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불편하다는 것?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장애란 불편한 것이 아니라 거대한 벽이 아닐까싶다.
종종 우리 비장애인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을 대할 때마다 장애의 의미를 불편하다는 것으로 예단하는 잘못된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장애인들을 보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로 생각해 무엇인가 신체적으로 불편한 상황을 도와줘야 한다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그들은 그러한 도움이 아닌 다른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바로 같은 사람으로 대해 달라는 것, 단지 그 이유 하나다. 그래서 함께 이 사회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는 한 존재임을 인정받고, 그래서 그냥 똑같은 인격체로서 동등하게 이 사회에서 살아가고 싶은 것이다.
지난 번 글로 쓴, 20대에 한 쪽 시력을 잃고도 좌절하지 않고 30년 동안 타이어 수리 일을 하면서 가정을 지킨 분도 그랬고, 오늘 역시 사고로 얻은 후천적 장애를 극복하고 삶의 희망을 찾은 분들도 여느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사고하고 행동하면서 당당히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다.
"'좌식 배구'라고 들어 보셨나요?"
이렇게 앉아서 하는 배구가 바로 '좌식배구'입니다. '장애가 있는 데 어떻게 배구를 하나?'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직접 보신다면 그런 생각 바로 지울 겁니다. 정말 잘 하세요^^
좌식배구팀이 모여 운동을 하고 있는 한 체육관. 몇 안 되는 선수들이지만 기합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기합소리와 공 튀기는 소리가 그 넓은 체육관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좌식 배구팀 고 팀장은 "모두 겉으론 건강해 보이지만 의족을 사용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며 여기 모인 사람들 대부분 선천적인 장애보다 후천적인 장애를 지닌 사람들"이라고 소개하면서 "그만큼 세상에 대한 원망은 물론, 삶을 포기할 정도의 좌절까지 경험했던 사람들"이라고 팀원들을 설명한다.
비장애인으로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사고로 다리를 절단한 한 분은 세상으로 나가지 못하고 방 안에만 있으면서 왜 자신한테 이런 시련을 주는 지 원망도 많이 하고, 그 원망 속에 자신에 대한 미움과 함께 그동안 여러 번 삶의 포기하려 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루 하루 사는 것이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웠다는 말도 한다. 하지만 삶을 포기할 단계까지 갔던 그가 이렇게 좌절을 딛고 일어난 것은 같은 장애를 가지고 있는 분들과 지금처럼 서로 만나 대화도 하고, 비록 장애가 있지만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활동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키워 준 운동을 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지금, 그들의 표정은 밝았다. 그들에게선 더 이상 좌절이나 시련 따위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들은 한결 같이 "좌식배구로 밝은 삶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또다른 한 분은 "앉아서 하는 좌식배구지만 일반 배구보다 더 힘든 운동"이라고 소개한 뒤 "배구를 통해 손 힘 뿐만 아니라 허리힘도 길러 재활 치료에 큰 도움이 된다"고 좌식배구의 장점을 설명한다.
하지만 이들에게 있어 좌식배구가 갖는 의미는 신체의 힘을 길러주는 '운동' 외에도 더 큰 의미가 있다. 고 팀장은 "좌식배구는 장애 때문에 소외되고 사회와 단절된 우리들이 다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준다"고. 불편한 몸으로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통해 '사고로 얻은 장애가 나만의 불행은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세상에 대한 원망 대신 희망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분들에게 '좌식 배구'는 운동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후천적 장애의 시련이 있었던지라 더 극복하기 힘들었다는 이들. 하지만 운동을 통해 장애의 시련을 딛고 삶의 희망을 다시 찾았고, 이제 더 이상 세상이 두렵지 않다고 한다.
이들은 얼마 전 열린 도 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상당한 실력을 지니고 있다. 조 총무는 "13개 팀 가운데 3위면 괜찮은 성적 아니냐^^"면서 "선수들이 무척이나 자랑스럽다"며 환한 미소를 짓는다. 한 팀원도 "좌식배구를 즐기는 선수가 많은 것도 아니고, 체계적인 지도를 해줄 만한 지도자가 있는 것도 아닌 열악한 환경이지만 좌식배구에 대한 열정과 팀워크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었다"고 자랑이 대단하다.
다음 대회를 위해 우렁찬 기합과 함께 연습을 계속하는 그들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공을 따라가는 것이 다소 불편해 보였지만, 몸을 날려 공을 받으려는 그 투지의 눈빛을 보면서 그건 나만의 착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비장애인인 내 마음속에도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어느 덧 그들의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힌다. 흐르는 땀을 연신 손으로 닦아내면서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는 모습에서 장애는 더 이상 그들 앞을 가로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저리 당당히 사는 모습을 보면서 나 자신을 많이 돌이켜 봤다.
신체의 장애와 그로 인해 닫았던 마음의 문을 열고 당당히 사회에 뛰어 든 이 분들이 앞으로 더 이상 좌절하는 일이 없도록 우리 사회가 보다 많은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
사고를 당하고 장애인이란 꼬리표를 달았을 때 시련과 좌절의 시간을 겪었던 날들, 그런 그들이 다시 희망을 얻고 닫힌 사회에서 열린사회로 용기 있게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들은 이제 더 이상 좌절하지 않고 희망이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그들은 바란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차별과 편견이 없는 사회를, 그리고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들과 똑같은 장애로 마음에 상처를 얻은 사람들이 움추리지 말고 당당히 세상 속으로 뛰어들기를 소망한다. 자신들이 신체의 장애와 마음의 장애를 극복하고 세상 속으로 뛰어들었듯이…
몸을 던지면서도 끝까지 공을 살립니다.
운동을 하던 중 어느 한 분이 개그를 흉내 내면서 말합니다. "세상에 안되는 게 어딨니! 화이팅!"
맞는 말입니다. 세상에 안 되는 일이 어디 있겠는지요? 현재 삶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이 분의 말처럼 모든 분들이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다. 다시 한 번 이들의 세상을 향한 '아름다운 도전'에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