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라도 걷기 좋은 돌담길과 비자나무 숲길 녹우당 전남 해남군 해남읍 연동리 82
멋스러운 종가의 고택도 좋고, 고산선생의 역사도 좋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걷기 좋은 마음 편한 길이 있습니다. 정겨운 돌담길과 바람소리 가득한 비자나무 숲길이 있습니다.
넉넉함이 좋은 녹우당 돌담길
언제고 찾아도 좋은 넉넉한 길, 해남윤씨 종가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해남윤씨 어초은공파 종가’입니다. 녹우단은 사적 제167호로 지정된 녹우당(綠雨堂)고택이 자리하며, ‘어초은 윤효정(漁樵隱 尹孝貞, 1476~1543)’의 어초은사당과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 1587~1671)’의 고산사당, 그리고 ‘추원당(追遠堂)’과 함께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이 함께 어우러져 ‘해남윤씨 녹우당 일원’(‘해남윤씨 녹우단’에서 2011, 7월부로 명칭변경 고시)을 이루고 있습니다.
녹우당은 고산선생이 나고 자란집으로 알려져 있기도 한데, 실제는 그렇지 않지요. 선생은 한성부 연화방(현, 종로구 연지동)에서 출생하였으며, 8세때에 아들이 없던 큰아버지의 양자가 되어 25세 무렵에 해남으로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이 후 대부분의 정치생활동안 탄핵과 유배로 점철 되면서 실제 녹우당에 머문 날은 약 6년여 정도입니다. 종가의 시작은 해남윤씨 어초은 공파의 파조라 할 수 있는 어초은 선생이 당시 해남땅의 부호였던 해남정씨와 결혼을 하게 되면서 15세기 무렵에 해남 연동에 살터를 정하면서 시작됩니다. 그 중 녹우당은 종가의 사랑채에 해당하는 건물로 ‘효종(孝宗, 1619~1659, 조선17대왕)’이 자신의 어린 시절 사부였던 고산선생에게 선물을 한 집으로 당시에는 경기도 수원에 있던 집입니다. 효종10년(1659년) 효종이 승하하자 집을 영원히 기념하고자 현종9년(1668년)에 물길을 통하여 일일이 운송을 하였습니다. 이로서 녹우당 일원이 지금에 이르게 됩니다.
녹우당일원은 명당터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뒤로 덕음산을 진산으로 두고 앞으로는 ‘벼루봉’과 오른쪽으로 ‘필봉’이 자리하고 있는 곳입니다. 안채와 사랑채가 ‘ㅁ’자의 형태로 여느 호남지방의 ‘ㅡ’, ‘ㄷ’자의 양반건축 방식과 다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중부지방의 수원에 있던 집을 옮겨온 이유로 그 이전의 고택 안채에 ‘ㄷ’자의 사랑채가 더해진 것입니다.
녹우당 대문에 들어서면 사랑채 마당으로 작은 연못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연대가 오래된 규모가 큰 민가로서 대문과 사랑채, 사당, 제각으로 구성 되어 집니다. 담장안으로 사당 한 채가 자리하고 담장 밖 서쪽으로 고산사당과 어초은 사당이 자리하고 있으며, 고택의 뒤편 동쪽으로 어초은의 재실인 ‘추원당(追遠堂)’이 자리합니다. 건물의 전체는 돌담으로 이어져 옛스러움을 더했고, 수령500년의 은행나무가 긴 세월을 굽어보고 섭니다. 또한 뒷산에는 ‘비자나무숲(천연기념물 제241호)’이 우거져 “비자나무숲이 바람에 흔들리면 봄비내리는 소리와 같다.”라는 녹우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어초은 선생이 이곳에 터를 잡으면서 “뒷산에 바위가 보이면 마을이 가난해진다.”라 하여 후손들이 비자나무를 심고 가꾸었다고 합니다.
현재의 고가에는 고산선생 14대손이 머물고 있는 공간입니다. 이로 인하여 사랑채(녹우당)는 관람이 가능하지만 안채는 살림살이를 하고 있는 곳으로 공개되지 않습니다. 아쉽기도 하지만 살림살이 공간에 함부로 객이 들어서는 것이 옳은 행동은 아니지요. 지켜져야 한다면 아쉬움정도는 접는 것도 여행을 즐기는 방법이라 하겠습니다.
오래 묵은 고택의 뜨락, 그곳의 돌담길은 참 멋진 걸음이 됩니다. 입구에 해당하는 고산윤선도 박물관을 지나 제일먼저 맞이하는 하는 것은 천년의 세월을 이고지고 온 은행나무입니다. 녹우당으로 향하는 길과 같은 방향으로 내어져 녹우당을 둘러보고 회화나무를 지나 안 사당을 지나 규방대문을 따라 나서는 동선 입니다. 안채는 어르신들의 살림살이 공간으로 공개되지 않으며 현재는 공사중이기도 합니다.
담장 밖으로 수고24m, 둘레3.4m, 수령300년에 이르는 해송이 넉넉한 품으로 서있으며, 고산사당, 어초은 사당을 따라 걷다보면 비자나무 숲으로 가는 길과 녹우당 돌담길로 나뉩니다. 먼저 돌담길은 영화 ‘불꽃처럼 나비처럼’의 촬영장소로 운치 있고 멋스러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어초은 사당을 끼고 돌아 덕음산을 따라 500여m 산책길은 ‘녹우(綠雨)’라는 이름을 만들어 낸 비자나무 숲길입니다. ‘비자나무 숲의 바람소리를 비유하여 푸르른 비가 내린다.’ 하였습니다. 여담으로 녹우당을 드나들며 그림공부를 하던 이가 있지요. 바로 남종화가의 대가 ‘소치 허련(小癡 許鍊)’선생입니다. 소치선생이 머물던 곳은 또 어떠합니까? ‘운림산방(雲林山房)’, ‘구름속에서 춤을 추는 나무숲’이라 했지요.
우거진 녹음과 바람소리를 들으며 되돌아 나온 길은 다시 멋스러운 돌담길이고, 그대로 따라 나서면 ‘추원당’, 그리고 녹차밭을 지나면서 다시 처음의 은행나무 앞이 됩니다.
사시사철 걷기 좋은 길, 녹우당. 실제 녹우당일원을 둘러 보는 데는 제법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고산윤선도유물전시관에서 고산선생의 작품들과 공재선생의 작품들까지 국보와 보물들을 만나는 데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며, 녹우당 돌담길과 비자나무 숲길의 산책에는 여유있는 걸음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느릿하고 천천히 걷는 걸음, 그 속에서 여유와 치유의 여행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해남 녹우당입니다.
녹우당
운업(芸嶪) ‘芸운’은 잡초를 가려 뽑아 숲을 무성하게 한다는 의미이고, ‘嶪업’은 일이나 직업, 학문, 기예등을 뜻하는 말로서 ‘늘 곧고 푸르며 강직한 선비’라는 의미로 해석 된다고 합니다. 즉, 녹우당 선대인들의 이상과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성호 이익(星湖 李瀷, 1681~1673)’의 글씨입니다. 한시(無題무제) '졸재 윤행(拙齋 尹行)'의 11대손 '나산 윤성호(懶山 윤성호)'가 쓴글로 어초은 선생의 은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녹우당(綠雨堂) 공재 선생과 절친한 사이였던 ‘옥동 이서(玉洞 李?, 1662~1723)’의 글씨입니다. 당호에 담긴 의미는 뒷산에 식재 된 ‘비자나무가 바람에 일렁이면 마치 푸르른 봄비가 내리는 것과 같다’라는 의미와 고택 앞의 ‘은행나무 잎이 바람이 불면 비처럼 떨어진다’는 의미가 함께 전해집니다.
정관(靜觀) 선비란, 홀로 조용히 있을 때에도 자신의 흐트러진 내면의 세계를 살펴 고친다는 의미로 ‘원교 이광사(圓嶠 李匡師, 1705~1777)’의 글씨입니다.
해송 수고24m, 둘레3.4m의 보호수로 수령 300년의 해송입니다.
고산사당(孤山祠堂) 영조3년(1727년), ‘불천지위(不遷之位)’로 지정 되어 모셔진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 1587~1671)’선생의 사당입니다. 불천지위란 나라의 공을 인정 받았을 때, 안사당에 4대까지 모시고 묘로 가는 대신 사당에 영구히 모실 수 있도록 하는 것으로 매년 6월11일(음력) 고산선생의 기제사를 올립니다.
어초은사당(漁樵隱祠堂) ‘어초은 윤효정(漁樵隱 尹孝貞, 1476~1543)’선생의 사당으로 해남 덕음산 아래의 백련동에 처음 터를 잡고 해남윤씨가를 중흥시킨 인물로 어초은공파의 파조로서 사당과 함께 비자나무 숲길 초입에 묘가 함께 자리하고 있습니다. ‘삼개옥문 적선지가(三開獄門 積善之家)’로 불릴 정도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정신으로 가문을 빛낸 인물입니다. 즉, 생활이 궁핍하여 나라에 세금을 내지 못하여 옥에 갇힌 사람들을 위해 세 번이나 세금을 대신 내어 주어 그들을 풀려나게 해주었다는 말에서 유래합니다. 매년 11월 15일(음력) 시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연동리 비자(榧子)나무숲 (천연기념물 제241호) 500년 전 어초은 선생이 심은 것이 자란 것으로 크게 자란 것은 수고 20m 내외에 이르며 지름이 1m에 이른다고 합니다. 빽빽이 들어선 비자나무 숲에는 가장 위쪽에 참식나무가 한 그루 서 있으며 아래쪽을 곰솔과 소나무, 참나무, 서어나무가 어우러집니다. 그 위에도 참식, 모새, 자금우, 공악, 보리밥나무 등의 상록 활엽수종과 맥문동, 춘란등이 함께 자라고 있습니다.
추원당(追遠堂) ‘조상과 부모를 정중히 추모하여 정중히 모신다.’는 의미의 뜻으로 어초은 선생의 제각으로 1935년에 새로 지은 건물입니다. 시제는 어초은 사당에서 지내고 추원당은 제관과 참배하는 후손들이 머물거나 문중회의를 하는 곳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글 사진 자유여행가 박성환 |
출처: 길손의 旅行自由 원문보기 글쓴이: 길손旅客
첫댓글 해남먼지역 녹우당을 다녀오셨음에 감사합니다 주변의 아름다운풍경과 우리선조님의 집구경을 잘 하였습니다 가본지가 꽤 오래된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요
저도 아주 오랜만에 다녀왔습니다.
여전히 고즈넉한 맛이 살아있는 옛집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진과 설명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한동안 블로그를 쉬었더니..글이 매끄럽지 못합니다.
이해 해주세요~^^
돌담길이 정말 운치있고 멋있네요..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
네,
고택과 어울린 여유있는 풍경입니다. 그곳에 가면 느긋해지는 것이 참 좋습니다.
구경 잘 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