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입학도첩 중 효명세자 찾기
조선 후기 어느날 서울, 왕세자가 참석한 행사가 열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행사입니다. 그러니까 그림으로 남겨둔 것이지요. 그런데 세자가 보이지 않는군요. 왕세자는 어디에 있을까요?
왕세자입학도첩 중 입학의. 왕세자는 ①번 초록색 관리들 바로 앞, 노란색 자리에서 책을 앞에 두고 앉아 있다.
“어떻게 하면 성군이 될 수 있습니까?”
“저하(邸下)의 이 물음은 참으로 종묘사직과 만백성에게 큰 복입니다. 이 마음만 잘 간직해 정진하신다면 요(堯)임금도 될 수 있고 순(舜)임금도 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가 그 시작입니다.”
위 그림의 제목은 ‘왕세자입학도첩(王世子入學圖帖)’입니다. 조선시대 세자는 왕세자에 책봉된 직후 길일을 잡아 성균관 입학례를 거행하였습니다. 왕세자가 유생들이 유학을 공부하는 성균관을 찾아 공자를 모시는 대성전에 참배하고, 명륜당에서 성균관 박사에게 배움을 청하는 것이었습니다. 왕세자 역시 학문을 숭상하고 인덕을 닿는데 힘쓴다는 점을 알리기 위한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한 차례 행사였을 뿐 실제 왕세자는 성균관이 아니라 세자 교육 전담기관인 세자시강원에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럼 이 그림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누구일까요? 23대 왕 순조(純祖)의 맏아들 효명세자가 1817년 3월 치른 성균관 입학례를 그림으로 남긴 궁중 기록화입니다. 6폭의 그림과 기타 찬시(讚詩), 발문(跋文)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여덟 살의 나이로 스승에게 성군이 되는 길을 물었던 효명세자, 그의 입학식은 한 사람을 위한 입학식이기 이전에 나라와 백성의 입학식이기도 했습니다. 행사를 주관한 세자시강원 관리 13명은 의젓한 세자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뿌듯하고 기뻤겠습니까? 이들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입학도첩을 여러 부 만들어 나누어 가졌습니다.
이제 본론으로 갑니다. 조선시대에는 왕의 모습을 대신하여 그 자리에 일월 오봉도(日月五峰圖)를 둔다든지, 의자나 가마를 둔다든지 왕의 존재만 표시했습니다. 차원이 다른 지존(至尊)을 보통 사람들과 함께 그려 넣는다는 것을 불경이라고 생각했겠지요. 왕의 모습 즉, 어진(御眞)은 따로 도화서의 일류 화원들로 하여금 정성껏 그리게 하여 선원전(璿源殿)이란 건물에 정중하게 봉안하였지요.
정조임금의 화성행궁 행차를 그린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 일부 장면
위 그림을 확대해서 보면 이렇다. 정조가 화성행궁으로 행차하는 반차도이다. 정조는 ‘어좌마(御座馬)’라고 써 있는 말 위에 앉아 있지만 빈 말로 그려져 있다.
보물 제1443호 왕세자탄강진하도(王世子誕降陳賀圖) 병풍 중 일부. 고종 때 원자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 열린 진하례식 광경을 그린 기록화이다. 여기에서도 건물 안에 일월오봉도는 있으나 왕의 모습은 그리지 않았다.
신축진찬도(辛丑進饌圖) 병풍의 일부 장면이다. 헌종의 계비 명헌태후(효정왕후)의 71세 생일을 기념하는 잔치 모습인데 건물 내부의 왕 또는 명헌태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다.
맨 위 그림은 왕세자입학도첩 6장 중 ‘입학의(入學儀)’입니다. 효명세자는 ①번 초록색 관리들 바로 앞, 노란색 자리에서 책을 앞에 두고 앉아 있습니다. 입학도를 살펴보면 성균관 박사(스승)의 책은 책상 위에 놓여 있지만 왕세자의 책은 바닥에 놓여있습니다. 왕세자라고 해도 스승 앞에서는 제자의 예를 다해야 했음을 의미합니다. ②번, ③번 천막과 휘장은 세자복을 입고 온 세자가 옷을 갈아입거나 잠시 대기하는 등의 공간이었지 않나 짐작합니다.
사족: 효명세자는 순조의 아들로 인품과 문예 등 여러 방면에서 훌륭한 임금이 될 뛰어난 자질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버지 순조를 대신한 대리청정 중 뛰어난 능력을 보였지요. 그러나 21세의 나이에 갑자기 사망하였습니다. 정조임금 때 잠깐 국운이 상승하는 듯 하던 조선이 끝내 몰락의 과정을 밟아나가는 여러 사례 중 하나라고 저는 봅니다. 왕손이 귀하고 그나마 젊은 나이에 요절하다보니 강화도령 철종이 등극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국운이 흥할리 없지요.
참, ‘왕세자 입학도’라는 웹툰도 있더군요. 보지는 않았습니다.
ON충청 2020.09.10
- https://www.oncc.kr/news/articleView.html?idxno=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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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대단합니다
나팔도 신나게 불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