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오늘은 술에 대한 이야기로 강론 말씀을 시작 하려고 합니다.
여러분 가운데에는 술! 이라는 말만 들어도 벌써 입 안에 군침이 도시는 분이 계신가 하면,
술! 이라는 소리만 들어도 벌써부터 골치가 아파 오는 분도
계실 줄 알고 있습니다.
사실 술만큼 인간적인 것도 없지만 또한 술만큼
인간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도 없을 것입니다.
술을 좋아하시는 분들은
“술 못 먹는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술에는 인생이 있다. 술에는 예술이 있다.”하시며
술에 대한 예찬을 끝없이 늘어놓으십니다.
하지만 술을 싫어하는 분들은
“술은 평화와 질서의 적이요. 부인의 공포요. 아내의 사랑을 실망케 하며, 가정을 슬프게 만드는 것”이라고
악평을 늘어놓기도 합니다.
술에 대한 이외수의 정의를 살펴보면 “술은 마약이다.
절제하면 쾌락을 가져다주지만 과용하면 불행을 초래한다.
마실 때에는 찬양하게 만들고 끊을 때에는 저주하게 만든다. 유사 이래로 물에 빠져 죽은 사람보다는
술에 빠져죽은 사람이 많다는 설이 있다”
어떻습니까?
이외수의 술에 대한 정의가 그럴듯합니까?
솔직히 저도 술을 좋아합니다만 어떤 견해가 옳다고 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견해나 부정적인 견해가 모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결론적으로 “술은 적당히 먹으면 약이 되고,
잘못 먹으면 독이 된다.”는 말이 적당한 견해일 것 같습니다.
술도 잘 조절해서 마신다면
사람에게 유익한 것임에는틀림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술을 마시는 분들 중에서 과연 몇 분이나 술을 적당히 조절해서 마실 수 있으신지요?
공교롭게도 예수님께서 행하신 표징 가운데
첫 번째 표징이 물로 술을 만드신 표징입니다. 혹자는 예수님께서 첫 번째 기적으로 술을 만드셨고
최후 만찬에서 술을 나누어 주신 것으로 보아
예수님께서도 평소에 술을 무척 좋아하셨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이야기임을 분명히 밝혀 두는
바입니다.
오늘 복음에 의하면
예수님과 성모님 그리고 제자들이 카나 혼인잔치에
초대를 받아서 참석했는데,
손님들이 예상보다 너무 많았는지 아니면
애주가들이 너무 많았는지?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아무튼 잔치가 끝나기도 전에 그만 술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잔치 집에서 술이 떨어졌다는 것은
이만 저만 낭패가 아닙니다.
이제 잔치에 흥이 깨지고 모두 집으로 돌아가야 할 판입니다.
지금 같으면 전화 한통으로 즉각 배달이 되겠지만 그 당시는 집에서 미리 준비한 술이 떨어지면
그걸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입니다. 어디 가서 구할 수가 없습니다.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늘 혼인잔치는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바로 성모님의 간청으로 예수님께서 물을 포도주로 변화 시키시는 첫 표징을 행하셨기 때문입니다.
그야말로 큰 망신을 당할 수 밖에 없는 절망의 끝에서 예수님의 개입으로 모든 문제가 깨끗하게 해결된 것입니다. 물론 오늘 기적의 일등공신은 바로 성모님이십니다.
그 분의 중재가 있었기에, 그분의 간청이 있었기에
오늘의 표징이 가능해 진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일꾼들에게
“무엇이든지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하고 말하였던 것입니다.
우리에게 있어서 성모님은 바로 그런분이십니다.
우리를 대신해서 언제나 간구해 주시는 분이십니다.
우리는 오늘의 첫 표징이야기를 통해 신앙인들은 어떤 최악의 경우에라도 절대로 희망을 버려서는 안된다는 소중한 깨우침을 얻습니다.
그것은 바로 예수님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느님과 인류와의 다 깨진 혼인잔치에 개입하시어 새로운 사랑의 관계를 성립시켜 주심으로써 인류에게 새로운 희망을 던져주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가나 혼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들려주는 희망의 메시지입니다.
우리에게는 우리를 대신해서 끊임없이 간청해 주시는 성모님도 계시고 그 분의 아드님 성자 예수님도 함께 계십니다.
우리의 삶이 아무리 고달프고 힘들더라도 외롭고
슬픈 일이 우리를 괴롭힌다 하더라도 무너지고 깨어지는
아픔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주님께 희망을 걸고 열심히 달려
나갈 수 있습니다.
2007년 새해를 맞이하여이 한해를 주님께 봉헌하며,
우리 모두 희망찬 내일을 향해 힘찬 출발을
하십시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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