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렌탈 하우스 연희동 '감이재感而齋'
렌탈하우스 ‘감이재’는 철근콘크리트조와 목구조의 장점을 모두 취해 ‘하이브리드 건축’을 표방하고자 한 두 전문가의 합작품이자 고뇌어린 실험작이다.
(1층 주인세대 출입구. 한정된 공간이지만 잔디와 디딤석을 활용해 도심 속에서도 자연을 만난다)
차이, 소통, 융화 등의 단어가 하나의 트렌드처럼 되어 버린 현대 사회의 분위기를 중국철학 전공자답게 소화하여 이 집의 이름을 ‘감이재(感而齋)’라 지었다. 감이재의 감이는『주역』의 ‘적연부동, 감이수통(寂然不動, 感而遂通)’에서 「신(神)이 감응하여 모든 일이 통하게 됨, 또는 느껴서 드디어 통하게 됨」의 의미를 지니는 감이수통에서 비롯한다고 한다. 이러한 의도를 최대한 설계에 반영하고자 노력하였다.
소통의 의미는 건축의 三代 요소인 ‘기능’ ‘구조’ ‘미’라는 맥락을 통해 표현하고자 하였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 사람과 자연의 소통이라는 의미가 건축물에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할지를 생각해 보았고, 이는 건축물과 자연 지형과의 소통, 자연 환경과의 소통, 새로운 정서와의 소통으로 구체화시켜 보았다.
대지는 외국인 밀집지역인 연희동 서울외국인학교 바로 앞에 위치해 다소 이국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큰 도로에서 2m 정도 내리막경사 끝에 위치한 대지는 서울 구도심 구릉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사지다. 남북축으로 1.8m, 동서축으로 2.5m 정도 고저차를 가진, 아주 흥미로운 곳이었다. 일반주거지역이지만 자연경관지구라는 법적조건으로 건폐율이 40%까지만 허용되어 흔히 생각하는 저층은 임대세대, 최상층은 주인세대라는 개념을 뒤집어서 반대로 구성했다.
남북축의 고저차를 이용하여 1층과 지하층을 스킵 플로어(Skip Floor)1) 형식을 취하여 보다 넓은 공간을 갖도록 계획하고, 동서축 고저차를 이용하여 한면 내지 이면이 노출되도록 지하층을 계획했다. 이로써 지하의 모든 공간이 외기와 소통할 수 있도록 하여 채광, 환기, 결로라는 고질적 문제를 모두 해결하였다.
(현관에서 내부로 들어서면 일반적으로 거실이 배치된 구조가 많다. 하지만 이 집은 대지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설계했기에, 외부에선 1층이던 현관이 집 안에선 2층에 놓여있는 형상이다. 따라서 높은 천장 덕분에 개방감이 느껴지는 동시에 주방 위엔 아담한 다락방까지 덤으로 얻었다)
철근콘크리트구조는 우리 주변에 가장 흔하게 존재하고 구조적 내진성은 훌륭하나 신축 후 상당 기간 유해물질을 배출해 외기와의 소통이 단절된다. 목구조는 구조적 내진성이 취약해 다층구조에는 부적합하지만 100년 정도의 내구성을 가져 끊임없이 외기와 소통이 가능하다. 이 두 구조의 장점만을 결합시킨 새로운 형식을 시도해 보았다. 십수년 동안 목구조 설계를 해왔기에 이러한 시도 역시 가능하리란 믿음에서였다. 주택은 철근콘크리트로 된 여섯 개의 기둥과 무량판 슬래브로, 모든 외·내벽은 목구조로 설계하여 각자의 구조적, 기능적 특성이 주변 환경과 소통하도록 하여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결과를 얻었다.
90년대 시작된 주택 백만 호 건설이라는 마구잡이식 정책이 양산해 낸 적벽돌집, 때묻고 군데군데 떨어져 버린 스터코를 입고 1층 필로티 주차장, 2층에서 3~4층 주택이라는 기형적 형태의 주거형식이 마치 다세대, 다가구, 연립주택의 전형인 듯한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물론 법적인 제약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런 조악한 주택이 도심 곳곳에 만들어져 밤마다 주차전쟁이 벌어지고 이웃 간의 대화는 단절되어 정겨운 골목길의 정취는 사라진 지 오래다.
이 집을 설계하여 공사가 진행되는 내내 사람들은 어느 사이엔가 시선을 보내오고 있었고, 집이 완성된 후 갤러리나 카페, 오피스 빌딩이 아니고 다세대주택이라는 사실에 대단한 흥미를 보였다. 물론 외국인 렌트 하우스라는 흔하지 않은 조건과 그들이 관심을 갖도록 해야 하는 디자인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궁극에는 기존 다세대주택의 이미지가 아닌 새로운 정서와 소통하고자 한 시도가 아니었나 한다.
글_ 신예건축 최영우 건축사
신예건축 (ARTNOUVEAU ARCHITECTS)
1993년 개소한 신예건축은 건축설계와 시공감리, 인테리어를 전문으로 하는 건축사사무소다. 사무소장 최영우 건축사는 성균관대 건축공학과와 연세대 대학원 건축공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음악저작권협회 현상설계 당선을 비롯해 천주교 팽성성당·철산성당·풍산성당 등 주로 종교 건축 설계를 진행해왔다.
INTERIOR SOURCES
내벽마감재LG하우시스
바닥재LG하우시스
욕실 및 주방타일수입 및 일부 동서타일
수전 등 욕실기기아메리칸스탠다드
주방가구에넥스
조명수입 및 국산조명
계단재집성원목 및 화강석(t-black)
현관문신진도어
방문팔도천연시트도어
아트월현무암 + 적삼목
붙박이장에넥스
데크재모말라
(내부는 두 곳의 패밀리룸이 배치되어 있다. 현관에 들어서서 좌측 하단에 위치한 거실은 음악을 감상하는 등 주로 사색의 장소로 활용되고, 현관과 마주하는 이 공간에선 TV나 영화를 주로 시청한다)
철근콘크리트조와 목구조의 장점을 모두 취하겠다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의도를 듣고 떠올린 것이 캐나다의 상업건축이었다. 복잡한 내화규정과 높은 단열성능을 위하여 건축물의 규모와 용도에 따라 구조의 종류가 여러 형태로 변하기 때문에 철근콘크리트와 경량구조를 같이 사용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이미 알고 있던 구조였지만 한국에는 흔치 않아, 2가지의 기본적인 문제점이 떠올랐다.
▲첫째, 유로폼을 사용한 철근콘크리트의 부정확한 시공관행
▲둘째, 두 가지 구조의 이음부분 디테일과 마감의 연결성 문제였다. 하지만, 이들의 장점은 서로 다른 방면에서 이득을 준다.
▲첫째, 상대적으로 얇은 벽두께로 넓은 실내공간
▲둘째, 높은 단열성능으로 쾌적한 실내공간
▲셋째, 콘크리트 사용량을 줄인 깨끗한 주거환경 조성이었다.
(독특한 구조로 배치된 내부. 우측의 계단실은 1층 현관과 지하실을 잇는 역할을 한다)
철근콘크리트의 시공은 작업여건상 어느 정도의 오차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목구조는 그러한 오차를 최소화하려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오차가 심할수록 목구조 부분에서 난이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문제점을 고려하여 2가지 구조의 이음부분의 디테일은 캐나다식으로 하지 않고 목구조의 일부를 철근콘크리트구조 외부로 상쇄하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철근콘크리트의 시공이 조금 까다로워지긴 하지만 이는 결로 방지용 단열을 2중으로 할 수 있는 장점도 있어 구조설계를 약간 수정하여 진행하기로 하였다.
습식구조와 건식구조가 서로 맞물려 완성되고 친환경 건축을 위하여 OSB합판 또는 내수합판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 무취합판을 사용한 후 결로와 누수의 문제를 1차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캐나다식 레인스크린을 시공하고 외장마감을 하였다.
흔히 사용되는 화강석과 같은 외장재가 아닌 독특한 이미지와 우수한 기능의 자재를 원한 건축주의 요구가 있었다. 건축가 역시 심플한 구조로 강한 이미지를 주는 건물을 원했기에 두 의도에 맞춰 목구조용 일본산 사이딩이 선택되었다. 너무도 대조적인 노출콘크리트는 갤러리 형태의 원목을 이용하여 사이딩과 조화를 이룬 점에서 건축가의 노력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임대인들이 오고 가는 출입구 통로. 별도의 게스트룸과 욕실을 두어 적재적소 활용한다)
내부마감도 일반적인 다세대 또는 연립주택이 아닌 단독주택에서나 볼 수 있는 고급스런 분위기로 조성했다. 임대세대는 금속메지를 사용하여 도배지만 도장 마감을 한 것 같은 품질과 느낌을 주었다. 천장과 벽 마감, 유리난간과 천연원목 발코니, 주방과 거실 사이 원목갤러리, 주방가구와 코너창은 주변의 다른 다세대 주택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이 주택은 고급 외국인 임대주택으로서 큰 규모와 값비싼 자재로 지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독특한 디자인과 시공 품질을 내세운 새로운 컨셉으로 완성되었다. 비교적 작은 대지에 낮은 건폐율은 고급주택을 짓기에 부적합한 듯 보였지만, 건축주와 건축가의 의도가 시공에서 잘 반영된 사례다. 그러한 성공을 알리기라도 하듯 완공되기 전부터 주변의 시선을 끌며, 사전 임대계약까지 성사되는 등 모두가 만족하는 건축물이 되었다.
글_ 마고퍼스건축그룹 김형섭 대표
토지사랑 http://cafe.daum.net/tozisar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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