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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석환 칼럼 ■ 스크랩 라켓 단상.
김석환 추천 0 조회 404 08.12.10 16:29 댓글 4
게시글 본문내용

 

 

이것은 내가 7-8년은 가지고 다니며 휘둘러대던 내 테니스라켓이다.

정확한 햇수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 쯤 되었을 것이다.

분당 집 근처에 테니스 용품 상점에 라켓 줄을 매러 갔다가 ‘에스튜사’ 제품의 ‘프로레전드’라는 중고 라켓을 판매하려고 내 놓은 것이 두 자루를 발견했다. 낚은 것이었지만 라켓 무게나 크기, 그립 등이 내 체형이나 플레이 스타일에 딱 맞았다. 그리고 낚았기에 가격도 싼 것이라서 두 자루를 다 살까하다 한 자루만 들고 나왔다.

 

그것을 들고 게임을 해보니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나한테 잘 맞기에 나중에 다시 그 상점에 가 남겨놓고 온 라켓을 찾으니 이미 다른 사람의 손에 넘어간 뒤였다. 라켓은 꼭 짝으로 갖고 다녀야 당황스런 일을 안 당하는지라 아쉬움 마음을 갖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망설이다가 인터넷 중고 장터를 뒤져보니 이미 단종된 그 라켓을 먼 남쪽지방의 누군가가 내 놓은 것이 있는 것이 아닌가? 가격을 물으니 몇 번 안 친 것이라면서 거의 신품의 가격을 부르는 것이었지만 약간의 망설임속에 그냥 사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그 만큼 그 라켓은 내 손에 잘 맞았다. 무게도 적당히 가볍고 약간의 ‘해머’ 스타일에 ‘오버싸이즈’로 나의 약점인 발리도 꽤 보완을 해주는 지라 그리 결정을 한 것이다

한 푼도 깍지 못한 그 라켓이 택배로 배달이 되어 왔는데 내가 먼저 산 상점의 그 라켓하고는 같은 것이면서도 달랐다. 상표나 크기 이름 등은 완벽하게 같았지만 색깔이 달랐다. 어찌 그런 경우가 있는지 나로서는 좀 당황스러웠다. 생각 컨데 먼저 산 모델의 바로 다음 모델이 아닌가 싶었다.

 

그 것을 가지고 휘둘러보니 이상하리만큼 먼저 산 라켓보다 내 손에 더 잘 맞았다. 그 뒤로 나는 그 두 라켓을 들고 다니며 온갖 동네를 다 쏘다녔다. 말하자면 그 두 놈은 내 테니스 인생의 반 정도를 같이 한 셈이다. 의붓자식보다 더 효자 같기만 그 라켓들이 기특하고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그 두 자루 중에서도 처음에 산 희색 라켓보다 나중에 산 노란 색 라켓을 더 애용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다. 먼저 산 놈은 그저 나중 산 놈의 ‘땜방’역할이나 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허구한 날 한 개로만 치다 보니 그 놈이 아무리 신품이나 다름없는 것이고 내가 아무리 힘이 없기로서니 당해낼 재간이 있겠는가? 거기다가 미련하게 휘둘러만 대는 내 공치는 습관을 그 놈은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두께도 그런대로 두꺼운 라켓이건만 어느 날 그 라켓이 결국 깨져 버리고 말았다.

 

라켓이라는 것이 어느 정도 치면 속으로 골병이 들어 탄력이 떨어지는 것이기에 나이든 여자 신세가 되는 모양이거늘 하물며 깨져 버렸으니 어쩌겠는가? 그래도 전에 라켓 몇 개 분질러 먹을 때처럼 아주 부러져 테가 왕창 찌그러진 정도는 아니고 그저 살짝 금이 간 상태인 지라 버리지는 못하고 적당히 헌 가방 속에 구겨 넣고는 그 뒤로 ‘헤드’ 신형을 두 자루를 구했다.

 

그것으로 뜸하게 공을 치다 중국 다녀와서 달리 할 운동도 마땅치 않아 한동안 놓고 지내던 라켓을 다시 잡았다. 전처럼 공에 미쳐 날뛰는 것도 아니고 그럭저럭 시늉만 하면서 치는지라 특별히 라켓이 부러진다거나 할 일은 없었지만 이상하게 그 라켓으로 치고 나면 어깨가 아프곤 했다. 생각 컨데 먼저 치던 것보다 무게가 좀 더 나가는 통에 아마 팔에 무리가 간 것이 아닌가 싶다. 힘이 없는 사람일수록 무거운 라켓으로 쳐야한다고 어떤 테니스 감독이 나에게 말해 준 적이 있지만 나는 워낙 기본적인 힘도 없는 새가슴에 떼먹을 살도 없는 새팔의 인간이라 그런 일반적인 원칙이 적용이 안 되는지 아무리 그 라켓이 길들여지기를 기다려도 그 때마다 어깨가 아프기만 했다.

 

그러다 나는 결국 그 두 라켓을 처분하고 고민을 하다 그 깨진 라켓을 다시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내가 여차하면 애용하는 순간접착제로 깨진 곳을 붙이고 다시 휘둘러보니 하루도 못 버티는 것이 아닌가? 뭔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혹시나 그런 곳에 붙이는 특수접작체 같은 것이 없을까 해서 어느 공구상에 가니 마침 그 주인아저씨가 자기도 테니스 동호이이라면서 첫 마디가 “에이! 그냥 버리쇼!”다.

 

머쓱해서 돌아 와 며칠을 고민하고 다른 더 강력한 접착제를 붙여보고 난리를 쳐봐도 여전히 터지고, 터지고 하기만 하는 것이 아닌가? 한번은 내가 공을 좀 미련하게 치는 통에 발을 사뿐히 들어가면서 쥐도 새도 모르게 네트로 접근해 가면서 공을 쳐야 되건만 매번 요란뻑적지근하게 네트로 ‘달겨들어’ 미끄럼을 타는 통에 새 운동화라도 바닥이 금방 닳기만 하는 것이었다.

 

윗부분은 멀쩡한데 바닥의 돌기가 닳아서 새 운동화를 새로 구할 때마다 여간 분한 것이 아니었다. 나이키 본사에 전화를 다 해서 구두보다 비싼 운동화이거늘 어찌 밑창을 갈아주는 시스템이 없냐고 따지길 다 했다. 그 덕분에 요즈음은 밑창 갈아 신는 것이 가능해 진지도 모르겠다. 암튼 그래서 고민 끝에 바닥에다 ‘글루 접착제’를 붙여 봤다.

그랬더니 하루 잠깐은 그런대로 미끄러지지 않고 칠 수 있었지만 얼마나 미련스럽기만 한 일인가?

 

라켓 줄도 맨 날 감아치는 통에 왜 그리 잘 끊어지는지 고민 끝에 그 줄이 서로 겹치는 곳에 서로 비벼대는 통에 끊어지는 것을 방지하려고 접작제로 붙여봤다.

그것도 역시 하루를 못 버티고 떨어져 나갔다.

 

처음 테니스를 시작할 때 일이다. 아무리 그립이 작은 라켓이라도 내 조막손에는 다 굵기만 한지라 어느 날 라켓 손잡이를 가늘게 하려고 줄로 그 둘레로 갈아내다 얇은 ‘그라파이트’ 몸체를 구멍을 낸 적이 있어서 그 것을 또한 접작체를 사용해서 실로 돌돌 말아 구멍을 메꾸고 그립을 감아서 친 적이 있는데 그도 역시 며칠이 안가서 다시 구멍이 나고 부러져 나간 기억이 있다.

그러니까 테니스와 관련해서는 단 한 번도 나의 ‘접착제 작전’이 성공한 적이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그 시점에서 포기한다면 나의 궁벽한 체질이 지금처럼 세계적으로까지 유명하게 되었겠는가?

나는 아침에 같이 공을 치는 윤사장의 “이제 그만 그 라켓을 고이 보내주라!”는 조롱 섞인 충고에도 아랑곳없이 그 라켓을 만지작거리다 역시 순간접착제로 떡칠을 하며 실로 돌돌 감아 가지고 나가 아침 공을 치면서 윤사장한테 자랑을 했다. 버린 자식도 애정을 갖고 대하면 다 효자가 된다고.

 

하지만 그 효자노릇도 한 일주일이 고작이었다.

꽤 두껍게 감았건만 그게 또 속절없이 깨졌다. 아니 내가 그렇게나 힘이 좋단 말인가? 공학적인 상식이 워낙 부족하다 보니 그 라켓에 전달되는 힘의 법칙을 너무 얕잡아 본 것인가?

기가 막힌 노릇이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기에 나는 먼저는 흰 실로 감았지만 이번에는 빨간 실로 ‘3M'의 다른 접착제를 사용해서 칭칭 감았다. 워낙이 순간접착제는 충격에 약하다는 동료의 충고도 있고 해서 좀 더 찐득하니 마르는 접착제로 또 다시 떡을 칠한 것이다. 그러고 나서 찍은 사진이 위의 사진이다.

 

그렇지만 불안하기만하다. 이상하게 요즈음 내 주변의 일들은 밝은 쪽보다는 어두운 쪽으로만 굴러 가는 경향이 있는데다가 테니스와 관련해서 ‘접착제 작전’을 편 것이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기에 그렇다. 그래도 희망을 버림은 절망이고 절망은 곧 죽음일 수도 있는 것이니 조금은 무모하고 또 꽤는 창피한 노릇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어떻게든지 악착같이 희망의 끈을 잡고 늘어져야 하지 않을까? 그게 사는 것일 테니 말이다.

 

접착제를 빌려준, 급한 내 성질을 잘 아는 동료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한 2-3일은 절대 사용하지 마세요”한다.

내일 아침은  ‘땜방’ 희색 라켓으로 아침 공기를 갈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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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08.12.11 00:36

    첫댓글 와우~!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과연 달필가이십니다. 요즘은 그 라켓보다 더 성능좋고 손에 잘 맞는 라켓도 많을거에요^^ 그 라켓은 두고두고 가보로 보관하시고 이왕이면 새걸로 두어자루 장만해 보시지요?^*^

  • 08.12.11 08:18

    라켓 단상 아주 재미나게 잘 보았습니다. 땜방 라켓보다는 다시 한번 동일한 중고 라켓을 구해보심이 어떨런지요.

  • 08.12.11 10:51

    나에게 맞는 라켓을 찾아야 하는것인가? 라켓을 구하고 내가 라켓에 맞추어야 하는가? 하는 의문점은 지금도 정답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오래된 라켓이 범퍼가 다 떨어져 나가 교체하려고 하였더니 구형 모델이라 범퍼가 안 나온다고 하여 할 수없이 라켓을 바꾼 경험이 있습니다. 얼마나 아쉬웠던지.

  • 08.12.11 16:36

    김교수님 오랜만입니다. 단테매창설 서울지부정모가 처음으로 시작된 마장동코트에서 뵙고 그후 두번정도 그후에 이곳에 벽치기 테니스로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번에는 라켓으로 재미있습니다. 제생각은 바꾸면 좋을것 같습니다. 구형모델에다가 잘맞는것 때문에 미련이 남아계시지만 효과를 보시기에는 힘들것 같습니다. 자동차로 비유하면 노후된 차량 수리해도 또다른부품이 고장이 나고하듯이 라켓도 불안하고 안될때는 자꾸 징크스 그것때문에 하고 신뢰가 떨어질것이고 믿음이 없으면 공도 더 안될것 같습니다. 최신라켓중에 비슷한것으로 찾는방법이 좋을듯합니다.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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