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암 남사고는 조선 명종 때의 대철인이다. 어릴 때 한 도승을 만나 비술과 진결을 전해받고 도를 통했으며, 주역을 깊이 연구하여 천문, 지리, 관상에 통달했다. 그가 집필한『격암유록』은 우리 나라의 대표적 예언서 중의 하나이다.
‘이름 없는 하늘의 질병’이 지구촌을 엄습한다
“괴상한 기운으로 중한 병에 걸려 죽으니 울부짖는 소리가 연이어 그치지 않아 과연 말세로다. 이름 없는 괴질병은 하늘에서 내려준 재난인 것을, 그 병으로 앓아 죽는 시체가 산과 같이 쌓여 계곡을 메우니 어찌할 도리 없어라.”【92쪽】
이 괴병의 창궐은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었던 초유의 대환난으로, 격암 선생은 이로 인해 십 리를 지나가도 사람 하나보기가 힘들게 된다고 했다. 조상이 천이 있어도 자손은 하나 겨우 사는 비참한 운수라는 말도 함께 전하고 있다.
새문명의 시작은‘대한민국’에서
“천하의 문명이 간방에서 시작하니 동방예의지국인 조선땅에 서도 호남지방 전라도에서 천지의 도를 통하니 무극의 도라.”【91쪽】
“동방의 금수강산, 우리 조선에 천하의 새 기운이 돌아든다. 태고 이래 처음있는 무궁한 도법이 꽃피니, 무궁화 동산 조선은 세계의 중심으로 화하고, 세계 모든 백성의 부모나라가 되리라.”【91쪽】
이렇게 격암 선생은 곳곳에서 미래의 새 문명 건설을 주도하는 조선의 역할에 대해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모든 종교의 도맥이 끊어진다
격암은 모든 종교가 도맥이 단절되어 인간 구원의 능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되리라는 것을 다음과 같이 환히 내다보고 있었다.
하늘이 전해 준 도덕이 잊혀지고 없어지는 세상에 동서의 도와 교가 신선세상에서 만나리라. 말세를 당하여 유교·불교·선도에 어지러이 물들으니, 진정한 도는 찾을 길이 없고 문장은 쓸모없는 세상이라.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읽는 선비라 칭하는 자는 보고도 깨닫지 못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 아미타불을 염불하는 도승님네들, 말세를 당하여 어지럽게 물들어 진도(眞道)를 잃었으니 염불은 많이 외우나 다 소용 없는 때로다. 미륵불이 출세하나 어떤 인간이 깨닫는가! … 스스로 선도라 칭하여 주문을 외는 자는 때가 이르렀으나 이를 알지 못하니 한탄스럽기 그지없도다. 서학이 세운 도를 찬미하는 사람들과 조선 땅 안의 동학을 고수하는 도인들도 옛 것에 물들어 도를 잃으니 쓸모없는 인간이로다.
(天說道德忘失世, 東西道敎會仙境? 末世汨染儒佛仙, 無道文章無用世? 孔孟讀書稱士子, 見不覺無用人? 阿彌陀佛道僧任, 末世舊染失眞道, 念佛多誦無用日? 彌勒出世何人覺! … 自稱仙道呪文者, 時至不知恨歎? 西學立道讚美人, 海內東學守道人, 舊染失道無用人? 『格庵遺錄』 「精覺歌」)
그가 여기서 우리에게 들려 주고 있는 말세에 대한 소식은 무엇이겠는가?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종교들은 근본문제에 대한 가르침을 외면한 채, 지엽적인 문제만을 가지고 이단의 시비와 논쟁의 늪 속을 헤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이다. 머지않아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신세계가 열리는데, 세상 사람들은 묵은 관념에 사로잡혀 코앞에 닥친 큰 일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기존종교의 가르침이 과연 쓸데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이 땅에 오시는 미륵부처님의 출세소식을 전하면서, 소위 도를 꽤나 닦았다는 자들도 이 역사의 비의(秘意)를 전혀 모르고 있다고 탄식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 시대는 도를 제대로 닦기는 고사하고, 하늘이 열어준 도와 덕을 망각하고 파괴해 가는 비극의 시대라고 하면서 시대의 무지를 꾸짖고 있다.
또한 남사고는, 너무 지엽만 번성하여 진리의 핵심문제인 인간과 우주의 근본문제에 대해서는 무지하기 짝이 없는, 현대 학문세계의 흐름에 대해서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갈래갈래 뻗어나간 동서양의 학문도 바른 길을 알지 못하니 어찌 생명을 닦을 수 있으랴. 재생의 소식이 봄바람을 타고 오도다.
(枝枝葉葉東西學, 不知正道何修生? 再生消息春風來? 『格庵遺錄』 「精覺歌」)
그는 이미 400여 년 전에, 이 조선땅에 기독교가 전래될 것과 마지막 시대에 난무하는 4대 종교의 대세를 꿰뚫어 보면서, 기존 종교인의 편협성과 독선적 신앙 태도를 혹독하게 비판하고 있다.
공자와 맹자의 가르침을 읽는 선비들은 우물 안에서 하늘을 보는 격이며, 염불하는 스님들은 세속에 물들지 않았다고 장담하며 각기 삶과 죽음을 믿고 따르나, 진정한 도를 모르며 허송세월하고 지내니 한탄스럽네! 나라 밖의 하늘을 믿는 자들은 유아독존격으로 하느님을 믿으니 대복이 내려도 받지 못하리라. 우리 나라의 동도에서 주문을 외우는 자는 글월이 없이 도통한다고 주창하나 생사의 이치를 깨치지 못하여 ‘해원(解寃)’을 알지 못하니 쓸모없도다.
(孔孟士子坐井觀天, 念佛僧任, 不染塵世如言壯談, 各信生死從道不知, 虛送歲月恨歎! 海外信天先定人, 唯我獨尊信天任, 降大福不受?` 我東方道呪文者 無文道通主唱, 生死之理不覺 不知解寃無用? 『格庵遺錄』 「精覺歌」)
나를 살리는 것은 무엇이며, 죽이는 것은 무엇인가
근화조선에 서광이 비쳐 창생을 구하게 되니 영웅 군자는 동과 서로부터 신선들이 모이는 중에 있다오. 도탄에 빠진 백성들은 급히 커다란 꿈에서 깨어나오. 머지 않은 장래, 바로 눈 앞에 화가 있다오.
(槿花朝鮮 瑞光濟蒼生, 英雄君子 自西自東集合仙中矣? 塗炭百姓急覺大夢, 不遠將來目前之禍矣? 『格庵遺錄』 「末運論」)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공포의 대왕을, 동시대의 인물로 동양의 노스트라다무스라 할 수 있는 남사고 선생은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있다.
나를 살리는 것은 무엇인가. 도를 닦는 것[修道]이 그것이라. 나를 죽이는 것은 누구인가. 소두무족이 그것이라. 나를 해치는 자는 누구인가. 짐승과 비슷하나 짐승이 아닌 것이 그것이니 혼란한 세상에서 나를 노예 만드는 자라. 늦게 짐승의 무리에서 빠져나온 자는 위험에 액이 더 가해지고, 만물의 영장으로서 윤리를 잃고 짐승의 길을 가는 자는 반드시 죽는도다.
(活我者誰, 三人一夕? 殺我者誰, 小頭無足? 害我者誰, 似獸非獸? 亂國之奴隸, 遲脫獸群者危之加厄, 萬物之靈 失倫獸從者必死? 『格庵遺錄』 「末運論」)
천지의 정수를 돌돌 말고 태어난 거룩한 인간으로서 윤리도덕을 저버리고 짐승의 길을 가는 것은, 장차 이 세상을 통째로 쓰러뜨릴 거센 화액의 소용돌이에 빠지는 일을 자초하는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은 오직 새 시대의 새 진리를 잘 닦으며 수도하는 길뿐이요, 인류를 모두 죽이는 것은 ‘소두무족’, 즉 ‘작은 머리에 다리가 없는 것’이라 하였다. 노스트라다무스가 ‘공포의 대왕’으로 말했던 이 소두무족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는 후세인들이 알기 쉽도록, 소두무족의 정체를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일러주며 훈계까지 곁들이고 있다.
날아다니는 불은 도인을 찾아와서는 들어오지 못한다네. 해와 달이 빛을 잃고 별과 우박이 떨어지니 만 개의 산과 만 개의 바위로 갑옷을 만들어 몸을 보호하는구나. 사람과 비슷하나 사람이 아닌 하늘의 신이 내려오니 하늘불을 아는 자는 살게 되리라. 음귀가 발동하는 것을 좇는 자는 죽음을 면치 못하며, 구원의 도를 닦지 못하여 귀신이 혼을 빼가는 병을 알지 못하는 자는 망하게 되는구나.
(飛火不入道人尋? 日月無光星落雹, 山萬岩萬掩身甲? 似人不人天神降, 六角八人知者生? 陰鬼發動從者死, 無道病鬼不知亡? 『格庵遺錄』 「末運論」)
이 구절을 잘 살펴보면 그가 공포의 대왕을 ‘날아다니는 불’로, 또는 그것은 하늘에서 오는 것이라 하여 ‘하늘불’이라 표현하고, 이를 구체적으로 사람과 비슷하나 분명히 사람이 아닌 ‘하늘의 신’이라고 하였다. 즉, 남사고의 예언을 통해서도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공포의 대왕은 천상 영계의 신으로서, 인간의 혼을 빼가는 알 수 없는 괴병으로 인류의 생사를 심판하는 장본인인 괴질의 주재자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해와 달이 빛을 잃어버리고 어두운 안개가 하늘을 덮는구나. 예전에 찾아볼 수 없는 대천재로 하늘이 변하고 땅이 흔들리며 불이 날아다니다가 땅에 떨어진다. 삼재팔란*이 함께 일어나는 이 때에 세상사람들아, 그대들은 때를 알고 있는가. 삼 년 동안 흉년이 들고 이 년 동안 질병이 도는데 돌림병이 세계의 만국에 퍼지는 때에 토사와 천식의 질병, 흑사병, 피를 말리는 이름없는 하늘의 질병으로 아침에 살아 있던 사람도 저녁에는 죽어 있으니 열 가구에 한 집이나 살아날까.
(日月無光塵霧漲天! 罕古無今大天災로 天邊地震飛火落地? 三災八亂幷起時에 時를아노 世人들아! 三年之凶二年之疾 流行溫疫萬國時에 吐瀉之病喘息之疾 黑死枯血無名天疾, 朝生暮死十戶餘一? 『格庵遺錄』 「歌辭總論」)
이러한 괴병의 창궐은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었던 초유의 대환난으로서, 천지의 대이변을 동반하면서 일어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한 하늘과 땅의 크나큰 변화는 앞서 살펴본 노스트라다무스의 이야기와 그 내용이 동일하다. 격암은 천지기운의 변화운동으로 지상에서는 괴이한 기운이 돌아, 3년간의 흉년과 2년간의 괴질이 전세계의 모든 나라에 엄습할 것을 예고하면서, 이 괴병은 인간의 지혜로는 도저히 알 수 없는 ‘이름 없는 하늘의 질병’이라고 하였다.
세계구원의 절대자는 ‘서신사명(西神司命)’으로 오신다
소두무족으로 불이 땅에 떨어지는 혼돈한 세상이라. 천하가 모여드는 세상을 당하여, 천 명의 조상에 자손 하나가 사는 이치라 슬프도다. … 소두무족으로 나는 불이 땅에 떨어지는 가운데로 하늘의 신병에 의지하여 밀실에 은거하니 하늘을 흔드는 세력을 가진 마귀가 스스로 주저주저 하는구나. 세 성인(공자·석가·예수)이 복없음을 한탄하고 있는 줄을 모르나니, 이 때의 운은 서신사명(西神司命)이 맡았으니 저 도적의 세력이 애처롭기 짝이 없구나.
(小頭無足, 飛火落地, 混沌之世? 天下聚合此世界, 千祖一孫袁嗟乎! … 小頭無足, 飛火落地, 隱居密室依天兵, 才欣天勢魔自躊?? 不知三聖無福歎, 此運西之心, 彼賊之勢袁悽然? 『格庵遺錄』 「末運論」)
천상에 계신 천 명의 조상 가운데 지상 자손은 한 명 정도밖에는 살아 남지 못하게 된다고 선언한다. 구원의 확률이 얼마나 희소한가를 절감할 수 있다. 격암 선생은 이 소두무족을, 하늘을 흔드는 세력을 쥐고 있는 마귀들까지도 섬뜩 놀라게 하는 ‘날아다니는 죽음의 불’로 묘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불로 묘사하고 있는 것일까? 서양의 노스트라다무스는 인류의 생사를 심판하는 무서운 존재를 ‘공포의 대왕’으로 묘사했고, 격암 선생은 ‘소두무족’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데, 앞의 내용을 잘 읽어보면 이 신비한 존재의 정체는 천병(天兵), 즉 하늘의 신병(神兵)임을 알 수 있다. 이 신병들은 천지에 가득찬 불[火]기운을 받아 활동하기 때문에 화신(火神)이라고도 한다. 신병에 대한 보다 상세한 내용은 뒷편의 말씀에서 알게 될 것이다.
허화(虛火)가 난동하나 철을 알지 못하니,초판3:201 천지가 흔들림에 울음소리가 넘치도다.(虛火亂動節不知, 天地震動舞哭聲? 『格庵遺錄』 「隱秘歌」)
그런데 지상의 죄악을 판결하는 소두무족의 심판이 얼마나 가혹하고 엄청나길래, 천상의 석가나, 공자, 예수까지도 한숨짓는다고 하였을까? 수없이 많은 사람이 쳐넘어가는 극한 상황에서 우리가 구원받을 수 있는 길은 정녕 없는 것일까?
노스트라다무스는 구원의 절대자를 신화적인 비유로 이야기하였지만, 남사고는 인류구원의 대명제를 쥐고 계신 분에 대한 소식을 동양의 우주원리로 명쾌하게 전해 주고 있다. ‘차운서지심(此運西之心)’이라는 구절의 ‘서지심(西之心)’, 곧 ‘서신사명(西神司命)’이 바로 핵심적인 구원의 메시지이다. 서지심(西之心)이란 생명의 구원섭리를 우주 원리로 표현한 것이며, 서신(西神)은 세상을 보편적으로 구원해 주시기 위해 이 땅에 강세하시는, 인격신이신 우주의 주재자 상제님(하느님)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서신’이라는 말은 조금은 낯선 단어이지만, 대단히 심오한 우주 개벽의 법도와 세계구원의 비밀을 일러 주고 있는 말이다. 즉, 서신은 가을개벽의 주제요 결론에 해당되는 말인 것이다.
구도하러 깊은 산중에 들어가지 말라
궁을(弓乙) 사이의 십승지를 찾으려 하는가. 산을 넘나들며 산 속에서 찾으려 하지 말고 마음 가운데서 찾아보오. 지리 십승에 들어가지 말 것이니 나를 죽이는 것이 십승일세. … 입산하는 자는 반드시 죽건만 어찌 산 속에서 찾는단 말인가. 산에 가까이 가지 말 것을 재삼 간절히 충고하는 것이니 산이 춤추고 독한 안개가 자욱하여 많은 사람이 죽을 것이로다.
(弓乙之間十勝地를 諸山之中넘나들며 不求山中찾지말고 三峯山下半月船坮 極求心中찾어보소 地理十處不入하라 殺我者가 十勝일세? 白轉身이 必死언만 諸山中에 찻단말가 山不近이 丁寧으로 山嵐毒霧多死로다? 『格庵遺錄』 「十勝論」)
오늘도 속세를 정리하고 한 가지 커다란 의문을 손에 쥔 채 산을 찾아 나서는 구도(求道)의 등반대가 줄을 잇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그들은 좀처럼 풀리지 않는 삶의 근본문제에 대한 해답을 얻어내기 위해 인생의 모든 것을 걸고 산으로 퇴수(退修)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왜 이 위대한 철인 예언자는 세인들에게 도 닦으러 입산(入山)하지 말라며 재삼 재사 간절히 충고하고 있는 것일까? 흔히 세상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천지가 요동치면 산이 붕괴될 위험이 있으니까 오지(奧地)로 들어가지 말라는 것일까?
여기에는 우리의 생각이 미치기 어려운 개벽의 구원의 비밀이 담겨 있다. 이 문제는 하권에서 구체적으로 해명될 것이지만,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제는 산 속이 아니라, 가정이 가장 기본적인 수도장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남사고 선생은 대환난의 때가 닥치면, 입산한 자는 ‘반드시 죽는다’고 경고하고 있다. 혹자는 수백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국의 십대 명소(十勝地)를 피난지로 들먹이며 애숭이 수도자들을 유혹해 왔으나, 그 곳은 피난의 명소가 아니라 가장 포근한 죽음의 명당이라는 것이니, 세상사에 염증을 느끼며 산으로만 쏘다니는 자들은 가슴 깊이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하산(下山)을 해야 할 때
문장호걸과 영웅재사들은 불우한 세월에 잠을 깰 때요. 입산하여 도를 구하는 저 군자들이여, 산문(山門)이 어느 세월에 열릴런고. 아미타불을 염불하는 스님들이여, 흉함을 피하고 길함을 얻으려면 하산을 해야 할 때이니 그때의 물정과 문리를 살펴서 생사를 보아 거래하도록 하소.
… 천문지리(天文地理)에 통달한 선비들도 때를 당한 말을 알지 못하면 달사(達士)가 아니요, 각국을 유람하여 널리 아는 철인들도 때가 온 것을 알지 못하면 철인이 아니요, 영웅호걸이 제 자랑을 하나 농사때를 모르면 농사지을 힘이 부족하게 되리라. 우매한 사내와 우매한 여인들도 때가 온 것을 알게 되면 영웅(英雄)이요, 고관대작 호걸들도 때가 온 것을 알면 걸사(傑士)라네. 춘정(春情)에 잠이 들어 한 꿈을 깨들이니 소울음 소리[牛鳴聲]가 낭자하더라.
(文章豪傑英雄之才 不遇歲月 잠깰 때요? 入山訪道 저 君子들 山門 열 일 何歲月고? 阿彌陀佛念佛僧道避凶推吉下山時라 時物文理 잘살펴서 生死보아 去來하소? … 天文地理達士덜도 時言不知非達士요 各國遊覽博識哲人 時至不知非哲이요 英雄豪傑 제藉浪도 方農時를 不知하면 農事力이 不足이라? 愚夫愚女氓?人도 知時來이 英雄이요 高官大爵豪傑들도 知時來이 傑士라네 春情에 잠을들어 一夢을 깨들이니 牛鳴聲이 낭자로다? 『格庵遺錄』 「格庵歌辭」)
미륵불이 인간으로 출세하신다
미륵불(彌勒佛)이 출현컨만 유·불·선이 부패(腐敗)하여 아는 군자 누구인가. 삭발하고 하늘을 모시는 스님이 되신 분네들이여, 관세음보살이 그 누구인가. 하늘 주인을 모시는 보살을 깨닫지 못하고 미륵불을 제 알쏜가. 아미타불 불도인들 팔만경전 공부하여 극락간단 말은 하나 가는 길이 희미하고, 서학에 입도한 천당인(天堂人)들 천당 말은 참 좋으나 구만장천 멀고 머니 일평생엔 다 못가고, 영가시조(詠歌時調) 유사(儒士)들은 오륜삼강이 바른 사람의 도리이나 거만방자 시기질투 음사욕정뿐일러라.
사람의 도리를 가르친 유교와 땅의 도리를 가르친 불도가 ‘해 저무는 운’을 맡은 고로 상극의 이치를 나타낸 낙서의 기운이 혼미한 중에, 안개 속을 방황하며 길을 잃는 이치로서 유교·불교·선도의 냇물이 각각 파벌로 나누어져 서로 이기고 서로 이익된다 말하지만, 천당인지 극락인지 피차일반 다 못하고 평생수도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일세. 춘말하초 사월천(春末夏初 四月天)을 당코 보니 허사로다.
(彌勒佛이 出現컨만 儒佛仙이 腐敗하야 아는 君子 누구누구? 削髮爲僧侍主님네 ㄴ?世音菩薩 게누군고? 侍主菩薩不覺하고 彌勒佛을 제알손가? 阿彌陀佛佛道人들 八萬經卷工夫하야 極樂간단말은하나 가난길이 希微하고 西學入道天堂人들 天堂말은 참조으나 九萬長天 멀고머니 一平生엔 다못가고 詠歌詩調儒士들은 五倫三綱正人道나 倨?放恣猜忌疾妬 淫邪情欲?일러라? 人道儒와 地道佛이 日落之運 맡은故로 洛書夜運昏衢中에 彷徨霧中失路로서 儒佛仙이 各分派로 相勝相利 말하지만 天堂인지 極樂인지 彼此一般 다못하고 平生修道十年工夫 ??阿彌陀佛일세? 春末夏初四月天을 당코보니 다虛事라? 『格庵遺錄』 「歌辭總論」)
인생과 우주변화의 원리인 주역에 통달한 철인 격암 선생은, 인간세상의 어떠한 부패보다도 종교의 부패를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근본적인 문제들은 그대로 남겨 놓고 천당과 극락의 환상만을 요란하게 선전하고 있는 기성종교는, 환난의 그 순간까지 헛된 가르침을 고집하며 구원의 길에서 더욱 멀어져 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기성종교의 빛바랜 가르침은, 최후의 기점에 처한 오늘의 이 아픈 상황을 치유하는 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여기서 온 인류에게 새 시대의 새 진리를 베풀어주실 미륵부처님께서 친히 강세하시리라는 위대한 생명의 소식을 전해 주고 있다.
기성종교인들은 가슴 깊은 곳에 믿음과 순진한 소망을 고이고이 간직하고 살아가지만,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최후의 해의) 봄이 끝나고 여름에 접어들 무렵이 되면 이들의 가공(架空)의 신앙은 그 두터운 껍질이 여지없이 부서지고 말 것이라 경고한다. 그러나 남사고는 아쉽게도 4월에 대한 어떠한 원리적인 이야기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인류문화를 개벽하여 세계를 구원할 생명의 도(道)는 어디에
인간 구원의 명제는 영원히 종교가 쥐고 있다. 인간의 궁극적인 구원은 어떠한 철학이나 정치의 제도에도, 또 황금의 돈보따리에도 결코 있지 않다. 비정한 역사의 신(神)은 또다시 진리의 혁명을 시대의 정신에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도와 교가 제 나름대로 주장하지만 신앙혁명이 이루어짐을 알지 못하는도다. 어떻게 깨치지 못하고 난세에 살 수 있으랴. 하늘이 위대한 도를 내려주는 시대가 바로 지금이라. 도를 따라 하나로 합쳐 해원을 알지라.
(道道敎敎獨主張, 信仰革命不知, 何不覺而亂世生! 天降大道此時代, 從道合一解寃知? 『格庵遺錄』 「精覺歌」)
그는 이처럼 모든 종교의 진리가 허물을 벗게 되는 개벽의 실상을 알 때, 이 난세에 살아 남을 수 있는 길이 확고하게 열린다고 하였다. 또한 이 희세의 철인예언가는 유불선이 합일된 대도가 천하의 으뜸이 된다고 하면서(儒佛仙合一之道, 天下之宗也? 『格庵遺錄』 「道下止」), 인류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어 주는 해원(解寃)의 이치를 알라고 하였다. 즉, 오늘 이 시대의 진정한 구원이란 모든 인간의 가슴 깊은 곳에 응어리져 있는 원한을 남김 없이 씻어 줄 수 있는 대도(大道)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구원의 진리는 언제 어디서 출현하게 된다는 것일까? 이 문제는 인류의 생사문제와 직결되어 있으므로 좀 더 신중하게 살펴보기로 한다.
천 마리의 닭 중에 한 마리의 봉황(鳳凰)이 있으니 어느 성인(聖人)이 진정한 성인인가. 진짜 성인 한 사람을 알려거든 ‘소울음 소리’가 있는 곳을 찾아드소.
(千鷄之中有一鳳에 어느聖이 眞聖인고? 眞聖一人알랴거든 牛聲入中차자들소? 『格庵遺錄』 「松家田」)
이 구원의 성자는 분명히 사람으로 올 것이라 말하고 있다. 그리고 격암은 여기에서 다시 한 가지의 암시를 되풀이하며 ‘소울음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라고 하였다. 그가 거듭 강조하고 있는 소울음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성(牛性)은 소울음 소리가 나는 들에 있도다. 생명을 추수하는 심판의 날에 해인의 역사가 없을 수 없으니, 중생은 겁기를 벗어 버리고 변화된 몸으로 탈바꿈하는구나.
(牛性在野牛鳴聲? 人生秋收審判日, 海印役事能不無, 脫劫衆生變化身? 『格庵遺錄』 「石井水」)
우리는 여기에서 ‘소울음 소리’가 사람을 추수하는 대개벽의 심판일에 역사(役事)하는 해인의 조화와도 깊은 관계가 있는, 인류구원의 비밀을 푸는 핵심 열쇠임을 알 수 있다.
여자 성씨로 오시는 하느님 ( 姜 . 安 )
각각의 나라가 빛을 보고 벌나비같이 찾아온다. 천하만방에 해가 비치는 때라. 이 때는 천지가 뒤집어지는 시대이니 하느님이 사람으로 내려오는 때인데 어찌 영원한 생명이 있음을 모르는가. 가지와 이파리같이 뻗어나간 도를 합하는 운이라. 이 때는 여자를 품은 사람이 운을 받는다. 한 조상에 열 자손이 살게 되고 도와 교는 모두모두 합해지니 이것이 곧 십승이라. 하나의 도로써 통일되니 모든 사람들이 화합하고 덕이 있는 마음이 화합을 낳으니 도가 없으면 멸망하느니라.
(列邦蝶蝴見光來? 天下萬邦日射時? 天地反覆此時代, 天降在人此時代, 豈何不知三人日! 東西合運枝葉道? 此運得受女子人? 一祖十孫人人活, 道道敎敎合十勝? 一道合而人人合, 德心生合無道滅? 『格庵遺錄』 「末運論」)
실제로 천지의 변국기가 당도하여 세계사의 주도권이 뒤바뀔 때에는, 구원의 나라를 향하여 세계 만방의 지도자를 비롯한 온 인류가 벌나비같이 모여든다고 하였다. 지상의 생명들이 오늘날처럼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받고 애처로운 한을 머금으며 살던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사람들은 이렇게 깊은 한을 안고 있으면서도 가슴 한구석에서는 한결같이 희망의 빛을 고대하며 끈끈한 생명을 영위해 나간다.
그런데 진실로 중요한 것은, 세상의 모든 한을 풀어 주시는 천상의 절대자는 천지의 운행질서가 뒤바뀌는 전환기에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강세하신다는 것이다. 이 절대자는 ‘성씨에 여자를 품고 오신다’고 하였는데, 바로 이 분의 대도에 의해 무성하게 뻗어나간 세상의 모든 종교 진리가 통일되어 인류는 한 마음으로 화합하며, 모든 꿈과 소망이 현실에서 함께 성취되는 이상세계가 열리게 된다. 격암은 이러한 영원한 삶에 대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라고 신신당부하고 있다.
하느님이 인간으로 오신다는 말은, 이제까지의 성자시대라는 구원의 한 시대가 끝나고, 아버지가 직접 내려오시는 성부시대가 전개된다는 뜻이다. 그리고 앞서 이미 언급한 십승(十勝)의 진정한 의미도 다름아닌 십무극(十無極) 기운을 몰고 오시는 우주 절대자의 가르침을 말하는 것이다.
마지막 구절에서는, 인간역사의 물결은 도(道)의 흐름을 타고 진행되어 나가는 것이며, 역사의 변국과 새 시대를 향한 대전환도 도의 흐름을 타고 이루어진다고 하였다.
‘하느님’은 우주를 통치하시는 상제님이다
고통의 바다에 빠진 중생(衆生)들이여 빨리 오소. 소리도 없고 냄새도 없는 ‘상제(上帝)님’이 후박간에 다 오라네. 부를 적에 속히 오소. 때 늦어져서는 후회하고 통탄하리니 일가친척 부모형제 손목잡고 같이 오소. 우리 주님 강림할 제 영접해야 아니되나
… 태고시황 꿈을 꾸던 불로초와 불사약이 무도대병 걸린 자들 만병회춘 시키려고 편만조야 내릴 때도 궁을(弓乙) 외에는 구하지 못하는도다. 동해삼신 불사약은 삼대에 걸쳐 덕을 쌓은 집 외에는 사람의 힘으로 구하지 못한다네.초판6:12 지성감천(至誠感天)으로 구하게나. 산의 마귀와 바다 귀신은 숨어들고 만다네.
(苦海衆生 빨리오소 無聲無臭上帝님은 厚薄間에 다오라네? 부를적에 속히오소 晩時後悔痛嘆하리 一家親戚父母兄弟 손목잡고 갓치오소? 우리주님 강님할제 영접해야 안이되나 … 太古始皇 꿈을 꾸던 不老草와 不死藥이 無道大病 걸인者들 萬病回春 시키랴고 편만조야 나릴때도 弓乙外는 不求로세? 東海三神不死藥은 三代積德之家外는 人力으로 不求라네? 至誠感天求한다네 山魔海鬼 은장된다? 『格庵遺錄』 「弓乙圖歌」)
남사고는 왜 앞에서 미륵불께서 출세하시리라 해놓고서 다시 이 때는 하느님께서 사람으로 오시는 때라 하였으며, 또 지금은 상제님께서 머지않아 오신다 하고, 그러면서 “우리 주님 강림할 제 영접해야 아니되나”라고 말하는 것일까? 왜 그는 후세에 인간 구원에 대한 중대한 메시지를 알리는 이 고귀한 문장에서 메시아의 여러 호칭을 나열하고 있는 것일까? 미륵부처님과 하느님, 그리고 상제님과 천주님은 모두 다른 분이라 그러한 것일까?
오늘의 종교가 안고 있는 비극적인 희극 한 토막을 소개할까 한다. 이미 기억의 영상 속에서 아른거리는 옛 이야기가 되었지만, 나의 구도 생활 초창기 때, 기독교의 정규 대학과정을 마치고 비교종교학도 자칭 깊이있게 연구하였다는 전도사 출신의 지성미 흐르는 노년의 여성과, 불교신자로서 기독교에도 대단히 박식한 분이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구원관에 대해 실로 뜨거운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그들이 장장 다섯 시간이 넘도록 벌인 열렬한 논쟁은, 최소한 예수님과 미륵부처님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오실 것이라는 놀라운 결론으로 끝을 맺었다. 어쩌면 이것은 오늘날 모든 종교인들이 가진 구원의 주재자에 대한 사고방식의 대표적인 타협안인지도 모른다.
상제님의 말씀책을 만나야 인생과 세계문제가 모두 풀린다
상제님의 말씀이 담긴 성스러운 진리의 책은 생사의 이치를 밝히고 말씀으로 심판하도다. 소리없고 냄새없고 별 맛이 없으면서도 대자대비하고 만물을 사랑하시니 한 사람의 생명이 우주보다 귀하도다. 지혜가 있고 먼저 깨친 자들이 합하고 합하여 사람들을 근본자리로 돌아오게 하고 도성덕립시키나 사람들이 이를 깨치지 못하니 한심하도다.
(上帝豫言聖眞經, 生死其理明言判? 無聲無臭別無味, 大慈大悲博愛萬物一人生命貴宇宙? 有智先覺合之合人人還本, 道成德立人人不覺寒心? 『格庵遺錄』 「精覺歌」)
우주의 진리가 하나이기 때문에, 비록 표현방식은 다를지라도 모든 종교의 근본 진리자리도 하나이다. 상제님, 미륵부처님, 하느님, 천주님 등의 호칭은 유·불·선·기독교에서 그 동안 전해 준 절대자에 대한 대명사일 뿐이다. 마치 자기를 낳아주신 분을 한국에서는 ‘아버지’라 부르지만, 영어로는 ‘파더(father)’라고 부르는 것과 똑같은 이치이다. 만약에 이 분들이 모두 서로 다른 분들로서 나름대로의 힘과 권능으로 동시에 지상에 내려온다면, 각 종교의 신자들이 벌이게 될 일은 실로 가관일 것이다. 분파된 천국 건설의 시합은 빠를지 몰라도, 인류역사는 더 비극적인 상처투성이의 분열만이 이어질 것이다.
한 사람의 생명을 우주만큼 여기는 상제님의 말씀 내용은 과연 어떤 것일까? 예언시를 쓴 격암은, 그 때가 이미 와 있어도 이를 전혀 깨치지 못하고 하루하루를 문제의식 없이 살아가는 세상사람들이 너무도 안타깝다고 탄식하고 있다.
인류 문명의 새로운 시작은 동북간방(艮方)에서
천하의 문명이 간방에서 시작하니, 동방예의지국인 조선땅에서도 호남지방 전라도에서 천지의 도를 통하니 무극의 도라. … 도를 찾는 군자, 그리고 수도인들아, 계룡산을 찾는다는 말인가. 세상사가 한심하구나.
(天下文明始於艮에 禮義東方湖南으로 人王四維全羅道를 道通天地無形外라? … 訪道君子修道人아 地鷄龍만 찾단말가 寒心하다? 『格庵遺錄』 「聖運論」)
노스트라다무스는, ‘구원의 거룩한 무리들이 동방으로부터 출현한다’고 하였다. 격암은 이에 대한 해답을, ‘새 문명이 동북의 간방에서 시작된다’고 역학의 원리로 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 동북방에서도 조선, 그 중에서도 전라도에서 인류역사 초유의 무극대도가 출현한다는 것이다. 격암은 또한, 조선 500년 동안 전해 내려온 계룡산의 정씨 왕국에 대한 전설이 모두 허사가 될 것이니, 그에 대한 허망한 꿈에서 깨어나라고 경계하고 있다.
동방의 금수강산, 우리 조선에 천하의 새 기운이 돌아든다. 태고 이래 처음있는 무궁한 도법이 꽃피니, 무궁화 동산 조선은 세계의 중심으로 화하고, 세계 모든 백성의 부모나라가 되리라.
(錦繡江山我東方, 天下聚氣運回鮮? 太古以後初樂道, 始發中原槿花鮮, 列邦諸民父母國? 『格庵遺錄』 「末運歌」)
오늘의 현실에서 볼 때 세계의 역사가 한국에서 새 출발을 한다는 이 경이적인 소식이 허황된 소리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격암은 곳곳에서 미래의 새 문명 건설을 주도하는 조선의 역할에 대해 상세하게 전하고 있다.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구원의 장대는 ‘해인(海印)’이다
하늘에서 불이 날아 떨어져 인간을 태우니 십 리를 지나가도 한 사람 보기가 힘들구나. 방이 열 개 있어도 그 안에 한 사람도 없고 한 구획을 돌아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도다.
… 귀신 신장들이 날아다니며 불을 떨어뜨리니 조상이 천이 있어도 자손은 하나 겨우 사는 비참한 운수로다. 괴상한 기운으로 중한 병에 걸려 죽으니 울부짖는 소리가 연이어 그치지 않아 과연 말세로다. 이름 없는 괴질병은 하늘에서 내려준 재난인 것을, 그 병으로 앓아 죽는 시체가 산과 같이 쌓여 계곡을 메우니 어찌할 도리 없어라.
(天火飛落燒人間에 十里一人難不覓이라? 十室之內無一人에 一境之內亦無一人? … 小頭無足飛火落에 千祖一孫極悲運을 怪氣陰毒重病死로 哭聲相接末世로다? 無名急疾天降災에 水昇火降모르오니 積尸如山毒疾死로 塡於溝壑無道理? 『格庵遺錄』 「末中運」)
노스트라다무스가 말한 공포의 대왕은 천상의 신장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황금의 사투르누스가 쇠로 변할 때 모든 생명을 절멸시키는 레이포즈’는, 남사고 선생이 여기서 해명해 주고 있는 바와 같이 천지기운이 변화하여 다른 차원의 운동을 하는 ‘괴상한 기운’을 말하며, 이 불기운[火氣]을 타고 인간심판에 역사하는 화신(火神)들을 가리키기도 한다.
노스트라다무스는 ‘이 괴병이 너무도 무서워 젊은이나 늙은이 할 것 없이 모두 피해 갈 수 없다’고 하였다. 격암 선생도 이 상황을 ‘십리 길에 사람 한 명 보기도 힘들다’고 하였으니, 그 가공스럽고 엄청난 충격을 가히 짐작할 수 있으리라. 이 이름없는 비참한 괴질병이 세상을 휩쓸어 버릴 때에 세상 사람을 살리는 구원의 극비(極秘)를, 노스트라다무스는 ‘그의 장대’로, 격암은 ‘해인(海印)의 조화’로 전하고 있다.
산을 뒤엎고 바다를 옮기는 해인을 용사하여 마음대로 해인을 써 왕래하면서, 무위이화의 자연스런 이법으로 백발의 늙은 몸을 가진 쓸모 없는 자가 신선의 풍모를 지닌 소년이 되며, 늙지 않고 쇠약해지지 않는 영원한 생명을 가지니 극락의 꿈이 아닐런가! 병을 골수에 가지고 있던 불구자도, 죽었던 자도 다시 생명을 얻어 소생하니 과연 ‘불가사의한 해인’이로구나.
(倒山移海海印用事 任意用之往來하며 無爲理化自然으로 白髮老軀無用者가 仙風道骨更少年에 二八靑春 妙한 態度 不老不衰永春化로 極樂長春一夢인가! 病人骨髓不具者가 北邙山川閑臥人도 死者回春甦生하니 不可思議海印일세? 『格庵遺錄』 「桃符神人」)
왜 ‘바다 해(海)’, ‘도장 인(印)’자를 썼을까? 이제까지 여러 종교에서 주장해 온 것처럼, 해인은 실물이 아닌 무형의 조화를 말하는 것일까? 하지만 노스트라다무스나 격암의 이야기만 들어 보아도 절대로 무형은 아니다. 격암은 해인을 조화와 권능의 상징으로 거듭 강조하면서, 천상에 계시는 조상들이 지상의 자손들이 괴병을 물리치고 생명을 소생시키는 해인의 불가사의한 조화를 알지 못하고 있을까 탄식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먼저 돌아가신 조상님과 부모님의 영혼(靈魂)이 다시 살아서 상봉(相逢)하리라. 빈천하고 곤궁하고 힘없는 자들아, 정신 차려서 해인(海印)을 알도록 할지라. 무궁조화가 한량이 없도다. 너의 선령 조상신명들은 너희가 해인을 알지 못할까 탄식하고 있도다.
(저의先塋 父母靈魂 다시사라 相逢하리? 貧賤困窮無勢者야 精神차려 海印알소 무궁조화 한량업네? 너희 先영 신명덜은 不知일가 탄식이라? 『格庵遺錄』 「格庵歌辭」)
신들과 인간 대개벽의 날, 인류구원의 사자들은 누구인가
영웅호걸과 현인군자 대관대작 부귀자는 도매금에 넘어가리니 아래에서 위로 구원이 미치는 이치로서 소울음 소리를 내는 자가 먼저 살 수 있으리라.(영웅호걸 현인군자 대관대작 부귀자야 도매금에 너머가리 自下달上理치로서 우명자가 先來로다? 『格庵遺錄』 「格庵歌辭」)
그는 세계구원의 커트라인을 이렇게 단호하게 잘라 말하고 있다. 구원의 거대한 그물에 걸리게 되는 계층은 억압받는 민중이라는 것이다. 왜 그런 것일까? 우주의 진리는 현세의 소위 잘나간다는 자들을 미워해서 그런 것일까? 단연코 그건 아닐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그의 해답은 인생의 하층으로부터 상층으로 향하는 이치로써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도 우주의 절대적인 구원의 섭리가 작용하고 있다.
그리고 이 구절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소울음 소리를 내는 자가 먼저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치야도래의 일’을 알지라 하였고, 거듭 반복하여 ‘소울음 소리를 내라’ 하였는데, 여기에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한 구원의 비밀이 담겨 있음을 감지할 수 있다.
세상 사람들이 그 때를 알지 못하여 많이도 죽고, 귀신도 덩달아 많이 죽는구나. 혼은 떠나가니 이제까지 살아 온 인생이 한심스럽도다.(世人不知接戰時, 多死多死鬼多死? 魂去人生?心事? 『格庵遺錄』 「隱秘歌」)
마지막 대변국은 지상의 인간뿐만 아니라 천상 영계의 귀신들도 심판받아 죽어 넘어간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남사고가 들려 주고 있는 천지의 변국은 노스트라다무스의 말과 같이, 천상의 영계에서 살고 있는 조상들과 지상에서 살고 있는 인간 자손들의 이중 심판임을 명백히 알 수 있다.
백보좌 신판(神判)은 곧 서신사명을 뜻한다
죽음이 끝나고 삶이 시작되는 때가 바로 이때로다. 어두운 시대는 지나가고 밝은 세상이 오는 신선의 운에는 백보좌의 신의 심판이 있도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라’고 하였으니, 걷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행실을 단정히 하라. 선천의 성인이 예언한 것을 밝게 보아라. 하늘에 거역하는 자는 망하리라.
(死末生初此時로다? 陽來陰退仙運에는 白寶座의 神判이라? 非禮勿視非禮勿聽 行住坐臥端正하소? 先聖豫言明示하라 逆天者는 亡하리라? 『格庵遺錄』 「聖運論」)
지금은 낡은 운을 끝맺고 새로운 시대가 시작되려는 전환점에 와 있다. 격암이 미래시대를 신선의 운이라 한 것처럼, 앞으로 펼쳐지는 인류의 미래는 불로장생의 신선 문명시대이다. 그러면 이러한 지상낙원을 펼치기 위해 지금의 죽음의 문명을 근본에서부터 개벽시키는 ‘백보좌의 신판(白寶座 神判)’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여기에서 보좌란 천상에서 최고의 권능을 가지신 절대자(하느님)의 성소를 의미한다.
그런데 그 절대자가 앉으신 천상궁궐의 보좌의 색을 왜 백색(白色)으로 나타내었는가? 또한 흔히 쓰는 ‘심판(審判)’이라는 말 대신 왜 ‘신판(神判)’이라고 했을까? 동양의 우주원리로 볼 때 이는 대단히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는, 성경의 백보좌 심판보다 더욱 구체적이며 우주원리적인 표현이다.
이에 대한 신비는 백보좌의 신(神)을 알게 되면 자연히 풀리게 된다. ‘백보좌의 신’이란 지상의 인간문제를 최종 결론지으시는 우주의 최고 대권자를 역(易)의 원리로 표현한 말이다. 또한 이 분은 이미 앞에서 살펴본 바 있는 서신(西神)을 가리키기도 한다. 서신은 서쪽에 계신 신(神)이라는 뜻이 결코 아니다. 앞서도 언급했지만 오행원리로 볼 때에, 생명의 수렴(收斂)과 결실(성숙) 기운을 상징하는 ‘금(金)’은 계절로는 가을, 방위로는 서쪽, 색채로는 백색에 해당된다. 그러므로 생명의 추수신인 ‘서신(西神)’을 ‘금신(金神)’이라고도 하며 또한 ‘백보좌의 신(神)’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백보좌의 신은 곧 서신(西神)으로서, 이 분은 가을천지의 조화기운으로 인간과 천상의 신명(神明)을 추수하시는 구원의 절대자가 되는 것이다.
가을의 선경문화
그러면 백보좌의 신판으로 열리는 미래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노스트라다무스는 개벽 후의 세계에 대해서는 별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남사고는 큰 환난을 극복하고 살아 남은 인류는 모두 새 사람으로 환골탈태(換骨奪胎)되어 선인(仙人)의 경지에까지 이른다는 새 문명의 모습을 전해 주고 있다.
사람마다 모두 도를 통하여 빼어난 경지에 다다르니, 이 세상은 맑고 투명한 유리세계로 되는구나. 태양은 쉼없이 광명기운을 뿜어내고 달도 이지러지지 않으니, 주야를 불문하고 항시 일월의 광명이 가득하도다. … 사람들은 근심 걱정이 전혀 없고, 불로불사의 영춘(永春)에서 살아가는도다.(人身通秀琉璃界? 日光無落月無虧, 不分晝夜恒日月, … 此居人民無愁慮, 不老不死永春節? 『格庵遺錄』 「生初之樂」)
미래의 후손들을 지극히 염려하던 이 대예언가는, 지금까지 모든 성인들의 예언 말씀이 조금도 거짓이 아니니 밝게 잘 살펴보고, 백보좌 신판 후에 이 지상에 이루어지는 선경낙원의 새 시대를 맞이하라고 재삼 당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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