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realdog입니다.
지난 4월 동해안탐어에서 채집한 큰가시고기를 산란 및 치어사육까지 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미 두어달이 지난 자료를 이제서야 포스팅 하는 이유는 산란에서부터 치어사육까지 약 두달이 걸리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본인의 게으름병이 가장 큰 문제겠지요~^^;;
산란을 위한 수조는 두개로, 수컷을 위한 35수조와 암컷을 사육/관리하기 위한 자반수조를 준비했습니다.
산란기에 접어든 큰가시고기 수컷은 주변의 움직이는 모든것을 적으로 간주하고 공격하기 때문에, 산란을 위한 둥지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암/수가 합방을 하게 되면 수컷이 암컷을 죽이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더군다나 작은사이즈의 수조에서는 피할곳이 마땅치 않아 더더욱 암/수 분리가 필수적입니다.
또한 한수조에 여러마리의 수컷을 넣어도 죽을때까지 싸우므로, 무조건 한수조에 수컷 한마리 원칙을 지켜야합니다.
산란기에 접어든 큰가시고기는 신경이 무척 예민해져 있는 상태로, 자신에게 위협이 된다 생각하면 저렇게 가시를 세우고 경고를 합니다.
산란이전의 큰가시고기 수컷은 파랑/빨강으로 대표되는 혼인색이 제대로 발현되지 않습니다.
제대로된 혼인색은 산란을 마치고나서부터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어느정도 수조에 적응을 하고 나면, 수초뿌리, 줄기등을 이용해서 둥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큰가시고기의 튼튼한 둥지건설을 위해 모스줄기를 조금 넣어주었더니 잘 활용하더군요.
땅을 파서 깊은 구덩이를 만들고 그 위에 재료들을 이용해 둥그런 모양의 둥지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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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지를 만들면서 주기적으로 몸에서 점액질을 뿜어 둥지재료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다지는 과정을 반복합니다.
한시도 쉬지않고 재료나르기-다지기를 반복합니다.
둥지를 만드는 동안에도 큰가시고기 수컷은 무척 예민한 상태기 때문에 수조를 두드리는등 큰가시고기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행동을 삼가해야 합니다.
물갈이 역시 녀석에게 스트레스를 줄수 있으므로 3일에 한번씩 얇은 에어호스를 이용하여 10%정도만 환수해 주었습니다.
둥지가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큰가시고기 암컷을 넣으면, 둥지주변을 배회하는 암컷을 수컷이 쫓아버립니다.
작은 수조에서는 끝까지 쫓아가서 물어죽이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에, 둥지가 어느정도 완성되었다고 생각했을때 암컷을 입수해보고
수컷이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면 바로 빼서 다른수조에서 축양해야 합니다.
저 역시 암컷을 넣고빼는 과정을 여러번 반복했습니다.
둥지제작이 완료되고 산란에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암컷을 산란수조에 넣었을때 수컷이 큰 경계를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암컷을 유도하여 둥지에서 산란을 합니다.
한둥지에 여러번의 산란을 하는 큰가시고기의 특성을 고려하여 두마리의 암컷을 준비하여 산란을 하고 나면 축양수조로 보내고 포란한 암컷을 교대로 입수하였습니다.
씨어미들은 영양상태만 좋으면 3-4일이면 다시 포란을 하기 때문에 암컷 축양수조에는 실지렁이등으로 고영양 먹이를 주기적으로 공급하였습니다.
산란에 완료되면 큰가시고기 수컷은 둥지위쪽을 모래나 수초줄기등을 이용하여 덮고, 산란장 관리를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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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이 부채질을 하여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주고, 둥지주변을 깨끗하게 청소합니다.
여러번의 산란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치어들의 부화시기도 모두 틀린데 마지막 알이 부화하는 순간까지
큰가시고기 수컷의 둥지관리는 계속됩니다.
이때부터 큰가시고기의 수컷의 혼인색이 진해집니다.
수정란은 약 5-7일정도면 부화하기 시작하는데, 부화한 치어들이 둥지주변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큰가시고기 수컷이 계속 관리합니다.
만약 치어가 둥지에서 멀리 떨어지게 되면 입으로 물어와서 둥지에 다시 집어넣어 줍니다.
부화 2-3일후면 난황이 모두 흡수되며, 이후로는 먹이를 급여해주기 시작합니다.
저는 브라인쉬림프를 급여해주었습니다.
치어들은 한번에 많은양을 먹지 못하는데다 배가 금방 꺼지기 때문에 조금씩 하루에 세번이상 브라인쉬림프를 급여하였습니다.
부화후 약 2주일이 지난 큰가시고기 치어.
큰가시고기의 특징인 등지느러미의 가시도 보이고 성어로서의 특징이 어느정도 발현된 상태입니다.
촬영전 브라인쉬림프를 급여하여, 배가 노랗습니다.
치어들이 모두 부화하고 먹이활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큰가시고기 수컷은 끊임없이 자기새끼들을 보호합니다.
혹 사람이 다가가면 가시를 세우고 맹렬히 돌격하여 치어들에게 위협이 되는 요소를 제거하려 합니다.
산란이후부터는 최소한의 먹이만을 먹으면서 새끼보호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조금씩 말라가는 큰가시고기를 볼수 있습니다.
말 그래도 눈물겨운 부성애입니다.
부화후 한달이상인 큰가시고기들.
성어의 모습이 모두 갖춰진 상태입니다.
입도 제법 커져서 작은 알갱이의 사료도 잘받아먹고 자기들끼리 텃세도 조금씩 부리기 시작합니다.
지난 2013년, 큰가시고기 번식에 실패하고 이번에 성공해서인지 감회가 남달랐습니다.
자료를 정리하다 보니, 귀한 사진들을 좀더 찍어두지 못한 것이 조금은 아쉬움으로 남지만,
큰가시고기의 산란 및 큰가시고기 수컷의 부성애를 직접 관찰하면서 큰 즐거움을 느낀것에 만족하려 합니다.
내년에는 잔가시고기의 번식도 한번 도전해봐야겠습니다. ㅎㅎ
첫댓글 대단하십니다. 우리나라 최초인듯ㅎㅎ
이미 많은 고수분들이 큰가시고기의 산란에 성공하셨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따라한 정도지요~
@realdog 고수님들이 생각보다 많은가봐요.^^~
생태환경도 멋집니다. .울산은 가시고기가 이제 없지싶네요ㅡㅡ;
큰가시고기의 산란에서 부화까지 잘보았습니다.그때 채집을 함께 한후로 아직 탐어한번 못갔네요.외국에 나가 있는중이라고 들었는데 들어왔는지? 얼굴도 볼겸 언제 탐어한번 같이 갑시다.
지난주에 복귀했습니다~ 연락드리겠습니다 선생님 ㅎ
역시 대단하시네요~
3년전 큰가시고기 산란실패를 이번에 만회한 느낌입니다 ㅎㅎ
멋있습니다 짝짝짝
감사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역시나 대단하시네요.
^^
옥천님께서도 예전처럼 예쁜 버들붕어 사진 올려주세요~^^
우와~~~ 멋집니다!! 덕분에 큰가시고기의 산란과 부화를 바로 옆에서 보는 것처럼 생생하게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새는 동영상이 대세!! 영상을 많이 찍어야해 ㅎㅎㅎ
이제 은은한 색체의 미학 우리민물고기 후속 2탄을 발행할때가 된거 같은데 이런 좋은 자료 엮어서 한권 또 내놓으시지요
아이쿠...그책의 저자분들처럼 많은 자료와 내공을 쌓으려면 저는 한 10년은 더 걸릴것 같습니다 ㅎㅎ
오! 역시 ^&^
선생님의 도움이 컸지요~~ 한국에 돌아왔으니 한번 놀러가겠습니다~
동영상은 뭘로 찍으셨나요
동영상은 DSLR로 찍었습니다 ㅎㅎ 위에꺼는 Cannon 500D, 아래것은 Nikkon 810
고프로구입도 심각하게 생각은 했었는데 동영상만 촬영할거가 아닌이상 굳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안들더라구요~
고 프로?
리얼독님 이제 본업을 내려두고 연구소를 설립해야할 단계까지 왔군요~♡ 심각단계입니다^^ 고속이가 가방들어드릴께요~♬ㅋ
10여년 전부터 물생활과 직장 생활을 번갈아 하면서 Realdog님, 나르샤 님, 새뱅이님 등 고수님들의 사육/번식기, 채집기를 보면서 흉내도 내보고 대리만족해 왔었습니다. 큰가시고기 번식기는 저에게 또하나의 물생활에 대한 목적의식과 동기를 부여해 주는 군요. 너무 자랑스럽고 멋져 보입니다. 앞으로 10년 20년 쭉 계속 볼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나마 바래봅니다.
열정에 박수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