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7회 목월백일장 수상 작품(대상, 부문별 장원)
대상 : 박근수/해성고등학교 3학년
제목 : 보름달
교실에서 달력을 뒤로 넘긴다
기약없는 약속들이 나를 따라온다
왜 너는 없는데 있는 것처럼 앉아있어?
나에게 악수를 건네는 손이 없다
일식이 시작되면
때때로 나를 가린다
보름달이 꼬리 모양을 한 채로
손을 흔들며 저울어만 가는데
나는 잡을 방법이 없다
노트에 너희들을 그리고서
여러 번 접어서 구긴 채로
입에 넣어서 삼키면
내 친구가 되어줄 수 있니?
칠판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처럼
잔뜩 어지럽혀진 채 나를 괴롭힌다
복도의 괘종시계가 울린다
아이들이 한꺼번에 사라진다
옆 책상에 보름달을 그렸다
영영 내 얼굴을 보지 못하게
모두 나를 모르는 사람처럼
질문을 하면서 지우개가 닳기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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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 : 대학.일반부
장원 : 박신희/포항시 북국 기계면
제목 : 회오리
먹빛 달빛 뚫고
멀리 들리는 발자국소리
논바닥 갈라진 틈 사이
좁쌀알 같은 기억을 더듬어
해푸른 하늘 집을 찾아 헤매셨을 아버지
골진 인생의 아픔과 세월의 통곡이
소리도 없이 눈물고드름 녹인다
땅 꺼질 듯 내쉬는 한숨에
지친 바람도 햇살 끌어안고 숨는데
거친 바람이 삼키고 남긴
성냥불 그을음만한 울 아버지 기억은
별빛이 수놓은 하늘
차가운 달빛에 어린다.
땅바닥에 떨어진 아부지 지팡이끝에
회오리가 걸려
손등에 뜨거운 이슬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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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 : 고등부
장원 : 최민서/고양예술고등학교
제목 : 보름달
철거된 소금창고 속,
새벽마다 물 않히러 가야 한다는
염부의 주름이 짠물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온 이력을 다해 고무래를 쥔 손등,
햇살에 오래 밟혔던 자국에선
까치 버섯 냄새가 돋아나고요.
밖에 묶어둔 개가 자꾸 누런 이빨을 드러냅니다.
하루에도 두 번씩 당신의 키가 점점 말라갑니다.
왜 어둠은 별빛을 움켜쥘 때마다
깊어지는 걸까요.
떠먹여 주던 흰죽이 당신의 입가에 묻었습니다.
염밭에 잘 녹지도 않던 싸락눈은
왜 물결이 날아가다 흘린 깃털과 닮았을까요.
바짝바짝 말려먹기 좋았던 소금창고
이젠 서리만 쌓였는데
물집 터트리는 보름달이 비춥니다.
요양원 침상, 결정지에서 퍼낸 누런 슬픔을
당신이 굳이 닦습니다.
마지막 눈 속에 남겨진 짠물,
굽은 등을 둘둘 말아 가슴을 숨기는 건.
구름 곁에 쓸 수 있는 달빛이 생겼다는 것.
나 때문에 이루었다는 염밭, 내 울음 집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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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 : 중등부
장원 : 최민지/선덕여자중학교 2학년
제목 : 사춘기
아무것도 아닌 엄마말에
방문을 휙닫다버렸다
그리고 마음속 어딘가에
답답한만이 올라온다
마음속에 색깔없이
검은색만 가득차 있다
하는 것 마다 나만 못 하는 것 같다
친구들과 있을 때는 한없이 재미 있는데
집에만 가면 엄마의 잔소리
쾅쾅 꾕과리 소리만 들리고 속은 답답한
찐고구마 가득 먹은 기분이다
엄마는 시간이 지나면
무지개 색깔중에 나만의 색이 생긴다고
모든게 까맣게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여러색이라고 그 중 나만에 색이
진해질거라고 하시는데
한참을 짜증을 내도
항상 방긋 웃어주는
엄마를 보면서 또 대수롭지 않게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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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 : 초등부(고학년)
장원 : 이하윤/창원 평산초등학교 6학년
제목 : 봄비
따스한 봄날
나무로 가득찬 숲속
조각난 하늘 사이로
쏟아지는 봄비
겨울추위 씩씩하게 이겨내고
돋아난 새싹의 꽁꽁언 마음에
겨울날 코코아보다 따뜻한 한방울
땅굴속 겨울내내 자다껜 동물들 에겐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신호 한방울
지난년도 겨율 불철주야 공부한
나에겐 새학기 응원 한방울
장마, 가을 겨울비와는 달리
모두에게 “잘할거야” “힘내”라고
출발에 행운을 채워주는
하늘에서 내리는 비타민 봄비
2024년의 봄비가 내리기 사작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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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문 : 초등부(저학년)
장원 : 신예재/부산 거제초등학교 1학년
제목 : 강아지
멍멍
기분이 좋아
헥헥
강아지가 내품으로
달려온다
졸랑졸랑
우리는 좋은 친구
꿈속에서도
우리는 좋은 친구
첫댓글 진짜 오랜만에 찾아왔는데 목월백일장 학창시절 생각나게 해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경주문인협회에서 개최하는 다양한 백일장 행사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