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만성질환에 대한 새로운 접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국가에서 전염병처럼 비만 인구가 늘고 대사 이상 증세를 겪는 사람들에게 뇌와 각종 기관의 질병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과거에도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여전히 고대 수렵채집인의 습성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그러나 섭취하는 음식은 그들과 전혀 다르다. 그들은 천연 식품이 전부였지만 현대인들은 가공 식품이 주를 이루고 있다. 말하자면 몸과 섭취 식품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현대인의 만성질환이 발병하는 까닭이다.
그렇지만 현대 의학은 대체로 발병한 질환에만 한정하여 치료를 시도한다. 그러다보니 항생제 투입이 엉뚱한 결과를 낳기도 하고, 치료 부작용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문제에 대해 에머런 메이어는 이 책 『장 건강과 면역의 과학』을 통해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가 장에 주목하는 것은 장은 단순히 소화기관 뿐만이 아니라, 우리의 전신 건강을 책임지는 만능 기관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면역 세포 70%가 장벽에 있고, 소화기관은 자체 면역계는 물론, 내분비계와 신경계도 갖추어 신체의 다른 부분과 소통한다.
따라서 이 책은 만성질환을 건강과 환경, 특히 장내 미생물군 사이의 내적인 상호작용 개념으로 접근한다. 여기에는 식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만성질환을 멀리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음식과 건강, 환경 등 생태학적인 시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공중보건 위기를 타개하는 첫 단계는 약물 처치로 만성 혹은 감염 질환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다. 대신 우리 음식물에 든 자연 치유력, 이를테면 소하기관에 기반한 면역계와 미생물계를 성공적으로 조절하는 단계를 거치는 것이다.
말하자면 저자의 만성질환 치유에 대한 기본적인 접근방식은 치료보다는 예방이 방점이 주어져 있다. 즉 만성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장 내 환경 개선이 필요하며 이는 그에 맞는 음식을 섭취하는 것이다. 이러한 치유 방식은 동양의학과 조금 비슷해 보이기도 한다.
그러려면 우리가 먹는 음식물과 몸속 미생물 그리고 식물이 자라는 토양 미생물과의 관계를 다시 한 번 곰곰이 반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가 소비하는 음식물, 농장 사육 동물과 그들이 맺는 환경 및 식물과 토양의 내적 연결성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우리가 고통을 받는 만성질병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한다. 우리는 그러한 질병이 왜 생기는지도 잘 알지 못했고 발병이 되면 그제야 병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런 방법이 잘못임도 동시에 병원 치료가 별로 의미가 없다고도 한다.
나. 우리 몸 네트워크의 허브, 장
오늘날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감염성 질환은 크게 줄었지만 비감염성 질병은 인구 전체의 70퍼센트를 넘는다. 이런 점에서 저자는 다양한 식단 혹은 장 미생물 관련 만성 비감염성 질환 중 현재 의료 위기에서 일차적으로 세 가지 유형의 역할에 주목한다.
자가 면역 및 알레르기 장애, 비만 및 대사 증후군(당뇨병, 암, 심혈관 질환 및 간 질환) 및 뇌 장애가 그것이다. 그러나 현대의학은 아직도 이러한 만성질병에 대해 뚜렷한 치료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다양한 증세에도 불구하고 거의 모든 질병은 면역 체계의 조절 장애를 동반한다. 면역 장애는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발현된다. 자가 면역 및 알레르기 질환에서 면역계는 해롭지 않은 환경 자극 또는 자신의 세포에 과민한 반응한다.
그러나 대사 관련 질환에서는 장 면역계가 만성적으로 활성화되어 심장, 간, 대장, 지방 조직은 물론 뇌까지 온갖 조직을 별 까닭 없이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자가 면역 및 알레르기 질환은 서구식 식단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말하자면 장이 건강의 핵심인 셈이다.
저자는 장을 언급할 때 소화기관이라는 장기를, 장 미생물 집단을 언급할 때는 소화기관에 살고 있는 수십조 개의 세균을 염두에 둔다고 밝혀 독자들의 이해를 구한다. 네트워크 과학 및 시스템 생물학 관점에서 장과 장 미생물 집단은 각종 질병을 이해하는 핵심 요소다.
먹는 음식에 반응하여 장 미생물 네트워크가 변하면 뇌 네트워크가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차례로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다시 네트워크에 충격을 던질 것이고, 궁극적으로는 미생물 네트워크에서 유전자 발현의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저자는 뇌-신체 네트워크의 변화가 인류의 건강 위기를 초래하는 다양한 원인이라고 본다. 우리의 신체 시스템은 산업화 초기부터 지속해서 이러한 변화에 노출되어왔으며, 대기, 토양과 물의 오염, 독성 화학 물질 노출, 도시화, 항생제 등 약물 남용, 만성 스트레스가 포함된다.
환경의 이러한 요동이 장 미생물 집단과 장 연결체 사이에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서로 돕는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그러나 다행히도 둘 사이의 상호작용은 탄력적이라 어느 정도의 불일치와 흐트러짐은 곧 회복될 수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뇌와 간, 심장 그리고 소화기관끼리의 의사소통이 변하면서 기간의 기능이 손상되었다. 뇌-신체 전체 네트워크가 구조적이고 기능적으로 재설정되면서 최근 수십 년 동안 만성질환이 동시에 발발했다는 것이 저자의 판단이다.
다. 무엇을, 언제 먹을까?
우리 식단이 급격히 변하고 그에 따라 뇌-장-미생물 네트워크가 점진적이고 구조적으로 달라지면서 우리가 먹는 것과 우리 몸이 그것을 대하는 방식 사이에 불일치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소화기관, 특히 수십조 미생물이 거주하는 대장이 짧아진 것이다.
대장의 길이가 짧아지자 장내 미생물 생태계의 구성과 풍부함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났다. 장내 미생물을 어쩔 수 없이 빈곤한 식단에 빠르게 적응해 나가야했다. 초가공식품 대부분은 소장에서 흡수되어 대장까지 가지 못한다.
대장 내 미생물은 생태계 전체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장내 미생물은 다른 에너지원 고분자 물질을 찾게 되었다. 우리 장 점막을 구성하는 탄수화물 분자가 그 대상이 되자 만성질환이라는 문제가 불거졌다.
콩, 견과류, 아보카도를 섞은 샐러드치즈는 비타민과 같은 흡수 가능한 영양소를 소장에 제공하지만 샐러드의 나머지 대부분은 대장으로 전달된다. 대장 미생물은 이를 잘게 부숴 건강을 촉진하는 흡수 가능한 분자들로 대사시킨다.
식이섬유는 장 미생물을 목표로 하는 혼합물이며 미생물 전용 탄수화물이라는 표현할 수 있다. 이는 고대 곡물이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던 물질이었다. 미생물 전용 탄수화물은 과일이나 채소가 풍부한 식단에 든 복합 탄수화물이지만 장벽 점막층에도 들어 있다.
장 미생물 생태계가 다르기 때문에 미생물 전용 탄수화물은 사람마다 다르게 작용한다. 따라서 가능한 한 다양한 장내 미생물군에 영양을 공급하고 유지하려면 갖은 종류의 식물성 식품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
여기서 저자는 “수십억 개의 집락 형성 단위를 표시해 광고하는 알약을 먹는 일은 지름길도 아니고 효과도 없다”고 강조한다.(196쪽)
초기 인류는 규칙적인 식사를 하지 않았다. 그들은 하루 대부분을 사냥하거나 물고기를 잡고 먹을 수 있는 식물을 찾아 헤맸다. 식사 시간을 불규칙했고 끼니를 거르는 때도 잦았으며, 활동량도 무척 많았다. 요즈음 식으로 말하면 ‘간헐적 단식’인 셈이다.
포괄적 용어인 간헐적 단식은 열량 섭취를 줄이고 단식 기간을 권장하는 다양한 식단을 아우른다. 이론적으로 이러한 식단은 우리 조상들이 어쩔 수 없이 수행했던 단식 행위를 흉내 내는 일이다.
가끔 ‘간헐적 단식’으로 잘못 불리는, 시간제한 식사는 오래전 인류의 더 건강한 일상을 흉내 낼 뿐 아니라 하루에 소비되는 전체 열량을 따로 질일 필요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실천하기 쉽다. 이 방법은 단순히 먹는 시간을 짧게 압축했다고 보면 된다.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지 않고 단순히 시간제한 식사 전략을 채택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고작 하루 8시간을 덜어 주로 식물성 식당로 장내 미생물 건강을 돌보고, 나머지 시간 16시간 동안 신진대사를 케톤 연소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다. 16시간의 절반은 그냥 자면 된다.
늦어도 저녁 8시게 시작해 소중한 아침 식사를 건너뛰고 12시에서 1시 사이에 첫 식사를 하면 16시간 제한 식사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아침은 규칙적인 운동(하이킹 등)을 함으로써 유일한 에너지원으로 저장된 체지방이 신진대사를 증가시킨다.
라. 건강한 식생활
서구식 식단은 체중 증가를 초래하고 공중보건 위기를 가져왔다. 서구식 식단을 고수하는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체중 증가가 아니라 대사 조절 장애가 불러올 장기적 파급력에 있다. 그것은 심혈관 질환, 암, 인지 쇠퇴 및 전염병에 우리 몸이 취약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 책은 우리 몸을 만성질환으로부터 구하기 위해 뇌-장-미생물 네트워크를 다루었고, 그 연장선상에서 건강한 식단과 함께 미래의 인류는 더욱 늘어날 것인 바, 이들이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까지 모색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식품이 어떻게 어디서 생산되었는지, 생산 과정에서 농장 노동자와 환경 및 기후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지, 또 그것이 우리 장내 미생물 집단, 궁극적으로 우리 신체와 뇌에 얼마나 이로울지 파악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장과 토양 미생물에서 뇌-장-미생물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의 규모로 존재하는 복잡한 연결망을 네트워크에 이르기까지 여러 층의 규모로 존재하는 복잡한 연결망을 전체적인 시각에서 이해해야 한다.
장과 장 미생물의 건강에 필수적인 영양소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 몸에 고품질 거대 영양소와 미량 영양소를 넉넉히 공급할 수 있다. 몸속 세균이 먹을 수 있게 식물성 폴리페놀과 식물성 섬유질로 구성된 다양한 식단을 선별하면 단백질, 비타민, 미네랄 섭취는 저절로 이루어진다.
우리 장에 좋은 음식에 초점을 맞추면 곧 우리는 건강하지 않은 음식을 덜 먹고 섭취하는 열량마저 덩달아 줄어드는 효과를 한꺼번에 얻는다. 저자는 이를 위해 이 책에 다양한 요리법을 제시해 놓았다
아울러 예시한 요리법 외에도 저자는 시간제한 식사계획을 실천해보길 권한다. 하루 중 8시간 이내로 음식 섭취 시간을 제한하고 저녁 8시~9시 이후에는 아예 먹지 않는 것이 가장 쉬운 접근 방식이다. 그리고 다음날 첫 끼를 정오나 오후 1시에 먹는 식이다.
이 책을 가정 의학서로 서재에 꽂아두고 실천한다면 모두가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방법도 간단하다. 앞에서 기술한 바와 같이 무엇을 먹을 것이며, 먹을 때 시간제한을 적절히 가하는 것이 방법의 전부이기 때문이다.