뮤지컬이 끝나자 유아와 교구 복사단, 예비신학생 등 2000여 명이 운동장으로 입장해 율동과 함께 미래의 희망을 노래했다.
○…50주년 기념식에는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을 비롯해 오스발도 파딜랴(주한 교황대사)ㆍ윤공희(초대 수원교구장)ㆍ염수정(서울대교구장)ㆍ김희중(광주대교구장)ㆍ조환길(대구대교구장)ㆍ최창무(전임 광주대교구장) 대주교, 강우일(주교회의 의장) 주교 등 주교단 20여 명이 참석해 수원교구의 희년을 축하했다.
강우일 주교는 "50주년은 부족한 부분을 메우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 완성의 해"라며 "서둘러 성장하느라 제대로 영글지 못한 우리 교회와 사회에 복음의 열정으로 정의로운 불을 놓으면 불꽃이 활활 타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10여 년 동안 수원교구의 기반을 튼튼히 다져 놓은 초대 교구장 윤공희 대주교는 "100주년을 향해 더욱 더 분발하며 앞으로 나아갈 것을 하느님 앞에 다짐하자"고 당부하며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고 외쳐 큰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신앙대회는 다양한 계층의 신자가 행사와 전례에 참여해 '소통과 참여, 쇄신'이라는 50주년의 3대 가치를 잘 드러낸 행사였다. 감사미사 예물봉헌은 청소년과 청년, 이주민, 새터민, 수도자, 장애인이 담당했고 기념식 중에는 사제, 수도자, 평신도, 청소년, 이주민 대표가 앞으로 나와 큰 소리로 '우리의 다짐'을 읽었다.
사제는 "맡겨진 양들을 위해 온 삶을 내어주겠다"고 다짐했고, 수도자는 "정결과 청빈과 순명의 삶을 더욱 구체적으로 실천해 하느님 나라가 이미 이 땅에 도래했음을 증거하겠다"고 말했다.
평신도는 신앙선조들 모범을 본받아 각자 자리에서 온 삶을 다해 복음을 전파할 것을, 청소년은 학업과 신앙생활을 게을리하지 않으며 예수님을 닮아 사랑의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했다. 마지막으로 이주민은 이 땅에서 삶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드리며 복음을 충실히 살아 보편교회와의 일치의 표징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주한 교황대사 오스발도 파딜랴 대주교는 감사미사 중 프란치스코 교황의 축하메시지를 전했다. 파딜랴 대주교는 "교황님은 신앙의 해에 개최되는 이 기념 행사가 하느님께서 지난 반세기 동안 베풀어주신 은총에 대해 찬미와 감사를 드리기에 합당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확신하신다"면서 "교황님은 수원교구민이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 사랑을 실천하는 삶을 깊이 체험하길 바라며 기도하고 계신다"고 밝혔다.
50주년 기념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축하메시지에서 "설정 50주년이라는 획기적인 이정표를 축하하는 이 때에 우리는 믿음의 유산을 전해준 수많은 선배 수도자, 평신도, 선교사들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자"고 말했다. ○…수원교구는 이날 감사미사 봉헌금 전액을 희귀병, 난치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들에게 전달해 나눔을 실천할 계획이다. 이용훈 주교는 지난 달 본지와 인터뷰에서 "행사 진행 경비를 최소화해 가난한 이웃과 나누는 신앙대회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봉헌금은 비신자 어린이들을 중심으로 50명을 선정해 치료비로 지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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