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매회 평균 600만 건의 청취 횟수를 기록하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방송과 별도로 진행하는 토크 콘서트도 매회 매진이다. 그 비결은 직설적으로 음모론을 제기하는 데 있다. 사실과 소설(허구)의 경계선을 교묘하게 오가면서 이명박 대통령 등 보수 진영에 관한 의혹들을 증폭시킨다. “소설을 써보자면…” “비선을 통해 들은 얘긴데…” “당시 어떤 소문이 있었느냐 하면…”이라고 시작해 의혹의 수위가 높아질 때면 “가카(대통령)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죠”라는 말을 덧붙인다. 개그적 재미를 높이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드는 언어적 장치다. 우리 사회가 이 같은 음모론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1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나는 꼼수다(나꼼수)’ 토크 콘서트장을 찾았다. 1600석의 자리가 가득 찼다. 인터넷 예매 시작 2분 만에 표가 동났다고 한다. 출연진은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43)씨와 정봉주(51) 전 국회의원, 시사IN 주진우(38) 기자, 시사평론가 김용민(37)씨 등 4명이다. 공연에 앞서 아랍계 방송인 알자지라 취재진이 출연진과 인터뷰했다. 이날 공연에서도 어김없이 음모론이 나왔다. 출연자인 김어준씨는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치러진 날 아침에 일시적으로 선관위 홈페이지 접속이 안 됐는데, 젊은 직장인들의 투표율을 낮추려는 의도로 추정된다”는 방송 내용을 다시 거론했다. 그는 “저희가 그 원인을 추적해 꼭 찾아내겠다”고 하자 관객들의 박수가 터졌다.
공연이 끝날 무렵엔 2007년 BBK 의혹을 제기했던 에리카 김(47)과 주 기자의 통화 녹음 내용이 공개됐다. 이 통화에서 주 기자가 “둘의 관계는?”이라고 묻자 에리카 김이 “불륜 관계지. 부적절한 관계”라고 대답했다. 이때 스크린에 ‘하지만 가카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나타났다. 앞서 지난달 29일 서울 한남동 공연에선 출연자인 김용민씨가 “눈 찢어진 아이를 조만간 공개하겠다. 유전자 감식이 필요 없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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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나꼼수’의 인기 원인을 청년 취업난, 소득 양극화 등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에서 찾는다. 성신여대 채규만(심리학) 교수는 “사람들이 불안할 때 그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특정 정보를 선택해 감정을 기울이게 되는데, ‘나꼼수’ 신드롬의 주된 요인”이라고 말했다.
국민대 최항섭(사회학) 교수는 “인기를 노린 의혹 부풀리기에 그칠 경우 사회 불신을 초래하는 ‘악성 댓글의 종합 상자’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나꼼수’ 방송에 나온 주요 음모론
- “서태지-이지아의 이혼소송 기사가 터진 건 BBK 손해배상 판결 기사를 덮기 위한 초대형 떡밥이다.” 1회 (4월 28일)
- “4대 강 건설에서 수심 6m 판다고 정부 돈을 받은 뒤 5m만 파면 2조원이 남는다. 그 돈을 누군가 가져갈 수 있다.” 10회 (7월 15일)
- “(곽노현 사건) 검찰이 흘리고 사건 생중계하고 포털에 알바 풀면 진보는 쫀다. 오세훈 사퇴하는 날 사건 발표되면서 놀아났다. 그 뒤에 가카(대통령)가 계신다.” 17회 (8월 31일)
- “한·일협정 반대 학생운동 당시 고대 신문에 나왔던 가카 발언은 20살짜리 대다수 학생들 뜻과 다르다. 당시 중앙정보부가 대일 협상력 높이려고 학생 데모를 부추겼다는데….” 19회 (9월 16일)
- “서울시장 보궐선거일 오전에 투표소 위치 찾기 접속이 안 됐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끊었다고 추정한다.” 26회 (10월 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