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동기인 전주지점장이 이제 곧 서울로 발령을
받을거라며 그전에 내려오라 해서 입사선배님과
날을 잡아 내려갔다.
영등포역에서 전주행 0645기차를 타고 도착하니,0930
바로 기다리고 있는 친구와 함께, 지리산 구례로 갔다.
정령치고개를 지나, 노고단에 이르니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산빛깔이 달라진다. 이미 8,9부 능선에는 낙옆이
져서 겨울산이고, 그밑으로는 가을이 한창이라, 바람이
심하니, 차밖에 오래있기가 어렵다. 자 이제 천은사로
방향을 잡아, 내려오니, 바람이 잔잔해진다. 천은사..
어디서인지? 토지? 혼불 어디에선지 읽은 기억이 있는
낮익은 절이름이다. 주차장에 내려, 천은사로 200m길
왼쪽으로는 옥빛 호수가 조용히 자리잡고있다.......
천은사는 신라흥덕왕 3년(828) 인도의 승려인 덕운선사
가 감로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절이다.경내에 이슬처럼
맑고 차가운 샘물이 있어 감로사라 하였는데 이 물 을
마시면 흐렸던 정신도 맑아진다 하여 몇바가지 마셨다.
단아하고 기품있는 절에 오니, 몸과 마음이 편안하다.
나무아미타불 이절은 부처님의 마음과 같이 조용하고도
평화로운 곳임니다. 보제루의 기품, 설선당의 연륜깊은
단청바랜 그윽한 목재 빛갈이 포근함을 느끼게한다.
천은사 가을山寺를 단풍이 두드리고있다.
화려한 다포식의 일주문 가운데 물흐르듯 쓴 글씨가 걸려있다. 가만
글씨를 쳐다본다.
물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조선의 4대 명필가의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李匡師, 1705~1777)의 글씨
현판은 호남 명필인 창암 이삼만이 쓴 대표작이다.
천은사 선원전경, 대웅전에서 멀리 떨어져있다.
균형미를 갖춘 품위넘치는 보제루. 단아한 선비의 모습이다
고색창연한 일주문을 지나니 낙엽이 눈처럼 깔려있다.
가람의 배치는 단정하며, 마당과 건물의 대비가 안정적
이다, 접하기 어려운 산사의 차분한 분위기가 정갈하다.
시멘트범벅의 요즘 절과는 다른 분위기가 중생을 인도
한다. "오매 단풍들겠네" 주변은 아늑하고, 앞쪽으로
노고단의 능선이 완만하다. 인근에 위치한 큰가람인
화엄사도 좋지만, 근자에 보지 못했던 절다운 분위기를
느끼면서, 합장배례... 사진을 몆장 찍었다...
섬진강을 거쳐 지리산을 오른쪽으로 돌아, 남원의 부산
집 추어탕(남원시 천거동 160-163 전화 063-632-7823)
에 가서 맛있게 땀흘리며 전라도 제일(?)추어탕을 먹고
마이산으로 간다. 마이산 북문주차장에서 내려, 나무로
만든 계단을 올라 남문 주차장으로 내려가니, 소화도
되고, 부산집추어탕에서 마신 소주도 다 깨고, 그래서
어둑해지는 시간에 전주로 들어갔다.
마이산
다음날 6시에 기상하여, 두부백반을 먹은뒤, 완주군의
대아호수로 향한다, 대아호수는 댐을 막아 만든 인공
호수였다. 도중에 친구의 염렵한 눈썰미로 알아둔 대아
호수에 있는 대제학 최공의 묘소를 들렀다.
수백년전 전주 최씨의 자손이 대제학을 제수한 후,고향
에 돌아와 만년을 보내다, 자기 묘를 찾아 헤메다 이곳
을 정하였으리라. 그 동안, 이조 태조의 5대조부 준경묘
대원군의 부친 남연군의 묘소, 수도일원에 있는 역대임금
의 능을 보았지만 이곳은 또 다른 분위기를 가진 장소
였다. 좌측으로는 적벽을 연상시키는 절벽, 앞으로는
고개를 들어 봐라보아야 하는 보기좋은 바위산, 우백호는
호랑이를 연상케하는 듬직한 육산이었다 얕은 풍수지리지식
으로는 이 산소 터의 값어치를 가늠하기 어려우나, 경치로
말하면 역대 수많은 임금님의 능을 능가하는 풍광이었다.
"아" 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는 경치였다고 할까? 이분은
살아서 신하로서는 최고의 명예를 사후에는 전라북도인근
에서는 산과 물을 아우르는 경치를 누리는 복을 가졌다.
만경평야지대 바로옆에 이런 산하를 허락한 조물주의 조화에
다만 놀라움을 금할수없다. 나중에 검색을 해보니, 이곳은
완주군 고산면 동상계곡으로 우리나라 8대오지중의 하나였다.
대제학 최공의 묘를 대아수목원 우측산위에서 내려다본다. 가운데 길쭉하게 뻗은 끝쪽이 대제학 최공의 묘소.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구르는 소리가
구르몽의 시가 생각나는 곳,
대아호를 내려다보며 4시간의 산행이 마무리되는 순간
좀더 걷고 싶은 산길이지만 아쉽게 내려갈 시간이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뒤라 수목원에서 화장실에 들러 일을
보고, 가쁜하게 산을 오른다. 이곳은 마치 동작동 국립묘지
처럼, 수목원을 빙 둘러싸고 있는 산능선의 모습이 아늑한
터였다. 제1전망대를 지나,제2,제3전망대를 지나니, 이제
마지막 오름새였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산높이가, 주변
단풍이 다가오는 경관을 마음껏 감상하게 해준다. 특히나,
역광으로 보이는 산의 음영속에 단풍은 한껏 그 자태가
아름답다. 이렇게 가을은 또 한해를 단풍으로 수놓고서
지나가는구나. 함께하는 정다운 벗들과의 가을산행은
여유롭고, 마음을 가득하게 채운다.
대아수목원 뒷산의 능선을 일주한뒤, 내려오니 2시.산길
가에 감이 주렁주렁 달려있어, 몇개 따서 먹어본다.홍시
는 고종임금이 즐겨든 고종시 였으리라, 작으만한 크기에
한입에 단맛이 향기롭다.
예약해놓은 한정식집, 골목집(전북완주군 고산면읍내리 598
번지 063-262-5176)에 들러, 포식을 한다. 정갈하고 맛갈진
이집의 음식 솜씨는 먹어본 남도의 음식맛중에 으뜸이라
할만한데, 사장님이 직접 반찬을 정성스럽게 다듬고, 밥을
시간에 맞추어 준비한다. 값은 3사람 한상에 4만원, 20가지
반찬 하나하나가 나무랄데없이 입맛을 당기게한다. 아무리
맛있은 들, 이곳에서 전주까지 40여분인데다 나그네가 찾아
오기가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럼에도 객지에 온 친구의 안목
이 남다르다. 칭찬을 하고싶다.
맛있게 이반찬 저반찬을 먹고난 뒤, 숭늉을 마시고 전주역에
와 4시47분 통일호를 타고 서울로 왔다. 점심때 마신 소주가
알딸딸한게 졸음이 쏟아진다. 긴 가을여정이었다. 빡빡하면서도
여유있고, 산천초목의 아름다음을 가슴에 가득담은 품위있는
일정이었다. 오랜 친구는 만나서 반갑고, 그 마음이 고맙다.
첫댓글 등산으로 전국을 누비는 세암의 행적이 경탄스럽다. 요즘은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단풍을 즐기는 등산객들로 산길이 비좁더군. 지난주에 계룡산 남매탑까지 올라갔다 왔는데, 단풍이 절정이여..
산 좋고 물 좋고 공기 좋고 사람 좋고, 거기에다 사진술까지 정말 아름다운 우리나라 강산입니다. 늘 건강하신 모습, 보는 이도 즐겁습니다. 아, 그치만 저도 한번 호젓하게 그런 산행 한번 해보고 싶군요. 그 골목집이라는 곳도 가서 맛있는 음식도 먹어보고 싶구... 암튼 즐거운 마음으로 아름다운 글 잘 읽고 갑니다.
유 선생님. 글도 아무나 쓰는게 아니고, 산도 연습이 있어야 즈길수 있슴니다. 연습을 하십시요 만보기차고 만보를 주 3일은 걸어야 산을 즐길 수 있슴니다. 늘 건강하시고... 요즘은 방송도 나가신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