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물언 비례물동(非禮勿言 非禮勿動) - 예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은 하지 말라.
[아닐 비(非/0) 예도 례(示/13) 말 물(勹/2) 말씀 언(言/0)
아닐 비(非/0) 예도 례(示/13) 말 물(勹/2) 움직일 동(力/9)]
예의, 예절, 예법이라 하면 공연히 복잡하고 머리 아프다며 절레절레 흔드는 사람이 많다. 유교에서 예를 중시하여 사회의 질서를 위해 만들어진 방대한 윤리규범이니 다 지키기는 어려울 법하다. 보통 알려진 것만 冠婚喪祭(관혼상제)에 관한 四禮(사례)이지만 더 오래된 五禮(오례), 九禮(구례)까지 있다고 하니 당연하다.
예도 禮(례)의 글자에서 보일 示(시)는 ‘땅귀신 기’, 풍년 豊(풍)은 ‘높은그릇 예’의 음도 있어 인간이 신에게 제사 드릴 때 행하던 의식에서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것 말고 사람이 마땅하게 지켜야 할 도리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예를 중시한 유가에서 孔子(공자)는 ‘論語(논어)’를 통해 이를 강조한다. 예의에 어긋나면 말하지 말고(非禮勿言) 예의에 어긋나면 움직이지 말라(非禮勿動)고 한 것이다. 말을 조심하고 행동을 신중히 하라는 謹言愼行(근언신행)이다. 이 말이 나온 계기가 顔淵(안연)편에 실려 있다. 공자의 수제자인 안연이 仁(인)에 대해서 여쭙자 자기를 이겨내고 예로 돌아가는 것이라 말했다. 자신의 사적인 욕구를 버리고 도리에 따른 예를 실천한다는 克己復禮(극기복례)가 여기서 나왔다. 안연이 다시 구체적인 방법을 가르쳐달라고 했다.
네 가지 조심할 것이 제시된다. ‘예가 아니면 보지를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도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동하지 말라(非禮勿視 非禮勿聽 非禮勿言 非禮勿動/ 비례물시 비례물청 비례물언 비례물동).’ 안연은 이 말을 명심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北宋(북송) 중기의 유학자 程頤(정이, 1033~1107, 頤는 턱 이)는 여기에서 視聽言動(시청언동) 네 가지의 四箴(사잠)을 지었다.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하는 네 가지는 몸의 작용에 속하는 것인데 내면의 마음을 길러서 외면을 제어할 수 있다고 했다.
번거로운 예를 모르고서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 대다수다. 법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다고 하는 사람들 말이다. 양심이 시키는 대로 살아가는 張三李四(장삼이사)다. 그런데도 예와 법을 교묘히 어기고 속이고 빼앗는 사람들이 수시로 나타난다. 예법이 짐승과 사람을 구분하는 기준이라 했는데 이 기준을 지키지 못하면 어찌 되겠는지 반성할 일이다.
/ 제공 : 안병화(전언론인, 한국어문한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