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예쁜 다관과 커피잔을 들고 엄마산소에 다녀왔다.
평소 좋아했던 팥빵도 사고 과일과 몇 종의 음식도 준비 했지만 무엇보다 얼마전 들어온 '금준미'를 맛보여 드리고 싶었고, 특급커피 케냐AAA도 내려드리고 싶었다.
대전에서 성환까지 가는길은 뻥 뚫려 있어 1시간 10분만에 도착했고 가는길 왼쪽 저수지 위에는 금빛의 햇살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수 많은 영혼이 잠들어 있는 공원묘지는
기분좋게 겨울바람이 불고 있었으며
내가 좋아하고 엄마가 좋아 했던 햇살이 모든 무덤위에 따사롭게 내리쬐고 있었다.
간단한 음식을 차리고 '보림향'을 피우고 준비해간 다관에 '금준미'를 내려 절을 올리고 기도 대신 인디언 시 '천개의 바람'을 낭독해 드렸다. 그리고 커피를 내려 오묘한 블루빛을 내는 찻잔에 담아 내어 엄마가 흡향하시길 기다렸다.
넉넉한 집안살이는 아니었어도 엄마는 명절 때면 늘 최고의 재료로 음식을 만들어 주시곤 했다.
자식에 대한 정성이 대단하셨던 분이어서 그 사랑을 딸 여섯은 지금도 잊지 못 하고 떠나가신지 칠년째가 되도록 그리워하고 있다.
동생과 둘이서만 갔다.
우리 친정은 카톨릭 구교 집안답게 격식과 종교예식이 강한지라 언니들과 같이가면 정해진 교리에 따라 행사를 해야하는데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살아 생전처럼 엄마와 대화도 했고 늘 우리에게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 준것 처럼 나도 최고의 차와 커피를 내가 좋아하는 다관에 내어 드렸고 영혼 상승을 위해 내가 이해하고 느끼는 시 '천개의 바람' 도 낭독해 드렸다.
오늘 엄마산소에서 햇빛과 공기와 바람을 느꼈고 자유로운 영혼도 느꼈다.
첫댓글 어머니 돌아가신지 몇해됐지만 사실 아직 집에 그대로계신듯해요.
어머니 란 단어만 뇌어도 가슴이 싸해지는듯합니다.
엄마가 돼게 좋아하셨을듯...
어머니 떠나신지 몇해되지 않아서 어제 일 같으셨겠어요...
어머니 산소 다녀가신 정경이 눈에 그려집니다.
문득 아버지 생각나고 그립네요...
그래서 이번 설에는 모처럼 서울나들이 가기로 좀 전에 시인이랑 약속했어요... 시부모님 다 돌아가셔서 고아인 신랑 데리고 한분 남은 엄마랑 이번에는 잘 놀다오리라 다짐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