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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기억공간 이전, 추가설치는 협의 대상 아니다"
천주교 등 시민사회, "기억공간 지켜 달라" 요구
철거 예정일인 오늘 오전 세월호기억관 건물. ⓒ김수나 기자
서울시가 광화문광장 세월호 기억공간을 철거하겠다는 방침을 바꾸지 않자, 세월호 가족과 관련 단체, 시민들이 기억공간을 지키러 나섰다.
지난 금요일부터 기억공간을 지키기 위한 행동이 본격화되면서 시민과 종교인, 가족들은 기억공간 앞으로 매일 모여들고 있으며 1인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26일 김선우 사무처장(4.16연대)은 “서울시는 광화문광장을 재조성해도 기억공간을 어떻게 지켜갈지 협의하겠다던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9월 제정된 서울특별시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4.16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 시책에 대한 책무를 명시하고, 추모계획에 대해 "시장은 희생자 추모를 위하여 4.16 세월호참사 희생자 추모계획을 수립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 무엇보다 이를 위해 "피해자를 포함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철거 일정이 다가오면서 수도자, 사제 등도 1인 시위에 나섰으며, 천주교 내 여러 단체도 ‘기억공간을 지켜 달라’는 입장문을 냈다.
이날 생명안전시민넷 공동대표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가 손팻말 시위에 동참해 세월호기억관 철거 중단을 촉구했다. ⓒ김수나 기자
이날 광화문광장에서 만난 나승구 신부(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는 “세월호는 이념, 정파, 정권의 논리와 상관없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라는 가치에 관한 것이므로, 단지 시장이 바뀌었다고 없어져선 안 된다”고 <가톨릭뉴스 지금여기>에 말했다.
나 신부는 “2014년 당시 수천 명이 모여 기도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갈구했던 곳”이라며 그 가치를 지키고, 유가족들과 상의하면서 광화문광장의 재탄생을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데 같이 이야기하는 것조차 거부하는 것이 시민이 뽑은 시장의 역할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의정부 등 11개 교구와 여자수도회도 기억공간을 지켜 달라는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세월호로 함께한 광화문 자리는 어둠에서도 빛으로 일어설 수 있는 용기와 미래이며 우리의 희망이다. 반성이며 다짐이고 희망인 세월호 기억은 이 시간을 함께 사는 우리 모두에게 새겨진 시대의 기억”이라며 “이 시대의 기억을 지켜 달라고”고 서울시에 요청했다.
이 성명에는 의정부교구, 부산교구, 청주교구, 서울대교구, 광주대교구, 대전교구, 제주교구, 수원교구, 안동교구, 마산교구, 춘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JPIC 분과위원회가 참여했다. 인천교구 노동사목위원회와 정의평화위원회는 앞서 19일에 성명을 냈다.
이날 세월호기억관 주변 곳곳에서 이어진 시민들의 손팻말 시위. ⓒ김수나 기자
서울시가 세월호기억관 건물 벽에 붙인 무단 사용, 점유 금지 안내문. ⓒ김수나 기자
한편, 이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세월호 기록관을 찾아 세월호 가족들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는 서울시의회 김인호 의장과 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도 함께했다.
면담이 끝나고 송 대표는 유가족들과 기억공간을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지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월호 가족들은 광화문광장 공사에 협력할 뜻이 있고 공사를 위한 철거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며 다만 공사 이후 기억공간을 어떻게 존속할지가 핵심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송 대표는 “기억공간은 세월호참사 희생자를 위한 공간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이 평화적 촛불집회로 헌정 질서를 바로잡은 역사적 공간”이라고 강조하고 오세훈 시장도 그뜻을 지켜 달라고 요청했다.
뒤이어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배복주 의원 등도 방문해 세월호 가족들과 면담했다. 배 원내대표는 세월호 가족들은 광화문광장이 세월호를 포함한 역사성과 생명존중, 안전사회로 가는 기억의 공간임을 강조했다며 정의당은 그 뜻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오후 2시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월호기억관을 찾아 세월호가족들과 면담했다. ⓒ김수나 기자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등도 이날 세월호를 포함해 광화문광장의 역사성을 살려 광장을 조성해야 한다는 세월호 가족들의 뜻에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김수나 기자
세월호 가족들에 따르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는 새롭게 조성될 광장에 어떤 의미를 담을지 구상하던 중이었으므로 정의당은 오세훈 시장도 역사적 광장 조성이라는 취지에 맞게 공사에만 연연하지 말고 협의기구를 조성해 그 의미를 충분히 논의하라고 강력 요청한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는 “새로운 광화문광장은 어떠한 구조물도 설치하지 않는 열린 광장으로 조성된다”며, “세월호 기억공간 역시 다른 장소로 이전되거나 공사 이후 추가 설치는 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세월호 유가족과 지원단체가 공사 이후 광화문광장에 기억공간 재설치를 요구하며 TF구성을 요청하고 있지만,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취지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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